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환경이든,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이든 실제의 지적 생활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지적 생활은 일종의 투쟁이며 훈련입니다. 지적으로 생활하는 기술이란 유리한 환경을 발판삼아 발전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 필연적으로 얽혀 있는 숱한 사정과 제약 속에서 우리 자신을 극복시켜나가는 행위입니다. 이로써 지성은 풍요로워지고 강인해집니다. (7) - P7

게다가 현재는 지성에의 접근이 과거보다 훨씬 편리해진 시대입니다. 이 사회에서는 신분이 가장 낮은 직공도 솔로몬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접하지 못했던 체계화된 학문을 섭렵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솔로몬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 시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살았으나, 이 시대의 누구보다 지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오늘날에는 누구든지 플라톤보다 훨씬 편하게 교양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과 우리의 차이점은 그가 단순히 교양의 습득에만 얽매이지 않고 사물의 본질에 관하여 스스로 고뇌하려 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8) - P8

그런 의미에서 지적 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두뇌의 타고난 재능이 아닙니다. 육체적 기반입니다. 건강한 몸이 받쳐줘야만 원하는 정신활동이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 이를 망각한 채 정신이 건강을 압도할 수 있다는 착각은 우리 삶을 병들게 만듭니다. 욕심을 앞세운 정신노동이야말로 지적인 삶을 가로막는 난적 중의 난적입니다. (23, 지나치게 일하는 젊은 작가에게) - P23

걸출한 지성의 소유자라고 해도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혀놓으면 마음이 지쳐버립니다. 책상과 마주보고 있는 동안에는 자기 능력의 십분의 일도 끄집어내지 못합니다. 책상은 지적 생활의 모태가 아닙니다. 책을 펼쳐놓는다고 해서, 펜과 씨름한다고 해서 지적 생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적 생활은 말 그대로 생활 전반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고하고, 창작하고, 영감을 얻는 매순간입니다.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31, 다시 지나치게 일하는 젊은 작가에게) - P31

여기서 중요한 건 ‘합리적‘인 것이 언제나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학과 수학은 ‘합리적‘ 일수록 좋은 결과가 얻어지지만, 예술과 예술을 닮은 인생의 여러 장면들은 때론 중요한 인상만 ‘선택‘ 해서 간직하는 불평등과 불합리를 통해 아름다워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140, 기억력이 나쁘다고 한탄하는 친구에게) - P140

현재의 시간을 철저하게 절약하고 싶다면 지금 몰두하고 있는 일들을 리스트로 작성해보는 건 어떨까요. 각각의 일에 정직하게 불완전한 정도를 기입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 일들에 어느만큼 집중하고 있는지, 또 그 일들이 당신의 생활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지, 앞으로 지속적인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때 그 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과가 어떤 것인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기를 권합니다. 이렇게 하면 몇 가지 지적 활동 중에서 실현 가능한 것, 다시 말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보입니다. 그 분야에 집중하십시오. 나머지 활동은 비록 흥미가 있고 개인적으로 소중하더라도 내려놓습니다. 단념입니다. 단념하는 대신 귀중한 시간이 주어집니다. 단념하지 않고서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148,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친구에게) - P148

연구하고 있는 몇 가지 학문 상호간의 조화야말로 시간 절약의 참비결임에 분명합니다. 한 가지 중심적인 연구와 보조적인 연구 몇 가지, 그러나 보조가 되지 않는 연구는 일체 손을 대지 않는, 이것이 연구 배분을 결정하는 참원칙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근면한 연구자 가운데에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와 전혀 상관이 없는 학문에 관심을 보이며 시간을 투자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기분 전환이 목표일 뿐 시간 절약과는 무관한 활동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적의요새를 완벽하게 점령하지 않은 채 남겨두면 그것은 한심스러운 시간 낭비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적진 깊숙이 공격해 들어가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되돌아음을 기약하지 말고 정복해야 하는 것들, 정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들은 남김없이 철저히 정복해야 합니다. (154,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친구에게) - P154

환자를 다루는 법은 간단해요. 우선은 스푼에 물을 적시어 입술을 축이죠. 그러면 환자는 혀로 축축해진 입술을 닦아요.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겁니다. 그 반응을 본 다음에 음식물을 입에 조금 넣어줍니다. 외부 자극에 반응했던 환자는 무의식 중에 음식을 삼키게 돼요. 처음부터 입에 고깃덩어리를 넣어준다면 환자는 삼키기는커녕 토해냈을 겁니다.
같은 이야기를 나는 우리 인생에 들려주고 싶어요. 변화를 원한다면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강도를 높여나가는 방법을 택하세요. 갑작스레 앞으로 이런 인생을 살아갈 거야,라고 얘기하지 마세요. 가슴은 흥분으로 두근거리겠지요. 하지만 그건 정확한 의미에서 기대감과는 달라요. 두려움과 낯설음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무리한 심장박동이에요. 나중에 심장마비가 올지도 몰라요.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업가에게, 183) - P183

매일같이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지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지식노동에 회의감을 느껴 교양으로부터 멀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식을 활용하는 기술만 늘어나는 것입니다. 지성과 교양의 궁극적 목표인 개인의 완성과 성취감, 행복은 사라지고 오직 지식이 재물로 변환되는 물질적 성과에 급급하게 되어 지식인임에도 지성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도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192, 가난한 지식인에게) - P192

상대방이 시시한 사람이라면 자기도 시시한 문제에 휘말리게 됩니다. 적을 만들기 전에 좀 더 현명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적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과 싸워야 합니다. 어차피 인간의 본성은 투쟁적입니다. 그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아직은 그럴 자신이 없다면 부끄럽지 않은 적을 찾아봐야 합니다.
경멸하고 싶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지는 마십시오. 당신의 적에게 긍지를 가져야 됩니다. 당신이 그들의 적이라는 사실에 긍지를 가지십시오. (적을 만들지 않는 인간관계에 대하여 묻는 그대에게, 270)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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