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시대의 가구들, 페르시아식 양탄자, 고색 짙은 그림들, 양피지로 장정한 책들, 크리스털, 벨벳, 새틴이 있었다. 고급 취향을 가졌다는 평판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에 대한 동경과 지적이고 싶은 희망, 그리고 천박한 자신의 취향 사이에서 주저하는 뤼시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91) - P91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판에 박힌 말로 내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나라를 설명하게 내버려두었다. ‘거대한 어린이’, ‘여자의 천국‘, ‘끔찍한 애인들’, ‘열에 들떠 소용돌이치는 삶’ 운운하는 이야기들. 뒤뒬은 마천루를 가리켜 대담하게도 ‘발기한 남근‘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난 지식인들의 기교 섞인 감수성을 비난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교계의 인사며 그 아류들로 이루어진 이 사람들이야말로, 추악한 상투적 문구로 멀어진 눈과 진부한 생각만 가득 찬 마음으로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로베르나 앙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자신을 귀찮게 하는 것을 귀찮아하면서 무심히 살고 있었다. 왕이 발가벗고 걸어 다닌다 하더라도, 그들은 왕의 외투에 장식된 자수에 감탄하지 않으리라. 탁월한반응을 뽐내보려는 속물들이 열심히 모방하는 모델을 바로자신들이 만들어내고 있음을 로베르와 앙리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존심이 있기에 어떤 순진한 짓이라도 할 수 있는 반면, 뒤뒬이나 뤼시, 또 그 주위로 모여드는 날씬하고 빛나는 젊은 여자들은 한순간도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에 따라 행동하지 못한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두려울 정도의 연민을 느꼈다. 그들에게 남겨진 몫은 공허한 야심, 타는 듯한 질투심, 실속 없는 승리와 패배뿐이었다. (92-93) - P92
그리고 나 역시 경험으로 알잖아. 타인을 평가하는 습성이 없는 상대를 사람들은 곧잘 부당하게 대한다는 것을. (220) - P220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나? 자네가 깨달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네." 뒤브뢰유가 열정적으로 말을 이었다. "지지한다는 건 결국 선택에 지나지 않고, 사랑한다는 것도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지. 절대적으로 완벽한 것을 발견하려고 집착하면,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고 무엇도 하지 못하게 되는 거야." (539) - P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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