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내 콜라주마냥 끊임없이 덧대지고, 교차하는 상황마다 여러 대립적인 가치들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한다. 그 줄다리기는 ˝형식˝을 무기로 승기를 잡았다가 패기에 밀리다가 하면서, 종국에는 어느 쪽의 승리 없이 나뒹굴고 겹쳐진다. 여러 대립항의 수많은 대결 중 내게 와닿는 교전이 있었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지.
선형적 구조의 이야기가 아니어도 충분히 재밌다. 작가가 인물의 행위와 감정 밑에 숨겨진 내밀한 동기와 전략을 샅샅들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추악하거나 멍청한 밑바닥의 모습에서 가장 상위의 철학적 상징을 띄워낸다.

성숙과 미성숙, 숭고와 추악, 진실과 허위는 일맥상통한다. (2022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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