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특별한 은둔자의 사례를 통해 길어낸 고독에 대한 고찰에 방점이 있는 책이 아니다. 그저 그 사례 자체를 기자의 시각으로 다룬 글이다. 크리스토퍼 나이트란 사람과 그의 은둔에 대해 기자의 집념으로 수집한 자료들을 정리해 나열하는, 다소 개인적인 취재기 정도.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외모, 행동방식, 생존전략에 대한 피상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거기에서 길어낸 고독과 침묵에 대한 독자적 고찰은 거의 없다. 가장 좋은 부분은 대부분 저자가 정신과 의사, 심리 상담사, 철학자, 현자 그리고 나이트의 말을 인용한 단락들이었다.

사회로 돌아간 나이트와 그의 가족들 모두에게 연락하고 수소문해 지속적으로 그의 집 근처를 찾아가는 마지막 챕터들을 보면서는 제발 그를 내버려뒀으면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도로 그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이렇게 피상적인 묘사들만 나열되는구나 싶었다. 저자는 은둔자를 은둔자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언어가 아닌 인용문들로 그의 윤곽을 그리려 애쓰며 깔짝대기만 한다. 그저 ‘고독에 대한 현대인의 열망‘이라는 얕은 동경으로 그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 살림 출판사의 편집에 대하여. 양쪽 정렬이 아닌 왼쪽 정렬의 책은 거의 처음 본다. 거기다 간간이 본문의 몇 문장들을 복사해 뜬금없이 한 페이지에 크게 그 문장들만 인쇄해놓았다. 페이지를 늘리기 위해 여러모로 애썼다는 생각이 든다. 역자 소개도 없다.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기 힘들다.

크리스토퍼 나이트라는 존재의 면면이(그 누구도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조금이라도 여기에 담겨 있다는 것만이 이 책을 간신히 읽게 해준다. (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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