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단지의 외곽에 있고, 지금은 이용하는 아이들이 없는 정사각형의 놀이터는 거울에 의해 굴절되어 타원형으로 보였다. 하지만 거기에, 적막한 가운데 오랫동안 흔들리고 있는 그네 하나가 보였다. 그러다 아이가 그네를 다시 흔들었고, 눈바람 속에서 그넷줄만이 홀로 몸을 떨었다. "공허, 나의 기본 원칙. 공허, 나의 애인." (81)

그는 가게 안의 어느 자리에 앉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불현듯 이들 각자에게 어떤 특이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통째로 알아버리곤 했지만, 다음 날 대부분을 잊어버렸다. 반면에 그가 가슴에 간직한 것은 특정한 관용적 표현, 외치는 소리, 몸짓과 말투였다. (85)

현실이 이러한데 그가 예술가라는 것을, 그의 안에 세계의 내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누가 입증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질문에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이미 오래전에 나를 격리시키고 옆으로 밀어 놓으면서 사회인으로서 나의 패배를 시인했다. 나는 평생 동안 자신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제시켰다. 그들의 비밀을 잘 알고 있는 내가 환영받고 포옹받으며, 여기 사람들 사이에 끝까지 앉아 있을지라도 나는 결코 그들에게 속하지 않을 것이다. (97)

그리고 그는 또한 이런 맹세를 하기도 했다. 일에 실패하지 말자고, 다시는 언어를 잃어버리지 말자고, 그러면 언덕 아래 양로원의 조그마한 관현악단은 찌릉거리는 점심 연주 대신에 그럴듯한 종소리를 울릴지도 모른다. 그런 다음 그는 지나간 오후를 회상했고, 그때 일어난 일을 기억에 되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카젬메의 커튼 틈새로 흔들리는 가지들과 마우스피스를 입에 문 채 복서처럼 이빨을 드러내며 그 앞을 맴도는 개만이 나타날 뿐이었다.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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