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인지 모르게 울고 싶어졌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슬픈 눈이 되었다.˝와 같은 소설 속 문장들, 좋아하지 않는다.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 감정을 파고들어 밑바닥까지 헤쳐볼 생각도 (또는 능력도) 없으면서, 그저 그런 얕은 문장들로 서정적인 음울함을 피상적으로만 만들고 싶어한다고 느낀다. 5분이면 흩날려버릴 얕은 우울한 공기 조성하기.

얽매이지 않고 예측할 수 없지만 거부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여자, 남녀 불문 모두를 홀리는 그 캐릭터까지 클리셰였다. 그런 그녀를 동경하는 주인공도. 자살이라는 마무리까지. 그녀를 더 환상적으로 연출하는 방법은 얇은 발목과 툭 튀어나온 복숭아뼈, 일순간 사라지는 샴푸 향, 왜소한 체구 같이 청순하고 예쁜 외모를 대뜸 묘사하곤 하는 것. 지금까지 읽은 일본의 여류 작가 소설들이 비슷한 이유는 뭘까. 오래 전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암리타]가 자주 떠올랐다.

‘그녀는 빨간색이 어울렸으니, 손목을 그어 자살한 욕조도 빨간색으로 물들었으리라‘는 문장을 보고는 그 순도 높은 중2병스러움에 책을 덮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읽고 나니 시간 아깝고, 차라리 조르바를 두 번 읽겠다 싶고. (1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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