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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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읽었다.

   뿌듯하다.

   언젠가는 마쳐야했을 숙제를 이제야 시작한 기분이다. 다른 책들과 달리 기원전에 쓰여진 대서사시의 원전을 읽는다는 일이 선뜻 시작하기엔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고전문학들의 완역본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처럼 내가 모르는 많은 이야기들을 새롭게 알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다.

   그러나 오히려 일리아스는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던 트로이 전쟁의 한 부분에 관한 내용이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라면 책의 내용이 아니라 해설에서 이야기해주고 있는 이 책의 구성과 제목에 관한 부분이다.

   이 책은 하나의 통일된 전체를 이루는 8편의 서사시들로 구성되어 있는 ‘트로이아 서사시권’ 중 한 부분의 일부이다. 옛날에는 각권마다 그 내용에 부합되는 이름이 붙어 있었고, 알파벳순으로 이름을 붙이는 방법은 BC 3세기에 처음으로 쓰인 권별법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제목 <일리아스>는 도시 트로이의 별명 일리오스(Ilios)에서 유래한 것이며, ‘일리오스 이야기’라는 뜻이다. 10년간에 걸친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격 중 마지막 해에 일어난 사건들을 노래한 서사시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나 책의 분량은 만만치 않다. 트로이 전쟁의 일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이 정도인데 전체 이야기는 얼마나 방대하단 말인가. 그것도 지금에야 책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옛날(옛날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오래 전에)에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읊었다 것을 상상해 보면 읽는 내내 끊임없이 나열되는 사람들 이름 때문에 고생했던 나로서는 참 머리 아팠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첫 번째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정말 쿨~~ 하다는 점이다. 복잡하게 고민하거나 사소한 것에 얽매임이 없다. 필요하면 전진하고 아니면 후퇴한다. 항상 신을 찾지만 자신에게 힘을 부여하듯 상대편에도 힘을 부여함을 인정하고 운명에 몸부림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혈통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주인공 이름에 앞서 아버지의 이름이 항상 먼저 온다. 덕분에 읽는내내 주석을 들추느라 고생했다.

   세 번째는 시대적으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존재감이 없었던 여성의 존재이다. 사건의 중심인 것 같으나 신을 제외한 여성들의 존재는...

 

    그래도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아이들과 함께 읽기도 했거니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신화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알게 모르게 익숙해져 있었기에 책 읽기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미루었던 숙제를 마치기 위해 <오뒷세우스>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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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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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어머니의 따스함의 근원에 있었던 것은 양파 한 조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가 추구한 것도 양파의 사랑일 뿐, 이를테면 교회가 말하는 여러 다른 교의가 아닙니다.  이 세상의 중심은 사랑이며, 양파는 오랜 역사 속에서 그것만을 우리 인간에게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세계 속 에서 가장 결여된 것은 사랑이며, 아무도 믿지 않는 게 사랑이고 비웃음당하고 있는게 사랑이므로, 하다 못해 저라도 양파의 뒤를 우직하게 따라가고 싶습니다.

 

   신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계십니다. 유럽의 교회나 채플뿐만 아니라, 유대교도에게도 불교도에게도 흰두교도에게도 신은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오쓰와 미쓰코를 통해 신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 속에 우리가 믿지 못하는 환생, 동물과의교감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신에 대한 작가의 관점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신의 의미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신이란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그 이름이 무엇으로 불리든 신의 이름이 부담스럽다면 양파든 사과든 자신이 부르기 편한 이름으로 부르면 그만인 것이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신이여야지 신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쓰가 말하는 것처럼 서양의 신은 신중심의 이기적인 성격으로 고착되어 왔고 나를 밎지 않으면 벌을 주고 믿으면 구원을 준다는 단순한 논리를 들이대며 은근한 협박을 하고있다. 믿음은 그 자체로 평온과 평화 개인의 올바른 삶을 위한 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일진데 신이라 존재가 믿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랑보다 복종과 믿음을 의무화하고 종교 자체에 속박되게 하는 것은 진정한 신앙이 아닌 것 같다.

   비약적일지는 몰라도 어쩌면 근래에 읽었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의 그리스 신들처럼 나에게 잘하면 사랑해주고 자신의 심사를 건드리면 화를 내며 재앙을 내리는 너무도 인간적인 신의 모습이 서양의 기독교에도 알게 모르게 스며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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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우의 성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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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사를 공부하고 읽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책이다. 주인공 나가치카를 비롯해 천하통일을 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수하들이 모두 실존 인물이고 대략 그들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들을 작가는 사료를 찾아가며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 시대의 사무라이 정신이나 농민들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주인공 나가치카에 대해서라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실적인 뼈대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살을 붙였으리라 생각되므로 이 책의 주인공에 대한 설정들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지는 모르겠으나 반을 접고 보더라도 노보우님이라 불린 나가치카가 그 시대 사무라이 정신에는 맞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음이 틀림없을 뿐 아니라 그 어떤 성격이라 단언하기가 어렵다. 완전히 멍청하지도 않지만 그의 행동을 지켜보자면 멍청함을 가장한 영웅이나 현자 같지도 않다.

   친구 단바가 나가치카에게 갖는 마음에 공감하며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져 보았지만 기대했던 만큼 허탈했고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가는 도대체 무얼 얘기하려고 했을까?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콕 집어 뭐라 말할 수 가 없다.

   착하고 바보같이 순진한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려했던 걸까?

 

   읽는 내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었다.

   주인공 나가치카와 도플갱어가 아닐까 생각되는, 눈에 힘주고 살아서 될까 말까한 이 세상에서 반쯤 감긴 졸린 듯한 눈을 가지고 아무 욕망과 집착이 없어 보이는 캐릭터 구영탄

 

 

 

*구영탄

                                                   

    80~90년대 불청객 시리즈의 구영탄은 순박하며 고지식하고 주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으며 결정적일 때 자신의 욕망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의 이름은 당시(80년대) 돈 없던 서민들이 겨울철 따뜻함을 위해 땔감으로 사용하던 "구공탄"에서 유래한 것이었습니다.

    이 이름의 의미가 얼마나 심오한지는 구영탄을 공부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구영탄 만화 시리즈의 하나인 "요절복통 불청객"에서 나온 대사  한 마디를 짚어보고 싶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값진 것은 승리보다는 패배에 있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 값진 것을 택하지 않고 순간적인 행복을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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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9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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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명작들은 대부분 내용파악을 위한 독서위주가 아닌 단순한 제목암기 정도였거나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대표작 정도의 가치로 배웠기에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책들도 막상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도무지 무슨 내용의 책인지 알 수 없음을 새삼 깨닫고 스스로 민망할 때가 많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제목만 친숙했던 명작들을 한두 권씩 읽고 나서 느꼈던 당혹스러움과 어설픈 지식을 완벽하게 채운 즐거움을 <제인 에어>를 통해서도 또다시 느꼈다. 마치 친하게 지내던 말 없는 친구의 비밀 일기장을 우연히 보고 내가 전혀 몰랐던 그 친구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랄까

나는 어쩌면 그리도 당당하게 그 책들을 마치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을까. 최근 껍데기만 갖고 있던 나의 얄팍한 독서록에 내용을 짝 맞춰가며 책을 읽는 시간들이 즐겁다.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 왜 이 책이 명작인지 알 것 같았다.

첫째, 읽으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서 쉽게 책을 놓지 못하고 2권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시대적, 문화적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고 한 여인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호기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둘째, 진부하지 않았다. 초반부는 흔히 볼 수 있는 여인들의 이야기려니 했다. 어릴 때는 고생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멋진 남자를 만나 공주처럼 행복하게 끝날 것 같았다. 그러나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제인 에어 스스로의 선택된 삶을 보여주었다.

셋째, 인간적이 고뇌와 삶에 대한 의지, 자존심을 보여주었다.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해 나가는 제인 에어의 강인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제인 에어>는 단순히 로맨스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커러 벨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할 정도로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엄격한 윤리관이 지배하고 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샬럿 브론테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제인 에어처럼 여성도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삶과 사랑에 있어 당당하고 주도적인 선택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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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1 - 개정2판 사기 (민음사)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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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써야하나…….

머릿속이 하얘진다.

사기열전 속 수 많은 인물들이 유령처럼 실체 없이 맴돌다 손 안의 모래처럼 스르르 빠져나간다.


책의 두께만으로 지레 겁을 먹었던 몇 몇 번의 경험과 그래도 중국사를 두어 번 읽어보고 잡은 책이라 이번에는 조금 만만하게 시작했었나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복잡한 중국 역사 속 수많은 인명과 지명, 전쟁 이야기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춘추전국시대와 진나라, 한나라를 거치는 와중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여러 제후국들 때문에 이 나라인가 했다가 저 나라이고 이 사람인가 했다가 저 사람인지라…….

도저히 한두 번 읽어서는 머릿속에 정리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어느 순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저 힘닿는 대로 꿋꿋이 읽어 나갔다. 한 번에 모두 파악하려한 것이 나의 심한 욕심이었음을 깨닫고서…….


1권을 넘어서면서 인명이나 제후국들에 연연해서는 도저히 책을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살벌한 역사 속에 살다간 여러 군상들이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나갔다. 음모와 배신, 권력욕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가는 사람들의 목숨,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끊은 목숨, 죽고 죽이고 또 죽고...... 마치 죽이고 죽기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그들은 수많은 전쟁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다가, 무언가를 얻으려다가 죽어나갔다. 영웅들의 삶이 이럴 진데 민초들의 삶이야 말해서 무엇할까.


아무리 잘나도 시대를 잘못 만나거나 알아주는 이를 만나지 못하면 제 명에 살다가기 힘들었고 너무 꼿꼿해도 얽히고설킨 나라관계에서 때론 충신이 되기도 하고 때론 역모자가 되기도 했다.

개개인에 따라 사기열전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 중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인물은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딱히 말하기도 어려운 어지러운 세상이었지만 내 마음에 와 닿는 인물은 사람을 섬기는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신의를 지키는, 그렇다고 고집스럽게 꼿꼿한 모습보다는 적절한 처세술도 쓸 줄 아는 융통성까지 겸비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처럼 살 것이냐하면, 글쎄......

머리 굴리지 않고 노자나 장자가 주장했던 도가 사상처럼 무위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아~~~~~~~~

삼국지는 3번은 읽어야 한다고 하던데…….

사기열전도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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