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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1 - 개정2판 ㅣ 사기 (민음사)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뭘 써야하나…….
머릿속이 하얘진다.
사기열전 속 수 많은 인물들이 유령처럼 실체 없이 맴돌다 손 안의 모래처럼 스르르 빠져나간다.
책의 두께만으로 지레 겁을 먹었던 몇 몇 번의 경험과 그래도 중국사를 두어 번 읽어보고 잡은 책이라 이번에는 조금 만만하게 시작했었나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복잡한 중국 역사 속 수많은 인명과 지명, 전쟁 이야기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춘추전국시대와 진나라, 한나라를 거치는 와중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여러 제후국들 때문에 이 나라인가 했다가 저 나라이고 이 사람인가 했다가 저 사람인지라…….
도저히 한두 번 읽어서는 머릿속에 정리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어느 순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저 힘닿는 대로 꿋꿋이 읽어 나갔다. 한 번에 모두 파악하려한 것이 나의 심한 욕심이었음을 깨닫고서…….
1권을 넘어서면서 인명이나 제후국들에 연연해서는 도저히 책을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살벌한 역사 속에 살다간 여러 군상들이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나갔다. 음모와 배신, 권력욕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가는 사람들의 목숨,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끊은 목숨, 죽고 죽이고 또 죽고...... 마치 죽이고 죽기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그들은 수많은 전쟁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다가, 무언가를 얻으려다가 죽어나갔다. 영웅들의 삶이 이럴 진데 민초들의 삶이야 말해서 무엇할까.
아무리 잘나도 시대를 잘못 만나거나 알아주는 이를 만나지 못하면 제 명에 살다가기 힘들었고 너무 꼿꼿해도 얽히고설킨 나라관계에서 때론 충신이 되기도 하고 때론 역모자가 되기도 했다.
개개인에 따라 사기열전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 중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인물은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딱히 말하기도 어려운 어지러운 세상이었지만 내 마음에 와 닿는 인물은 사람을 섬기는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신의를 지키는, 그렇다고 고집스럽게 꼿꼿한 모습보다는 적절한 처세술도 쓸 줄 아는 융통성까지 겸비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처럼 살 것이냐하면, 글쎄......
머리 굴리지 않고 노자나 장자가 주장했던 도가 사상처럼 무위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아~~~~~~~~
삼국지는 3번은 읽어야 한다고 하던데…….
사기열전도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