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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우의 성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월
평점 :
일본사를 공부하고 읽기에는 안성맞춤이었던 책이다. 주인공 나가치카를 비롯해 천하통일을 하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수하들이 모두 실존 인물이고 대략 그들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들을 작가는 사료를 찾아가며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 시대의 사무라이 정신이나 농민들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주인공 나가치카에 대해서라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실적인 뼈대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살을 붙였으리라 생각되므로 이 책의 주인공에 대한 설정들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지는 모르겠으나 반을 접고 보더라도 노보우님이라 불린 나가치카가 그 시대 사무라이 정신에는 맞지 않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음이 틀림없을 뿐 아니라 그 어떤 성격이라 단언하기가 어렵다. 완전히 멍청하지도 않지만 그의 행동을 지켜보자면 멍청함을 가장한 영웅이나 현자 같지도 않다.
친구 단바가 나가치카에게 갖는 마음에 공감하며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져 보았지만 기대했던 만큼 허탈했고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가는 도대체 무얼 얘기하려고 했을까?
알 것 같기도 하지만 콕 집어 뭐라 말할 수 가 없다.
착하고 바보같이 순진한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려했던 걸까?
읽는 내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었다.
주인공 나가치카와 도플갱어가 아닐까 생각되는, 눈에 힘주고 살아서 될까 말까한 이 세상에서 반쯤 감긴 졸린 듯한 눈을 가지고 아무 욕망과 집착이 없어 보이는 캐릭터 구영탄
*구영탄
80~90년대 불청객 시리즈의 구영탄은 순박하며 고지식하고 주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으며 결정적일 때 자신의 욕망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의 이름은 당시(80년대) 돈 없던 서민들이 겨울철 따뜻함을 위해 땔감으로 사용하던 "구공탄"에서 유래한 것이었습니다.
이 이름의 의미가 얼마나 심오한지는 구영탄을 공부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구영탄 만화 시리즈의 하나인 "요절복통 불청객"에서 나온 대사 한 마디를 짚어보고 싶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값진 것은 승리보다는 패배에 있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 값진 것을 택하지 않고 순간적인 행복을 즐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