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추다 - 딱 하나뿐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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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자그마한 책이라 속에 지니고 다니기 딱 좋다.
에세이에는 다양한 주제가 있다.
여행을 주제로 하는 에세이,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에세이, 그리고 삶을 이야기 하는 에세이 등등.
나는 아무래도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다른 것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여기에는 내가 선호하는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들을 볼 수 있다.

- 특별한 너와 나 / 대체불가능한 것의 품격
- 특별한 인생 / 삶을 헤아리는 방법
- 특별한 존재 / 관계의 본질
- 특별한 서재 / 나의 벗, 그리고 나의 스승
 
이렇게 네 개의 목차로 구성되는 에세이집, 김미나 작가의 <눈을 맞추다>에서는 다양한 것들이 드러난다.
그냥 삶을 대하는 방법, 그리고 동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에세이에서 흔히 보기 힘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등도 함께.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노란색과 빨간색의 포스트잇이 다닥다닥 붙어버렸다.
마음에 지니고 다녀야 할 말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가슴으로 느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모든 곳을 표시해 놓았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대할 때 어느 것에, 어느 사람에, 어느 태도에 눈을 맞추고 살아가야 할까?

 

나는 하나의 예술 작품입니다.
나는 매일 근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예술 작품이 근사하게 보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예술 작품이란 보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10p)

 

나는 무엇을 얼마나 가졌던 사람인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었는지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라도 두 번 떠올릴 만한 가치가 있는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25p)

 

타인의 시선이야말로 내가 나를 가둘 수 있는 가장 견고한 감옥입니다.(39p)

"당신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어요. 내가 당신 생각을 할 일이 없거든요." 진정으로 남들과 달라지기 위해

당신이 걸쳐야 할 것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샤넬의 정신입니다.(23p)

 

일 년 삼백육십오 일 중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날이 이틀이 있습니다. 하나가 '어제'이고 또 다른 하나가 '내일'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이야말로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웃고, 마음껏 읽고, 마음껏 보고, 마음껏 살기에 딱 적당한 날입니다.(82p)

 

이렇게 태어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사는 것은 나의 선택입니다.
어쩌다 넘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지만,
지금까지도 넘어진 채로 주저앉아 있는 것은 나의 선택입니다.(89p)

 

창의적으로 산다는 것은 현실의 온갖 걱정이 손발을 묶어도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는 것입니다.(97p)

책이 좋은 점은 그들의 생의 시작과 끝을 다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상처받지 않고 삶과 사람을 배우는 데에 이만한 방법이 없습니다.(153p)

 

책을 읽는 사람은 죽기 전까지 수천개의 인생을 살 수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면 내가 아는 삶은 단 하나뿐입니다.(158p)

그렇지만 책이 무거운 건 당연합니다. 그 안에 하나의 세계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160p)


책은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고 삶의 친구가 된다.

 

김미나 작가는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것이라고.
정해진 기준과 원칙은 없으며, 우리는 우리들 방식대로 삶을 살아나가면 된다고, 타인의 시선으로 부터 자유로워 지라고.

마치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향이 맞다고, 나를 안심시켜주는 한마디의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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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깊은 곳
고은.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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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 고은과 소설과 김형수의 대담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김형수 작가가 질문을 던지면 고은 시인이 그에 대한 대답을 하며 책을 구성하는데, 질문과 대답이 상당히 무게감 있다. 일제 시대의 겪었던 고통과 아픔이 고은 시인의 무덤덤한 대답을 통해 전달되며, 그 속에서 고은 시인이 '우리 말'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세종대왕을 신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힘든 시간 속에서도 꿋꿋한 절개를 지니고 생활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몇 문장만으로 구성된 그의 시가 어찌 그렇게 무게감 있고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고은 정신은 끝없이 세계의 원본과 마찰하면서 문명과 체제의 반대편을 유랑하다. 시인이 바람과 별빛과 사람의 숨결에 접촉하면서 남겨놓은 이슬 같은 낱말들이야말로 한국의 감수성이 지상에 미치는 파급력이 결코 작지 않음을 역설하는 물증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이 대담이 한낱 명사의 한담이 아니라 고은 특유의 현란한 상상력과 아포리즘이 가득한 '말의 춤'을 선보이는 구변 문학의 향연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게 되었다.
- 김형수

 

이 책에서 단 한 줄도 우스갯거리로 읽을 부분이 없었다. 고은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 모든 아포리즘에서 단 한치의 흐트러짐도 느낄 수 없었고, 모든 문장이 간결하고 고결했다. 그래서 어쩌면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대답에 진실함이 담겨있었고, 그 대답을 존중하는 질문자의 태도도 느낄 수 있었다. 

156p, 김형수가 질문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만흔 글을 쓰게 하는 걸까요?" 고은은 파도, 바람을 꼽으며 이야기 한다. 1960년대 3년간 제주도에 살 때 사라봉 옆 별도봉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의 그 필사적인 율동이 본인 시의 율동으로 이입된 체험을 잊을 수 없다고. 나는 반가웠다. 얼마전 제주도에서 내가 예전에 걸었던 기억이 참 좋아, 굳이 찾아가서 또 걸었던 길이기 때문이다. 역시 좋은 길, 좋은 장소는 누구에게나 열리고 통하는 법이다. 

 

나에게서 시를 빼앗으면 나는 뱀 허물이고 거미줄에 걸린 죽은 풍뎅이 껍질이지. 내 묘비에는 내 이름 대신 '시'라는 한 자만 새겨질 것이네. 그리고 그 아래에 (1933~)이 작은 글씨로 새겨질 것이네.(22p)

기억은 상상에 속하는 잠복기 말고 그것에 거역하는 또 하나의 유전자를 낳는지 모른다네. 하지만 기억은 어디까지나 객관이 아니네. 그것은 가공되는 것이네. (26p)

직관은 고칠 수 없는 것이고, 서술과 묘사는 그 과정에서 창조적 단서를 얻지. 시는 즉흥과 수련 두 가지가 작동하는 동시 행위 또는 석차 행위이네. 그래서 카오스와 코스모스를 딱 갈라놓으면 시는 죽어. 시 분석이 위험한 것은 그 분석의 절단으로 생명이 도살되는 까닭이네. 뱀을 토막 치면 뱀은 죽지 않는가.(125p)

김형수 : 좀 엉뚱합니다만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이 요즘 세대에게 많이 회자됩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은 : 이제 올라갈 때도 보고 싶네. 오후는 오전보다 훨씬 회한이 많지. 그때 인간은 참다워진다네. 나는 오후를 좋아하네. 지혜는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뒤에 있지. 온갖 시련의 답인 것이네.(158p)

 

이 책을 읽고 난 후 고은 시인의 시집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보다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그의 시집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가을날, 가벼운 무게감이지만 내용은 결코 허투루 대할 수 없는, 또한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책을 한 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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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감각 - 파리 서울 두 도시 이야기
이나라.티에리 베제쿠르 지음, 류은소라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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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티에리 베제쿠르 <풍경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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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국적을 지닌 남여가 부부가 되고, 이 부부는 배우자의 도시를 타향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탐색하고 관찰한다.
서울과 파리의 도시를 구성하는 거리, 웨딩, 묘지, 도로, 정치, 미술관, 랜드마크, 다리 등 여러가지 주제를 놓고 탐색전을 펼친다.


전반부엔 남편 티에리 베제쿠르가 
파리의 눈으로 본 서울을 이야기 하고, 
후반부엔 아내 이나라가 도시라는 공동체에 대해 말한다.

 


파리의 눈으로 본 서울
파리의 눈으로 본 서울은 어떻게 표현되고 어떻게 느껴질까.

도시의 색도 표현이 되고, 이 색에서도 서울과 파리의 모습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다. 입는 옷에 따라 사람이 다르게 보이듯, 이 또한 같은 이치가 아닐까.

입장하기 쉬운 반면 보안 검사가 철저한 서울과 프랑스의 미술관.
이 부분을 읽는데 방문했던 루브르 박물관이 떠올랐다. 보안이 철저해서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또한, 미술관의 크기가 너무나도 커서 친구가 화장실을 다녀온 후 나를 찾지 못해 울먹울먹했던 그 장면과 공간의 크기에 비해 생각보다 많이 작던 모나리자 그림이 걸려있던 그 공간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진 건 아니었을까.

티에리 베제쿠르는 파리의 눈으로 서울을 보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서울을 단순히 보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했다. 역사에서부터 골목을 거닐며 폐지를 줍는 노인, 그리고 광장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단순한 관찰이 아닌 진심을 담고 그들의 생활을 읽고 느끼려고 했다고 생각했다. 

지도는 전통적으로 권력의 도구다. 영토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영토를 관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영토를 주파해야 한다. 그래서 지도가 필요하다. 조선시대에는 이렇게 왕권의 강화와 국가 통치의 필요성으로 행정 구역의 이름을 수집하며 수많은 행정 지도가 제작되었다. (78p)

글에 담긴 힘, 목소리를 문자화해 고정시킨 그 강력함에 대한 믿음이 한국에는 분명 존재한다. 한국처럼 상시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있는 나라에서, 전통적인 방식대로 손으로 직접 쓴 대자보 한 장이 사회적 논쟁을 촉발시키기도 한다.(96p)

끊임없이 재조립되는 도시
유럽 도시에서는 도시가 완전히 바뀌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세대들이 그 뒤를 잇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한 세대 안에서조차 도시가 여러 번 다시 태어난다. 아파트 단지들과 강남의 대로들은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지 못하고 어떤 혈통도 계보도 잇지 않는 혈혈단신들이다. 서울 도심 종로에서 읽을 수 있는 한양의 도시 계획, 즉 경복궁의 입지와 좌우 대칭 배치, 광화문 앞의 옛 육조거리, 그리고 풍수에 따라 자리 잡은 북궐(경복궁)과 동궐(창덕궁,창경궁), 서궐(경희궁) 덕분에 그나마 우리는 서울이 오래된 도시임을 환기하게 된다.(102p)

한국의 이 아파트는 합리주의 건축사상의 대표주자 르 코르뷔지에가 바로 '주거 기계'라 불렀던 것이 아니겠는가! 르 코르뷔지에는 그랑 앙상블 기획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이면서 프랑스 도시가 지닌 시적 정취가 훼손되도록 한 건축가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지 위에는 여전히 시적 정취가 남아 있다. 오래된 동네 골목들에 여전히 조금 남아 있고, 공원과 숲과 산에는 이보다 훨씬 생생히 살아 있다. 이 시적 정취를 다시 음미하기 위해 많은 한국인은 그토록 한국적인 여가라 할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닐까?(113p)

쓰레기의 인류학
인간이 남긴 자취인 쓰레기를 읽어낼 수만 있다면 쓰레기야말로 누군가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일하고,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은 우리 사회 구조를 반영한다.(151p)

감각의 불협화음
대형 미술관에 처음 방문하면 우리는 지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모든 작품에 눈도장을 찍고야 말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진다. 한 작품이라도 놓칠까 두려워 이 방 저 방 전부 돌아다니지만, 이윽고 우리의 몸은 지치고 머릿속은 연이은 새로운 인상들로 가득 찬다. 제각기 다른 인상의 출현이 우리의 감각을 고조시키며 흥분 상태로 몰아넣기도 하지만, 이내 모든 작품이 머릿속에서 뒤엉키고, 감각들의 불협화음은 대부분 기억에서 새어나가버린다.(157p)


도시라는 공동체

남편 티에리 베제쿠르가 도시를 관찰하고 읽어냈다면, 아내 이나라는 시장, 랜드마크, 다리 등 도시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요소들을 조금 더 면밀하고 세세하게 분석했다.

영혼을 지닌 인간들이 만나는 장소
시장은 물건들의 좌판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간 감정의 교환소다.(219p)

여행을 할 때, 시장은 늘 흥미로운 공간의 대상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 시장을 방문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곳이고, 잠시 틈이 생겨 시장에 간다면 시간이 부족한 것을 원망스러워 하며 발길을 돌리곤 했다. 흔한 도로 상점에서 구하지 못하는 것들을 접하고, 소음과 소란이라는 복잡함 속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방식 등을 구경하며 그들의 생활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만들어진 상상력
내가 어린 시절 보고 싶었던 지구촌 마을의 모습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 비행기 속 청년이 보던 파리 속 아름다운 풍경 역시 여러 자잘한 손질을 거쳐 게재된 '이상적'인 장면일 가능성이 크다.(231p)

랜드마크의 그늘
그러나 어떤 랜드마크가 도시의 정체성을 대단하게 '창조'하거나 '상징'할 것이라는 기대는 호들갑일 뿐이다. 에펠탑은 파리에 있지만, 에펠탑 이전에 이미, 그리고 지금도 파리라는 장소, 파리라는 삶의 방식, 파리의 사람들, 파리라는 영혼, 파리라는 보행로가 파리의 정체성을 만들고 있다.(243p)

서점에 진열된 책 중 베스트셀러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단 한 권의 책이 우리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드물다. 관광객 유치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우리들이 이미 가꾸어낸 삶의 현장을 재빠르게 걷어내고 새로 지은 랜드마크, 이곳저곳 복원한 조선의 궁들은 우리의 공간과 장소 중 아주 일부만을 점유하고 대표할 수 있을 뿐이다.(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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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을 기억하고 싶다

책의 제목을 처음에 접했을 때 감성적인 여행집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서울과 파리에 대해 부부가 느끼는 것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쏟아내며 두 도시에 대한 정보는 물론, 알아두면 좋을 많은 지식들을 집약하고 있었다. 부부 모두가 도시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이런 책은 결코 집필되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10년전 파리를 여행하던 기억을 떠올렸고, 과거를 연결하는 회상의 매개체가 된 책이었다. 얼마전 참여했던 <걷다, 연희> 프로젝트에 이어 이 책은 도시계획이 전공이었던 내게,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던 학문이었는데 그러지 못했을까 라는 후회를 남긴다. 그만큼 나에게 자극이 되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파리를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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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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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우 작가 신간 소설 <모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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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_모르는 사람들
함께 있어도, 곁에 있어도, 같이 오랜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당최 내 옆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혹은 생각이 읽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이것은 나의 마음고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남편을 닥달하는 아내에서 닥달할 수밖에 없었던 아내로 끝난다.
그녀의 삶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말하는 사람은 말만 하고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듣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떤 점에서는 누구보다 잘 듣고 가장 잘 듣는 사람이다.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말하는 사람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말하는 사람이 불완전하거나 서툴게 말하면 그 말을 듣는 다른 사람은 불완전하거나 서툴게 듣지만, 그래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옳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지만, 말한 사람 자신은, 말해진 것이 불완전하고 서͈에도 불구하고, 그것과 상관없이, 완전하고 정확하게 듣는다. 그가 듣는 것이 말해진 말이 아니라 말해지기 전의 말이기 때문이다.(12p)

그때 마침 한 여자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았고, 그 여자의 사랑과 그 여자의 사랑을 통해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어떤 혜택들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그때의 자기는 고백과는 달리 세상이 제공하는 만족을 거절하지 못한 속물이었다고 썼다. "나는 세상에서 살았고, 그러나 세상은 험악했고,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내가 세상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 자주 깨달아졌고, 적합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아주 많이 애를 써야 했고, 무리를 해야 했고, 덩달아 험악해져야 했고, 그러나 잘되지 않았고, 그래서 잘살지 못했다. 살면서 자주 내가 참으로 살기를 갈망했던, 살지 못하고 있는 다른 삶을 그리워했다. 그리워만 하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지 말자는 말을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는 나를 향해 주문처럼 하곤 했다. 그것이 내가 세상을 견디고 혐오스러운 나를 견디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뭐라고 말하든 나는 세상에 붙들려 있었고, 세상과 어울려 있었고, 세상의 일부였고, 그러니까 세상을 견딘다는 것은 나를 견딘다는 뜻이기도 했다."(34p)

평생동안 다른 삶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남자와 한집에서 살아야 했던,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리워할 다른 삶이 없었던, 그래서 자기가 붙어 있는 곳에서 자기를 떼어낼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그래서 허전하고 화나고 숨막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도 어떻게든 붙어 있으려고 버둥거렸을 어머니의 삶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은 가장 모르는 사람이다.(36p)


2편_복숭아 향기
불행과 고통이 그녀의 삶을 지배하게 될 것을 예상했음 에도 불구하고, 그런 삶을 선택한 이유는 그녀의 말대로 과수원에서 짙게 나던 복숭아 향기에 홀려서였을까.

어떤 이야기는 자주 말해지고, 어떤 이야기는 덜 말해지거나 전혀 말해지지 않기도 한다. 자주 말해졌는데도 말해지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야기가 있고 전혀 말해지지 않았는데도 자주 말해진 것으로 간주되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야기는 말해져야 할 시간에 말해지고 어떤 이야기는 말해지지 않아야 할 시간에 말해진다. 말해질 시간에 말해진 이야기는 살지만, 혹은 살리지만, 삶으로써 살리지만, 말해지지 않을 시간에 말해진 이야기는 죽는다, 혹은 죽인다, 죽임으로써 죽는다. 어떤 이야기는 살고 살리기 위해 말해질 시간을 기다린다. 그것은 수순이 중요한 바둑의 한 수와 같다. 바둑알을 어떤 자리에 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자리에 언제 놓느냐가 중요하다.(52p)


3편_윔블던, 김태호
윔블던에 있던 김태호를 찾아달라는 건설사 회장의 부탁을 듣는다.
회장은 받았는지 훔쳤는지 정확하지 않은, 김태호로부터 가져온 그 돈을 돌려주기 위해 애타게 찾았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회장으로부터 전해들은 말을 무시하려고 마음먹지만, 쉽게 그렇게 되지 않고 마음을 바꾸게 된다.

반가움이 아니라 무서움이었다는 그때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갑자기 맞닥뜨린 친숙함이 가장 무섭다는 말을 했다. 친숙한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들러붙든가 뒤통수를 때리든가, 간섭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또 실제로 간섭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는데, 그 말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89p)


4편_강의
갑자기 손가락에 힘이 없다고 말하며 일어나지 못한 아버지. 그의 아버지가 남겨놓고 간 빚더미 속에서 아들 또한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을 직감한다. 빚은 빚으로 갚아야 한다는 무서운 이야기.. 강의하듯 그 이야기를 전한다.

너무 늦기 전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한 여기 올 리 없지요. 실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여기 오는 시간을 미뤄서 진짜로 너무 늦어버리는 거예요. 희망이 날아가버리기 전까지만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게 희망인데, 사람들이 그걸 이해 못행. 여기는 맨 꼭대기예요. 꼭대기보다 높은 데는 없어요. 희망이 날아가버린 다음에 남은 최후의 희망이 이곳에 오는 것인 셈이지요. 꼭대기에는 두개의 길이 있어요. 날거나 떨어지거나. 그것 말고는 없어요.(121p)


5편_찰스
김철수와 찰스의 이이갸. 김철수가 알고있는 찰스, 한국이름 철수는 그가 알고있는 그가 아니었다.

6편_넘어가지 않습니다
동거하던 폭력적인 남자를 떠나 모르는 곳에 머무르고 있는 그녀의 집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혹시나 그녀가 떠나온 남자가 아닐까하고. 하지만 그녀의 집을 서성거리던 남자는 외국노동자였다. 이유는 그 집 근처에서 와이파이가 잘 잡힌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코끝이 찡해왔다.

그녀가 하려고 한 말은, 당신들이 아니라 당신들을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무엇인가가 두렵다는 것이었다. 그 무엇인가가 당신들뿐 아니라 세상에 대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한다는 것이었다. 내 안의 두려움이 내 밖의 모든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한다, 그래서 문을 열지 못하게 한다, 그것이 문제다, 라는 것이었다.(179p)


7편_신의 말을 듣다
대학생 때, 김승종 그가 머물던 방을 수철에게 인계하는 도중에 난방이 고장났다는 사실을 하지 않은 사실이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에서 떠올랐다. 그 사소한 문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도, 확실한 것도 아니었지만 김승종은 그 모임 이후 본인이 떳떳하지 못했던 행동을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일을 그 사건과 연관시키게 된다.

그러나 그 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김승종은 자기를 비난하는 어떤 목소리를 듣고 흔들렸다. 아무도 그가 흔들리나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그를 흔들리게 한 사람조차 그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를 흔들리게 한 사람에게 그를 흔들리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리지만 그 나뭇잎을 흔들리게 하려고 바람이 분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뭇잎이 흔들렸다는 사실만으로 바람에게 그 나뭇잎을 흔들리게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현상이 항상 어떤 의지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193p)


8편_안정한 하루
장필수가 안정한 삶을 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동생이 찾아와 오래전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며 질문을 던진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의 일과가 단조롭고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단조롭고 규칙적이기 위해서는 외부와 접촉하지 않거나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의 삶이 그랬다. 그가 외부에 거의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도 그를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226p)

정보의 공유가 공감의 전제 조건이 된다. (231p)


이승우_작가의 말
두 페이지로 이루어진 작가의 말 중 와닿지 않는 것이 없다.
괜히 이승우가 아니며 역시 이승우 작가이다.
겸손함을 가지고 글을 쓰는 그의 모습이 불투명하게 다가왔다.

이 책안에 대단한 것이 있을 리 없다. 내 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능 좋은 기구들이 그 좋은 성능 때문에 포착하지 못하는 구석진 세상 이치나 주눅든 진실 같은 것이 더듬거리는 허술한 손놀림에는 더러 붙잡히기도 할 거라는 믿음이 여전히 소설을 쓰는 사람의 여전한 희망이라는 말은 해두어야겠다.(244p)

각각의 소설들에 대한 그 소설을 쓸 때의 시대의 간섭이 선명하다. 어떤 소설은 그 간섭에 대한 토로이다. 세상이 요동칠 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없다. 가장 자율적인 것도 자율적이지 않다. 작가의 서툰 손놀림을 따라 구석진 세상 이치나 주눅든 진실 같은 것의 흔적을 같이 더듬어 헤아려보는 이가 독자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그런 의무를 스스로 짊어지는 이들, 여전히 소설을 쓰는 사람의 여전한 희망을 공유한 이들에게 혈육과도 같은 친밀감을 느낀다. 독자를 향해 쓴ㄴ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같이 쓰는 것이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245p)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한 가정에서 가장 노릇을 하는 아버지들의 무거운 어깨를 담아내고 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아버지가 되어 한 가정을 이끄는 남자들의 삶은 어려울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이 있다. 여자의 삶도 어렵겠지만, 대한민국 남자는 정말로 힘들 것 같다는 사실. 여자들이야 결혼, 육아를 통해서 잠시 회사를 떠날 꿈을 꾸고 상상을 할 수 있지만, 사실 남자의 경우, 즉 아버지의 경우 그러한 행동은 곧 무책임함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즉 평생 일을 해야지만 그나마 책임감있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또한 뒷부분에서 다루는 소설의 인물들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자주 등장한다. 5,6편에서 다루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미지는 다르게 묘사되지만, 6장에서 등장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주는데 한 몫 한 것 같다. 이것을 의도해 소설을 썼는지만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러한 작용이 왔다.

잘 아는 사람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 자신도 나를 모르겠는데, 어찌 모든 사람의 속을 헤아리고 알 수 있을까.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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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 -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존 후퍼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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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후퍼 <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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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깔끔한 책, 이탈리아를 말하는 딱 그런 책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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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특파원 혹은 남유럽 담당 편집기자 존 후퍼가 오랫동안 로마에 머물며 이탈리아를 관찰하고 탐색하며 써낸 글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존 후퍼가 이탈리아 전문가라는 것을.

이번 책의 경우는 목차별로 간단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하며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목차별로 간단하게 정리하며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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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의 구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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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의 구성 2
 

- 1장 아름다운 나라, 2장 난폭했던 과거 부분에서는 이탈리아의 역사에 대해 아주 자세하고 세밀하게 설명 하며 책의 서두를 시작한다.

- 3장 어떤 양명성 : 한 국가에서 살고 있지만 개개인마다 이탈리아가 혼란스러울지도 또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다른 특성을 발견하는 양명성과 지역별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언어(방언)를 언급하는 등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한다.(이는 우리 대한민국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금의 사회, 경제 상태로 거듭나기 위해 겪었던 전쟁과 식민지 시절에 대해 사람들마다 각자 바라보는 시선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많은 의견차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장들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 4장 하나 인상의 진실 : 관료주의, , 제도 등에 대한 이탈리아의 특징을,

- 5장 판타지아 : 양날의 검일 수 있는 이탈리아의 판타지아와 애끓는 감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오페라의 연출에 대해

- 6장 겉보기의 중요성 : 말 그대로 그들이 중요시하는 이태리 사람들을의 스타일 및 의상 등을,

- 7장 삶의 기술 : 삶의 고귀함을 기본으로 여가활동과 음식에 대한 애정을,

- 8장 목요일은 뇨키 먹는 날 : 이탈리아인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말한다.

(정해진 것은 정해진 대로 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 9장 성스러운 질서 : 이탈리아 하면 생각나는 바티칸 및 가톨릭 등 그들의 종교에 대해,

-10장 이탈리아 페미니즘 : 평탄하지 않고 굴곡이 있던 이태리 여성 지위 향상에 대해(보수적인 성향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말하고 성희롱에 대한 이야기도 볼 수 있다.(성희롱은 예외가 없는거니)

 

상당수의 이탈리아 여성이 조건형 성희롱을 유감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로 간주한다는 것이 내가 받은 주관적인 인상이다.(166p)
이 부분을 읽는데 적잖게 놀랐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 11장 연인과 아들 : 이탈리아인들의 성문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 12장 가족: 가족을 우선으로 두는 이탈리아인들이었지만, 가족 형태는 역시나 한국처럼 변화하고 있음을 알려주고(가족화는 물론, 이혼 제의 도입이 큰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은 '메네프레기스모', "내가 알게 뭐야"현상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국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 13 춤추지 않는 사람들 :

이탈리아의 거리 풍경은 독특하다. 이탈리아 특유의 상점 입구 디자인이나 도로 표지판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것 말고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다. 왜일까?(207p)

키케로는 "얼굴은 마음의 초상이요 눈은 마음의 통역자"라고 말했다. 그러니 눈에서 드러나는 표정을 감출 수 있다면 이탈리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조심스러운 상호작용에 임할 때 이득이 될 것이 분명하다.(208p)

이는 곧 자신들의 마음을 숨기고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 14장 편들기 : 그들의 축구사랑, 15장 제한적 관행 : 독점하고자 하는 본능,

 

- 16장 명예의 사나이 : 이탈리아는 별로 범죄가 심한 나라가 아니란다. 이 또한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타 유럽국가와 비교했을 때, 훨씬 낮은 편이란다.)

- 17장 로마에선 공짜가 없다 : 혈연주의

- 18장 용서와 정의 : 무허가 노천카페(무단 도로점용이 떠오르는군..)

먼저 일부터 벌이고 허가는 나중에 받든가 말든가 하는 것이 이탈리아의 방식이다 그렇지만 좀 더 자세히 관찰하면 이탈리아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탈리아인은 사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엄격하게 원칙을 지킨다. 대단한 역설이다. 이탈리아인은 법은 준수하지 않아도 관례는 융통성 없이 완고하게 따른다. (277p)

 

이탈리아인은 냉소적이기는 해도 대체로 다정한 사람들이다.(282p)

- 19장 이탈리아인이라는 정체성 : 이탈리아라는 관념에 대해 말한다.

여러 면에서 외국인이 밖에서 들여다보는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동질적인 나라다. 다른 면에서는 아무리 달라도, 이탈리아인 대다수가 공유하는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아마도 가족 간 유대일 것이다.(298p) 

 

  이 책은 이탈리아인들의 문화, 음식, 제도, 성격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며 이태리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책이다.

이태리 남자들의 경우 동양 여자들에 대한 호감을 아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태리 사람들이 상당히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태리 사람들의 성향이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것을. 그러한 이유로 젊은 세대층도 기성 세대층이 즐겨하는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선호하는 rock 밴드 top 3의 연령층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태리 음식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있는 것 또한 그들의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자부심이 생겨났고, 결국 우리나라까지 이렇게 전파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느겼던 것은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이탈리아인들과 이 책에서 묘사되는 그들은 다른 점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성향이나 그들의 행동 등 많은 것들이 정말 달랐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혹은 관심이 있고 또 아니면 그냥 이탈리아 문화, 정치, 생활 등 그 어느 분야를 조금이라도(상당히 자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또한 이탈리아인들의 의외의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되지 않을까.

 

 

10년전 갔던 이탈리아로 다시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남부 토스카나 지방이라면, 참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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