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추다 - 딱 하나뿐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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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자그마한 책이라 속에 지니고 다니기 딱 좋다.
에세이에는 다양한 주제가 있다.
여행을 주제로 하는 에세이,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에세이, 그리고 삶을 이야기 하는 에세이 등등.
나는 아무래도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다른 것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여기에는 내가 선호하는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들을 볼 수 있다.

- 특별한 너와 나 / 대체불가능한 것의 품격
- 특별한 인생 / 삶을 헤아리는 방법
- 특별한 존재 / 관계의 본질
- 특별한 서재 / 나의 벗, 그리고 나의 스승
 
이렇게 네 개의 목차로 구성되는 에세이집, 김미나 작가의 <눈을 맞추다>에서는 다양한 것들이 드러난다.
그냥 삶을 대하는 방법, 그리고 동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에세이에서 흔히 보기 힘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등도 함께.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노란색과 빨간색의 포스트잇이 다닥다닥 붙어버렸다.
마음에 지니고 다녀야 할 말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가슴으로 느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모든 곳을 표시해 놓았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대할 때 어느 것에, 어느 사람에, 어느 태도에 눈을 맞추고 살아가야 할까?

 

나는 하나의 예술 작품입니다.
나는 매일 근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예술 작품이 근사하게 보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예술 작품이란 보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10p)

 

나는 무엇을 얼마나 가졌던 사람인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었는지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라도 두 번 떠올릴 만한 가치가 있는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25p)

 

타인의 시선이야말로 내가 나를 가둘 수 있는 가장 견고한 감옥입니다.(39p)

"당신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어요. 내가 당신 생각을 할 일이 없거든요." 진정으로 남들과 달라지기 위해

당신이 걸쳐야 할 것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샤넬의 정신입니다.(23p)

 

일 년 삼백육십오 일 중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날이 이틀이 있습니다. 하나가 '어제'이고 또 다른 하나가 '내일'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이야말로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웃고, 마음껏 읽고, 마음껏 보고, 마음껏 살기에 딱 적당한 날입니다.(82p)

 

이렇게 태어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사는 것은 나의 선택입니다.
어쩌다 넘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지만,
지금까지도 넘어진 채로 주저앉아 있는 것은 나의 선택입니다.(89p)

 

창의적으로 산다는 것은 현실의 온갖 걱정이 손발을 묶어도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는 것입니다.(97p)

책이 좋은 점은 그들의 생의 시작과 끝을 다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상처받지 않고 삶과 사람을 배우는 데에 이만한 방법이 없습니다.(153p)

 

책을 읽는 사람은 죽기 전까지 수천개의 인생을 살 수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면 내가 아는 삶은 단 하나뿐입니다.(158p)

그렇지만 책이 무거운 건 당연합니다. 그 안에 하나의 세계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160p)


책은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고 삶의 친구가 된다.

 

김미나 작가는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것이라고.
정해진 기준과 원칙은 없으며, 우리는 우리들 방식대로 삶을 살아나가면 된다고, 타인의 시선으로 부터 자유로워 지라고.

마치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향이 맞다고, 나를 안심시켜주는 한마디의 위로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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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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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우 작가 신간 소설 <모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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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_모르는 사람들
함께 있어도, 곁에 있어도, 같이 오랜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당최 내 옆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혹은 생각이 읽히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이것은 나의 마음고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남편을 닥달하는 아내에서 닥달할 수밖에 없었던 아내로 끝난다.
그녀의 삶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말하는 사람은 말만 하고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듣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떤 점에서는 누구보다 잘 듣고 가장 잘 듣는 사람이다.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말하는 사람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말하는 사람이 불완전하거나 서툴게 말하면 그 말을 듣는 다른 사람은 불완전하거나 서툴게 듣지만, 그래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옳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지만, 말한 사람 자신은, 말해진 것이 불완전하고 서͈에도 불구하고, 그것과 상관없이, 완전하고 정확하게 듣는다. 그가 듣는 것이 말해진 말이 아니라 말해지기 전의 말이기 때문이다.(12p)

그때 마침 한 여자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았고, 그 여자의 사랑과 그 여자의 사랑을 통해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어떤 혜택들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그때의 자기는 고백과는 달리 세상이 제공하는 만족을 거절하지 못한 속물이었다고 썼다. "나는 세상에서 살았고, 그러나 세상은 험악했고,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내가 세상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 자주 깨달아졌고, 적합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아주 많이 애를 써야 했고, 무리를 해야 했고, 덩달아 험악해져야 했고, 그러나 잘되지 않았고, 그래서 잘살지 못했다. 살면서 자주 내가 참으로 살기를 갈망했던, 살지 못하고 있는 다른 삶을 그리워했다. 그리워만 하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지 말자는 말을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는 나를 향해 주문처럼 하곤 했다. 그것이 내가 세상을 견디고 혐오스러운 나를 견디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뭐라고 말하든 나는 세상에 붙들려 있었고, 세상과 어울려 있었고, 세상의 일부였고, 그러니까 세상을 견딘다는 것은 나를 견딘다는 뜻이기도 했다."(34p)

평생동안 다른 삶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남자와 한집에서 살아야 했던,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리워할 다른 삶이 없었던, 그래서 자기가 붙어 있는 곳에서 자기를 떼어낼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그래서 허전하고 화나고 숨막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도 어떻게든 붙어 있으려고 버둥거렸을 어머니의 삶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은 가장 모르는 사람이다.(36p)


2편_복숭아 향기
불행과 고통이 그녀의 삶을 지배하게 될 것을 예상했음 에도 불구하고, 그런 삶을 선택한 이유는 그녀의 말대로 과수원에서 짙게 나던 복숭아 향기에 홀려서였을까.

어떤 이야기는 자주 말해지고, 어떤 이야기는 덜 말해지거나 전혀 말해지지 않기도 한다. 자주 말해졌는데도 말해지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야기가 있고 전혀 말해지지 않았는데도 자주 말해진 것으로 간주되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야기는 말해져야 할 시간에 말해지고 어떤 이야기는 말해지지 않아야 할 시간에 말해진다. 말해질 시간에 말해진 이야기는 살지만, 혹은 살리지만, 삶으로써 살리지만, 말해지지 않을 시간에 말해진 이야기는 죽는다, 혹은 죽인다, 죽임으로써 죽는다. 어떤 이야기는 살고 살리기 위해 말해질 시간을 기다린다. 그것은 수순이 중요한 바둑의 한 수와 같다. 바둑알을 어떤 자리에 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자리에 언제 놓느냐가 중요하다.(52p)


3편_윔블던, 김태호
윔블던에 있던 김태호를 찾아달라는 건설사 회장의 부탁을 듣는다.
회장은 받았는지 훔쳤는지 정확하지 않은, 김태호로부터 가져온 그 돈을 돌려주기 위해 애타게 찾았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회장으로부터 전해들은 말을 무시하려고 마음먹지만, 쉽게 그렇게 되지 않고 마음을 바꾸게 된다.

반가움이 아니라 무서움이었다는 그때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갑자기 맞닥뜨린 친숙함이 가장 무섭다는 말을 했다. 친숙한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들러붙든가 뒤통수를 때리든가, 간섭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고, 또 실제로 간섭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는데, 그 말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89p)


4편_강의
갑자기 손가락에 힘이 없다고 말하며 일어나지 못한 아버지. 그의 아버지가 남겨놓고 간 빚더미 속에서 아들 또한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을 직감한다. 빚은 빚으로 갚아야 한다는 무서운 이야기.. 강의하듯 그 이야기를 전한다.

너무 늦기 전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한 여기 올 리 없지요. 실은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여기 오는 시간을 미뤄서 진짜로 너무 늦어버리는 거예요. 희망이 날아가버리기 전까지만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게 희망인데, 사람들이 그걸 이해 못행. 여기는 맨 꼭대기예요. 꼭대기보다 높은 데는 없어요. 희망이 날아가버린 다음에 남은 최후의 희망이 이곳에 오는 것인 셈이지요. 꼭대기에는 두개의 길이 있어요. 날거나 떨어지거나. 그것 말고는 없어요.(121p)


5편_찰스
김철수와 찰스의 이이갸. 김철수가 알고있는 찰스, 한국이름 철수는 그가 알고있는 그가 아니었다.

6편_넘어가지 않습니다
동거하던 폭력적인 남자를 떠나 모르는 곳에 머무르고 있는 그녀의 집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혹시나 그녀가 떠나온 남자가 아닐까하고. 하지만 그녀의 집을 서성거리던 남자는 외국노동자였다. 이유는 그 집 근처에서 와이파이가 잘 잡힌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는 코끝이 찡해왔다.

그녀가 하려고 한 말은, 당신들이 아니라 당신들을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무엇인가가 두렵다는 것이었다. 그 무엇인가가 당신들뿐 아니라 세상에 대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한다는 것이었다. 내 안의 두려움이 내 밖의 모든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한다, 그래서 문을 열지 못하게 한다, 그것이 문제다, 라는 것이었다.(179p)


7편_신의 말을 듣다
대학생 때, 김승종 그가 머물던 방을 수철에게 인계하는 도중에 난방이 고장났다는 사실을 하지 않은 사실이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에서 떠올랐다. 그 사소한 문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도, 확실한 것도 아니었지만 김승종은 그 모임 이후 본인이 떳떳하지 못했던 행동을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일을 그 사건과 연관시키게 된다.

그러나 그 술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김승종은 자기를 비난하는 어떤 목소리를 듣고 흔들렸다. 아무도 그가 흔들리나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그를 흔들리게 한 사람조차 그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것은 그를 흔들리게 한 사람에게 그를 흔들리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리지만 그 나뭇잎을 흔들리게 하려고 바람이 분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뭇잎이 흔들렸다는 사실만으로 바람에게 그 나뭇잎을 흔들리게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현상이 항상 어떤 의지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193p)


8편_안정한 하루
장필수가 안정한 삶을 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동생이 찾아와 오래전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며 질문을 던진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의 일과가 단조롭고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단조롭고 규칙적이기 위해서는 외부와 접촉하지 않거나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의 삶이 그랬다. 그가 외부에 거의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도 그를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226p)

정보의 공유가 공감의 전제 조건이 된다. (231p)


이승우_작가의 말
두 페이지로 이루어진 작가의 말 중 와닿지 않는 것이 없다.
괜히 이승우가 아니며 역시 이승우 작가이다.
겸손함을 가지고 글을 쓰는 그의 모습이 불투명하게 다가왔다.

이 책안에 대단한 것이 있을 리 없다. 내 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능 좋은 기구들이 그 좋은 성능 때문에 포착하지 못하는 구석진 세상 이치나 주눅든 진실 같은 것이 더듬거리는 허술한 손놀림에는 더러 붙잡히기도 할 거라는 믿음이 여전히 소설을 쓰는 사람의 여전한 희망이라는 말은 해두어야겠다.(244p)

각각의 소설들에 대한 그 소설을 쓸 때의 시대의 간섭이 선명하다. 어떤 소설은 그 간섭에 대한 토로이다. 세상이 요동칠 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없다. 가장 자율적인 것도 자율적이지 않다. 작가의 서툰 손놀림을 따라 구석진 세상 이치나 주눅든 진실 같은 것의 흔적을 같이 더듬어 헤아려보는 이가 독자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그런 의무를 스스로 짊어지는 이들, 여전히 소설을 쓰는 사람의 여전한 희망을 공유한 이들에게 혈육과도 같은 친밀감을 느낀다. 독자를 향해 쓴ㄴ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같이 쓰는 것이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245p)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한 가정에서 가장 노릇을 하는 아버지들의 무거운 어깨를 담아내고 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아버지가 되어 한 가정을 이끄는 남자들의 삶은 어려울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이 있다. 여자의 삶도 어렵겠지만, 대한민국 남자는 정말로 힘들 것 같다는 사실. 여자들이야 결혼, 육아를 통해서 잠시 회사를 떠날 꿈을 꾸고 상상을 할 수 있지만, 사실 남자의 경우, 즉 아버지의 경우 그러한 행동은 곧 무책임함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즉 평생 일을 해야지만 그나마 책임감있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또한 뒷부분에서 다루는 소설의 인물들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자주 등장한다. 5,6편에서 다루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미지는 다르게 묘사되지만, 6장에서 등장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주는데 한 몫 한 것 같다. 이것을 의도해 소설을 썼는지만 모르겠지만 나에겐 그러한 작용이 왔다.

잘 아는 사람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 자신도 나를 모르겠는데, 어찌 모든 사람의 속을 헤아리고 알 수 있을까.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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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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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누군가의 서재를 직,간접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늘 나의 흥미를 돋우고 동시에 나를 자극하는 일이다.

내 이름의 가운데를 차지하는 알지(知) 덕분인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어 하는 내게 ‘지(知)의 서재’로 표현되는 그의 서재가 더욱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약 20만권을 보유하며 고양이 빌딩이라 불리는 그의 서재는 도서관으로 불리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방대한 책의 양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적절한 색인과 설명만 간단하게 작성된다면 바로 도서관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운 좋게 제주도에 머물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책의 두께와 느낌적인 느낌으로 상당히 난해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그냥 스쳐 지나갈 만한 가벼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으면서도 역사, 정치, 과학, 종교, 철학, 인류학, 예술 등 여러 분야를 총망라하는 지식을 집약적이고 압축적으로 쉽게 풀어내어 교양을 쌓기 좋은 책으로 여행지에서 읽기에도 훌륭한 책이었다.


나는 그의 책을 한마디로 얇은 <백과사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생활 속에서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해온 그만의 ‘공부 방법’이 뿌리가 되어 그의 서재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었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쌓아온 지식과 경험의 흔적이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책이다. 수집을 위한 수집이 아닌 배움의 욕구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의 서재를 보여주는 이 책은 간편하게 읽기 좋은 ‘백과사전’이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박으로 표현되는 대한민국이란 치열한 사회에서 ‘책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 즉, ‘나는 지금 시간 낭비 하지 않고 있다’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배움의 열망’에 적절하게 부응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여러 분야의 책들을 주제별로 소개하며 쉽게 내용을 전달하고 중간 중간 그 분야와 관련해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하기도 하는데, 본인의 수준과 취향에 따라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깊이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배움의 열망’을 수준에 맞게 활용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다


나는 책을 색 별로 정리해왔다. 깔끔하고 눈에 보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다카시는 책을 주제별로 정리하더라. 나는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또 적지 않게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내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책을 주제별로 정리한다면 고작해야 5~6개 분야가 되지 않을까? 다카시가 더욱 존경스러운 것은 이 점이다. 책의 양을 떠나서 책을 주제별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분야에 더 깊게 들어가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독서의 편식이 심한 나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 되었다.


일부 세계사를 및 프랑스 철학자 멘드비랑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 지식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다카시는 이러한 생각을 독자가 하고 있음을 미리 예상했는지 독자를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 방법 또한 제시해주고 있었다.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일방적으로 전달받지 않고 ‘소통하며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점이 이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현지인과 친해지는 요령 등에서 잠시 외설적인 단어를 비치는 등의 것들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며 생활 속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꿀 팁‘으로 이는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주제와 어울려 산을 오르는 데 필요한 마치 쉼터 같은 곳으로 책을 읽는 내내 ’등산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산초메 서재에서 예술, 문학 부분은 늘 관심이 있던 터라 왠지 모를 반가움이 느껴졌고, 중국의 유명한 화가 차오용의 작품 <프리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아비뇽의 피에타> 등의 모르던 작품은 검색을 통해 그림을 눈에 익게 하고 더 깊이감을 가질 수 있도록 분발해야겠다는 자각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카시는 본인이 인터넷 사전을 보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그의 서재가 백과사전이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간편하고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찾고 습득하려고 한 내게 드는 생각이 있었다. '편리함에 익숙해지지 말자'







끝내며


많은 것들을 노트에 적어가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읽게 되면 더 많은 것들을 적어내는 여유가 생기겠지. 


어떤 책에도 그것을 산 이유는 있다고 다카시는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그 이유가 책을 읽고 난 후 책의 부실한 내용 등으로 인해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넘쳐나는 공급으로 인해 좋지 않은 책들이 그 이유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산 이유는 단지, 많은 책을 소유하고 있는 어느 작가가, 얼마나 많은 종류의 도서를 보유하고, 또 그것들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가벼운 호기심 때문에 산 것이었다. 책을 읽고 난 후 그 호기심을 넘어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나를 자극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었다. 지식적인 면에서나 책을 아끼는 마음에서나 다방면에서 말이다. 그도 말했다. 가치 있는 책을 읽은 시간도 부족하고, 책을 샀다고 해서 아깝다고 그냥 읽기에는 안 좋은 책 또한 많다고. 이 책은 나에게 늘 곁에 두고 읽을 간편한 ‘백과사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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