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에토 모리 지음, 이송희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2월
구판절판


"기다려, 어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식으로 단정짓지 말라는 거야. 모두들 내성적이고 얌전한 마코토라고 말하는 게 진짜 마코토라고 단언할 순 없어. 어쩌면 주위 사람들이 제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고서는 그런 이미지에 마코토를 얽어맸던 것인지도 모르지. 그와 마찬가지로 너도 전생에서 흉악범이었다는 식으로 너무 스스로를 단정짓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잘못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 법이니까 말이지." -79쪽

사노 쇼코에 대한 자문 자답. 나는 쇼코의 꿈을 깨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을까? 모르겠어. 쇼코가 꿈꾸는 고바야시 마코토 역할을 연기해 주는 편이 나았을까? 그렇게는 할 수 없지. 그렇다 치더라도 왜 쇼코는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마코토를 미화시켜 버렸을까? 사랑은 맹목이니까. 사랑? 쇼코는 마코토를 사랑했던 걸까? 마코토의 안중에도 없었던 사노 쇼코가? 아니야, 설령 그랬다 치더라도 쇼코가 사랑한 것은 극단적으로 미화된 고바야시 마코토였어. 현실 속의 마코토를 무시한, 가공의, 제멋대로의 사랑. 어쨌거나 쇼코 역시 언젠가는 알게 되었을거야. 그렇게 아름다운 열네 살이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래도 모두들, 아름답지 않더라도, 비참하더라도, 꾀죄죄하더라도, 열심히들 살고 있건만……. -123쪽

마지막으로 나는, 네 내면에 존재하는 평범한 부분과 비범한 부분을 둘 다 진심으로 사랑한단다. 엄마가.-132쪽

"엄만 사실은 아직도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와서는 이미 나 스스로도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그래도 무엇인가를 계속 찾아보려는 마음을 지울 수 없으니 말이야. 정말 나 자신이 싫어져. 욕심이 많다고 해야 하는 건지, 집념이 강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반성은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엄마의 문제점이었다. "욕심이 많은 것도, 집념이 강한 것도 아니고." 하고 나는 이 기회에 전부터 은밀히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해 주었다. "그건 대단한 게 아니라 엄마는 그냥 단순히 싫증을 잘 내는 것뿐이야." "뭐?" 엄마는 처음 듣는 소리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200쪽

지난번에 쇼코에게 심한 말을 퍼부은 것이 이제 와서 후회가 되었다. 쇼코에게 마코토는 가공의 존재 같은 게 아니었다. 견디기 힘든 현실을 어떻게든 살아가기 쉽게 하기 위한 가이드 비슷한 존재였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마코토의 상처에 지나치게 얽매이느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상처에 대해서는 무심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마코토뿐만이 아니다. 쇼코뿐만도, 히로카뿐만도 아니다. 이런 힘든 세상에서는 분명 누구나 다 동등하게 상처입은 이들인 것이다.-222쪽

나는 눈꺼풀 안쪽에,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를 그려 보았다. 때로는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컬러풀한 저 세계. 그 극채색 소용돌이로 돌아가자. 거기서 모두와 더불어 온통 색깔투성이가 되어 살아가자. 설령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240-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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