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의 매 Mr. Know 세계문학 44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8월
품절


플릿크래프트는 훌륭한 시민이자 좋은 남편이고 아버지였다.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주변 환경에 맞추어 사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고 자랐다. 주변 사람들도 그와 같았다. 그가 아는 인생은 공평하고 정연하고 이성적이고 책임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철제 빔의 추락이 인생은 본래 그런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훌륭한 시민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인 그도 사무실에서 식당에 가다가 떨어지는 빔에 맞아 즉사할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죽음은 그렇게 마구잡이로 찾아오며, 사람은 눈먼 운명이 허락하는 동안만 목숨을 부지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그런 운명의 불공평함이 아니었다. 최초의 충격이 지난 뒤 그 점은 받아들였다. 그를 괴롭힌 것은 그가 영위해 온 정연한 일상이라는 게 인생 본래의 길이 아니라 인생을 벗어난 길이라는 깨달음이었다. 그는 철제 빔이 추락한 장소에서 5미터도 가기 전에 이 새로운 발견에 따라 자기 인생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다시 평화를 되찾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마쳤을 때 변화의 방법을 찾았다. (이어서)-85-86쪽

(이어서) 인생은 난데 없는 빔의 추락으로 그 자리에서 끝날 수도 있으니 그 자신도 난데없이 살던 곳을 떠나서 인생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도 남들만큼 가족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 정도 재산을 남겨주고 떠나면 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걸 알았고, 그의 가족애는 결별을 못 견딜 만큼 남다른 것이 아니었다. -86쪽

"(전략) 그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충분히 합리적인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결국 타코마에 두고 떠난 것과 똑같은 생활로 빠져 들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철제 빔 사건 때문에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빔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빔이 떨어지지 않는 생활에 인생을 맞춘 거죠."-86쪽

"아주 훌륭해요, 선생. 정말 훌륭해. 나는 자신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소. 그리고 진실이 아니라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가장 믿지 않소. 그런 사람은 바보인데다 또 자연 법칙을 거역하는 바보이니 말이오."-140-141쪽

"나를 죽이면 새는 어떻게 찾을 겁니까? 새를 손에 넣을 때까지 나를 죽이지 못한다는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나를 협박해서 새를 받겠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까?"-238쪽

"기가 막히는군요! 물건 훔치는 것 이번이 처음입니까? 어찌나 선량들 하신지요! 다음에는 무얼 할 생각입니까? 무릎 꿇고 기도라도 할 겁니까?"-245쪽

(옮긴이의 말) 플릿크래프트 이야기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어떤 조화나 섭리에 기대기보다 자기 확신과 상황에 따른 실존적 결단을 통해, 그리고 정서적 애착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사람의 우화가 된다. 이것은 작품의 마지막 장에서 스페이드가 오쇼네시에게 보여주는 태도의 복선이 되기도 한다.-28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