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는 뭐든지 갖고 있다. 아버지는 큰 보험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집도 유복하다. 누님의 말대로 용모에도 부족함은 없을 테고, 능력도 빠지는 데는 없다. 다만, 탐욕스럽다. 마모루는 생각한다. 자신에게는 부족한 것은 없지만, 똑같이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은 그 외에도 많이 있다. 자신도 열 개를 갖고 있고 옆 사람도 열 개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그 옆에 있는 사람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싶다면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를 빼앗아 버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다. 미우라 같은 인간-지금은 대다수가 그렇다-이 만족감과 행복감을 얻으려면, 덧셈으로는 더 이상 안 되는 것이다. 뺄셈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녀석은 즐겁겠지. 미우라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모루는 혼잣말을 했다.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빼앗는 일이 그저 순수하게 즐겁기 때문에 하고 있을 뿐이다. -51-52쪽
마모루는 가끔, 인간의 마음이란 양손을 깍지 낀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게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오른손과 왼손의 같은 손가락이 서로 번갈아 가며 깍지를 낀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상반되는 두 개의 감정이 등을 맞대고 서로 마주하고 있지만, 양쪽 모두 자신의 손가락이다. 어머니도 분명히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혼 서류에 손도 대지 않고, 살아있는 동안 한마디도 남편에 대한 비난의 말을 입에 담지 않고, 구사카라는 성을 버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도 아버지를 미워한 적이 없었을 리가 없다. 아주 잠깐이라도.-55-56쪽
"네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 그저 약했을 뿐이지. 슬플 정도로 약했지. 그 약함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야. 네 안에도 있어. 그리고 네가 네 안에 있는 그 약함을 깨달았을 때 '아아, 아버지랑 똑같구나'하고 생각하겠지. 어쩌면 부모가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을지 몰라. 세상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할아버지가 무서워하는 건 그거란다. (중략) 할아버지 생각에, 인간에는 두 종류가 있어. 하나는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는 인간. 다른 하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해내고 마는 인간.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나쁜 건 자신의 의사로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한 일에 대해 변명을 찾는 거지." 마모루, 아버지를 네 변명으로 삼아서는 안 돼. 어떤 일에서도 변명을 찾아서는 안 된단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아버지의 약함과, 약한 아버지의 슬픔을 알게 되는 때가 올 거야-그렇게 말하고, 할아버지는 처음으로 도구를 쥐는 법을 가르쳐 주었을 때 했던 것처럼 마모루의 손을 잡았다. -106-107쪽
한 덩어리의 치즈다. 그는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형사들은 주위를 뛰어다니는 쥐들. 여기저기, 매번 다른 각도에서 물어뜯는 작은 이빨. 허를 찔러 터무니없는 곳을 갉다 보면, 그가 속까지 완전히 치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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