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우 저택 사건 1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6월
구판절판


이런 식으로 상상하는 것도 더 이상은 곤란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을 바보 취급한다고 여기다니 그야말로 피해망상이다. 더욱이 이런 망상에 사로잡힐 때마다 반사적으로 뇌세포를 총동원하여, 혹시라도 상대가 자신에 대한 혐오를 실제로 드러내면 뭐라고 대꾸해 줄지를 궁리하게 된다. 거의 병이다.
멋대로 상상하고 멋대로 화를 낸다. 이런 망상이 계속 이어졌다가는 진짜로 지나가는 누군가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그러다 쫓아온 경찰에게 붙잡혀 경찰차에 질질 끌려가면서 "날 바보 취급했다고! 저 자식, 날 비웃었다고!" 하며 연신 고함을 지르리라.
위험하다. 얼른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12-13쪽

"역사가 먼저냐, 인간이 먼저냐. 영원한 수수께끼지. 그렇지만 난 이미 결론을 내렸어. 역사가 먼저야. 역사는 자기가 가려는 쪽을 지향해.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인간을 등장시키고, 필요 없게 된 인간은 무대에서 내리지. 때문에 개개의 인간이나 사실을 대체하더라도 상관없는 거야. 역사는 스스로 보정하고 대역을 세우면서 사소한 움직임이나 수정 등을 모두 포용할 수 있거든. 그러면서 내내 흘러가는 거지."
높은 데서 다카시를 내려다보며 '한수 가르쳐 주마'라고 하는 듯한 거들먹거림은 아니다. 회사의 불합리한 처사나 부조리에 대해 불평하는 후배에게 어차피 세상은 그런 거니 체념하라고 위로하는 선배의 말에 담긴, 피로감이 뒤섞인 자포자기의 울림과 비슷하다.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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