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섹타겟돈 - 곤충이 사라진 세계, 지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올리버 밀먼 지음, 황선영 옮김 / 블랙피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에서 꿀벌의 집단 실종으로 피해를 본 양봉업자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이것은 꿀벌 약 80억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셈이라는 앵커의 무거운 말이 이어졌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후 길을 가다가 떨어져 죽어 있던 꿀벌을 보며 심각하게 다가오는 환경 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당연하게도 기후 위기를 첫 번째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지만 사실 기후 위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농경지와 도시의 확대, 보다 편한 경작을 위한 살충제 사용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할 것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의 남긴 이 의미심장한 말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비단 꿀벌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게 수분 매개자인 꿀벌을 인용했을 뿐 곤충 전체의 문제로 다가온 이 위협은 최근 인섹타겟돈 insect+armageddon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더욱 곤충 전멸로 인해 인류 앞에 닥친 재앙을 많은 환경운동가와 과학자들이 한목소리를 내어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올리버 밀먼의 인섹타겟돈 역시 곤충 세계의 닥친 위기와 그 원인을 살펴볼 것이며, 유례없이 가속화되고 있는 곤충의 멸종 현상을 추적하고, 곤충의 위기가 어떻게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지, 막을 방법은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여섯 번째 대 멸종'이 될지 모른다

곤충은 수백만 년 동안 육지 환경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며 생태계 사이클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징그럽고 혐오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곤충은 인류 문명을 위한 기반을 형성해왔는데 우리의 식량을 늘려주고 각종 동, 식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며 죽은 사체를 처리하는 분해자가 되기도 하며 해충을 제거하고 토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일을 수행하기도 한다. 영국의 이스트 앵글리아대학교 환경생물학 교수 레이철 위런은 곤충에 대한 우리의 높은 의존도를 인터넷에 비유하기도 했다.



생태계에서는 모든 것이 이런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종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네트워크 링크 몇 개를 끊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링크를 많이 끊을수록 인터넷이 적게 남을 것이고,

결국 인터넷이 더는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인간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곤충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파리와 모기, 말벌, 개미 같은 곤충일 것이다. 그중 파리만 하더라도 인류에게 중요한 입지를 가지 곤충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단순 해충으로 치부해버렸고 파리가 가진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파리를 없앴다고요?

그러면 초콜릿도 사라집니다.


영국 국립자연사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파리의 열렬한 옹호자인 에리카 맥앨리스터는 당근, 후추, 양파, 망고, 여러 과일나무가 자랄 때 파리는 중요한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 초콜릿 또한 파리가 없었으면 맛보기 힘든 농작물에 속한다며 언급하고 있다. 파리는 수분 매개자로서 벌보다 더 오랫동안 일하고 추위도 어 꿋꿋하게 이겨낸다. 쌍시류(흔히 파리라고 불리는 목)은 약 16만 종이 있는데, 집파리, 각다귀, 모기, 초파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파리의 중요성을 인지한다며 우리 주위에서 없어져야 할 해충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을 갖춘 환경 공학자들과 비슷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곤충의 인류의 건강에도 크게 기여했다. 꿀은 심장 진환을 치료할 때 산화 방지제이자 항균 물질로 쓰였고, 말벌의 독은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항생 물질에 대한 내성이 점점 커지자 연구원들은 한때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신약의 중요한 원료로 곤충을 꼽았고, 코로나 119 사태로 고통받았던 인류에게도 열대 거세미나방의 변형 세포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노바벡스에서 개발한 백신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곤충이 전멸하면 인류와 곤충을 연결한 생명의 끈이 끊겨버려 인류마저 큰 타격을 입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토양 생태계에서 중요한 딱정벌레의 예는 어떠한가? 딱정벌레는 숲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무가 쓰러지면 딱정벌레는 나무를 씹어서 쉽게 분해를 하도록 도와준다. 그 덕에 분해를 돕는 곰팡이가 나무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고 그러면 나무의 질소와 인이 퍼져나가면서 숲을 나무로 다시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톡토기라고 불리는 톡토기목 곤충을 잡아먹는데, 톡토기는 숲의 바닥에 쌓이는 낙엽이 빨리 분해되도록 돕는 곤충으로 딱정벌레가 없으면 톡토기가 급증해서 낙엽을 너무 빨리 분해하는 바람에 숲 바닥의 탄소 저장량이 부족해진다. 이런 톡토기는 탄소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또 쇠똥구리들은 동물의 배설물에서 거름을 흙으로 내려보내 토양에 영양분을 다시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생물 간의 복잡하게 얽힌 사이클은 한 개체만 사라져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곤충의 멸종에 대항하는 다양한 움직임들

급격한 곤충의 감소를 막기 위한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주민으로부터 시작된 이 움직임은 환경보호단체로 퍼져 곤충을 살릴 수 있도록 유럽 중심부에 있는 농경지에 변화를 호소하며, 농지의 30%를 곤충에게 호의적인 유기농 농지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했고, 또 습지와 산울타리를 원상 복구하고,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광공해를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윤만을 중시하던 거대 기업들과의 마찰로 크게 난항을 겪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기업들도 점차 곤충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간의 활동이 줄어든 것은 곤충에게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가에 있던 풀을 다듬거나 제초하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자 곤충의 중요한 서식지이기도 한 그곳은 들꽃이 풍성하게 피었고 다시 곤충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런한 계기로 영국에서는 야심 찬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는데 국토의 4분의 1을 자연에 돌려주자는 아이디어로 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 곤충과 다른 생물이 돌아올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곤충들과 동, 식물들을 위한 서식지를 잇는 연결하는 다리의 중요성도 언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지나다 "야생동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라고 쓰인 다리 모양의 건축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생태계의 연결성을 고려한 특수한 다리로 야생동물들의 중요한 연결로로 이용되고 있다. 야생동물 통로를 논할 때는 곤충을 포함하게 되어 있다. 곤충 또한 유전적인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곤충이 적합한 서식지 사이를 이동할 수 있도록 안전한 통로가 필요한 것이다.

이 밖에도 도심 한가운데서도 곤충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스탠더드 오일'의 윤활유 공장이었던 건물의 옥상에 들꽃을 풍성하게 심어 목초지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파릇파릇한 식물들이 곤충에게 예상하지 못한 오아시스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곤충의 세계는 갑자기 망가진 것이 아니다.


벌이나 나비가 아닌 곤충은 전부 해충으로 여기며 죽이던 인식도 큰 문제가 된다. 꿀벌은 수분 매개자로서 중요한 곤충이지만 다른 곤충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곤충 전멸을 막는데 중요한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이유 없이 곤충을 죽이던 습관을 버리고 농업 전반적인 시스템을 정비하고, 생활 수준의 개선과 환경 파괴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환경운동가와 여러 생물학자들의 경고와 복잡한 사이클을 뒤로하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보다 간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며 더 이상 인간의 편의를 위한 산업화를 그만두는 일. 즉 인간의 편의를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그만두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상일뿐 실현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구에게 있어 인간이란 존재란 지구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 이상의 유해한 존재일 것이다. 땅을 유독하게 만들면 대기의 화화 성분이 달라지게 하며, 인간의 편의를 들먹이며 생물학적인 사막을 형성한다. 인간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지구의 주인이었던 곤충과 인간의 공존은 곤충의 멸종을 막기 위함이 아닌 인간의 멸종을 막기 위함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인류는 곤충에게 인류가 필요한 것이 아닌 인류에게 곤충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한 인식을 무시한다면 생물의 다양성은 천천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위협은 하나씩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곤충을 하찮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하며 인간의 건강이나 기후변화에 따른 대처 같은 동기가 곤충을 보호하는 계획과 맞물릴 때 가장 이상적인 실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의 증명'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최진영 작가와 1920년대 근대 여성 작가인 백신애 작가의 근대와 현대를 잇는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자는 취지는 근래에 없던 신선한 기획으로 나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한국 문학을 중점적으로 포스팅하고 있는 블로거로서 백신애 작가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최진영 작가의 신작 단편을 읽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된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충분히 회자되지 못한 백신애 작가의 작품을 재조명하여 100년이 지난 오늘날 가장 사랑받고 있는 최진영 작가의 눈을 통해서 작품들의 의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현대적인 시각을 더한 작품들을 통해 시대적, 문학사적 의미를 생각하며 더 나아가 대중성까지 더한 작품으로의 재탄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힘든 시집살이와 남편의 사상운동, 그리고 외도까지 하게 되어 미쳐버린 여자를 그린 [광인수기], 시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이혼으로 가족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주인공이 집을 나와 우연히 만나게 된 S를 통해 자신을 일깨워 줄 신념과 사랑을 되찾는다는 [혼명에서], 10대 소년과 삼십 대 여성과의 사랑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노을], 그리고 이 소설들을 뼈대로 최진영 작가의 현대적 시각으로 그려낸 표제작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가 실려있다.

백신애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던 1930년대의 소설 문단은 박화성, 최정희, 강경애 등의 여성작가의 등장으로 여성주의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여성의 지위는 최하위로 문단에서 재능이 있더라도 무시당하기 일 수였는데 거기에 분노한 박화성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제발 여류문인은 여자다운 작품만 써라,

여자로만 쓸 수 있는 작품을 써라,

이따위 소리를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글은 쓰는데 그다지 엄격하게 성별을 해서

말할 게 무엇입니까?



당시 여성 작가들은 소외되고 억압받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소설에 녹여 표현하기 시작했다. 강경애 작가의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여주인공 '선비'는 어떠한가. 머슴의 딸로 태어나 최하층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생을 다 겪게 된다.

백신애 작가는 식민지 시대 여성들의 삶의 과정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고, 여성들의 삶을 억압하고 있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삶의 방식에 얽매여 스스로 자기 역할을 조절하지 못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러므로 정치적, 경제적 기능이 남성에 비해 제한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백신애 작가는 여성의 사회적 존재와 그 기능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남성적인 것과의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여성적인 것의 가능성과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작품을 통해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백신애 작가의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문학은 하나의 사회적 도전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소설, 잇다' 참여를 결정한 건 어쩌면 최진영 작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친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일기를 다룬 '이제야 언니에게'의 출간 인터뷰에서 읽었던 '이렇게 고통으로 가득한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결국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최진영 작가는 여성의 인권 상승을 위해 힘써온 백신애 작가와 가장 어울리는 작가이지 않는가.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들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다.

최진영 작가의 표제작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는 우체국 근무하며 딸 석희와 살아가고 있는 이혼녀 순희,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휴학을 하고 낮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저녁엔 편의점과 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정규. 둘은 여성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일상화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동시대를 살고 있다. 순희와 정규는 세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지쳐있는 서로를 보듬어주고 기댈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백신애 작가의 [아름다운 노을]의 주인공 순희와 정규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바뀐 것이 있다면 정규의 성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회피가 아닌 사랑의 온기를 담은 따뜻한 희망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나는 현대의 순희에게 사랑의 혼란과 피로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직장과 가정에서 느끼는 피로감만으로도 벅찰 것 같았다.

순희에게 사랑은 편히 쉴 수 있는 의자, 상쾌한 바람, 따뜻한 입김 같은 것이길 바랐다.


최진영 작가의 에세이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성과의 사랑으로 인한 괴로움, 남성우월주의를 야기할 '남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랑의 힘을 믿는 여자와 여자의 사랑에 다시 기대고 싶었다는 작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지쳐있는 서로에게 안식처가 될 그런 따뜻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백신애 선생이 활동하던 1930년대부터 최진영 작가의 이 번 소설까지는 약 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사회적, 시대적 변화를 겪으며 여성의 지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통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인내해야 하는 것에서 오는 분노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남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 소설을, 여성이라는 입장을 완벽히 이해했다는 것은 아마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성 작가들이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바뀔 사회적 인식과 기회의 균등을 외치며 노력해 주었기에 이 시대에 있어서의 근본 문제를 포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요소와 힘을 구비한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나아갈 길을 희망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즈음 건축 - 건축가에게 꼭 필요한 고민과 실천의 기록들
국형걸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건축학도나 건축가, 저와 같은 사고확장을 위한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도서입니다.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즈음 건축 - 건축가에게 꼭 필요한 고민과 실천의 기록들
국형걸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건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형걸 교수가 대학 입학 면접에서 교수님에게 받은 질문이다. 건축가를 목표로 둔 전공자에게도 쉽지 않은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 보았지만 역시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었다. 이것은 우리가 건축을 거창하고 어렵게만 생각하기에 거리감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시대는 변화고 있다. 단순 작은 주택, 카페 인테리어, 대형 건물을 시작으로 건물 설계를 넘어 외벽이나 조형물 디자인에도 건축가를 찾는다.

이 책은 건축이 무엇인지, 변화하고 변화되어야 할 건축의 미래, 그리고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경험을 담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공공건축물이나 주택, 아파트들은 획일적인 구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건축에서는 '정형'은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것, '비정형'은 돈 많이 드는 특이한 건축물로 여기며 피하고 있었는데 시대가 변화고 있는 지금, 저자는 좀 더 자유로운 형태와 다양성을 필요성을 제시한다. 특정 스타일이나 유형을 넘어 프로젝트의 상징성, 기능성, 경제성, 차별성 등을 고려한 연구로 기존의 획일적인 건축물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어렵지만 꼭 필요한 색

저자는 모더니즘 사조로 단조로운 백색이나 회색의 벽체를 선호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 주위에서 유명하거나 특이한 소이 모던하다는 건물은 전부 백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색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공간과 형태가 죽는다. 인간의 시력과 인지력은 상대적이며, 한 번에 둘 이상에 집중하기 어렵다. 강한 색이 시선을 모으면 음영이 만드는 공간감은 주목받지 못한다. 그러니 공간을 중요시하는 건축가들이 색을 멀리할 수밖에 없다.

건축가들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색을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색의 본질을 생각하며 건축물과 주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 적용해야 하며, 때로는 주위 건축물들 중에서 하나의 포인트로 강한 색을 적용해 반전을 줄 수도 있다. 충분한 이유와 목적만 있다면 자연에 특이한 색을 쓰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아름다운 걸까?

미란 무엇일까?

절대적인 걸까, 상대적인 걸까?

건축가가 생각해야 할 건축의 미적 요소는 시대 흐름을 타고 문화와 양식에 따라 변화해 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구축 방식에서 오는 구축미는 재료와 재료가 만나 적절한 방식으로 쌓여 하나의 집합체가 만들어질 때 이런 미감이 생기는데 유명한 안토니 저자는 가우디의 '카터너리 커브', 최근의 기술인 디지털 패브리케이션까지 구축이 만드는 구축미는 건축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미감이다.

 

장소와 건물 쓰임의 프로그램에서 오는 아름다움 또한 건축미가 가지는 특수성으로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쿤스트하우스를 예로 들고 있는 저자는 주변 도시 환경과의 부조화도 건축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위 환경과 완벽한 조화보다는 때로는 개성 있는 건축물들로 랜드마크로 되어버린 건축물들도 다수 존재한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운 절대미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건축물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절대미에 대한 정답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평가에는 개인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므로 다른 이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선행되어야 보편적인 건축미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삶은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따로 그러나 같이 산다

코로나의 출현으로 많은 것이 변화했다. 전염을 염려한 개인화가 건축물에서도 중요시되고 있는데 주택에서도 세대 내 독립 공간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이기에 대부분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주변 생활 인프라와 유휴 공간 등을 공유하며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공간이 중요해졌다

1980년대 이전의 세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집이었다. 하지만 현재에 와서 과도하게 상승한 부동산값과 과거 중요시되었던 내 집 마련의 동기가 약해지면서 먼 미래를 위한 재산 가치를 따지기보다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편안하고 쾌적하다면 전세나 월세라 해도 괘념치 않고 살아가려는 경향이 뚜렸해지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부동산의 가치보다는 자신의 생활에 맞는 공간에서 보다 쾌적하고 편안한 좋은 환경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지 않을까.

요즘 건축의 네 가지 트렌드

4차 산업혁명과 펜데믹 상황이 겹쳐저 세계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저자는 요즘 건축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네 가지 트렌드로 정리하고 있다.

첫 번째로 '소비재로서의 건축'이다. 오늘날 소비 중심 사회에서 건축은 보존 대상이 아니라 패션과 같이 유행을 타는 소비 대상이다. 개인부터 기업까지 모두가 건축을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하고 있다. 건축은 빨리 만들고, 다시 부수고, 다시 새롭게 지어지는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두 번째로 '이미지로서의 건축'이다.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 하나로 이미지와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건축도 직접적인 공간을 체험하기 전에 누군가가 공유한 이미지로 먼저 접하게 된다. 또한 실제 공간을 방문해 체험하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까지 하는 세상이다. 이제 전통적인 드로잉이나 모형이 아닌 실제 이미지와 동영상을 담은 온라인 매체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공유재로서의 건축'이다. 전 세계에서 준공되는 수많은 건축 프로젝트는 매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유사한 디자인 쏟아져 나온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는 새로운 디자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창의력과 상상력보다 기존의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주어진 조건에 맞는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 응용력과 문제 해결력이 중요해졌다.

네 번째로 '유한 산업으로서의 건축'을 들 수 있다. 건축은 구조, 기계, 전기 등 여러 분야가 협력해 만들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인테리어, 가구, 조형, 조경 등 타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데 건축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서처럼 한 건축가의 작품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작가 개인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시대는 지났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건축은 사회의 일부이기에 변화를 읽고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 그리고 스스로 혁신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자 할 때 시대로 앞설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우리 생활에 주변에 늘 조용히, 때로는 제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해왔던 건축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건축학도와 건축가,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처럼 사고의 확장을 위해 읽고 있는 독자에게 건축의 본질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 소멸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
유디트 샬란스키 지음, 박경희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진 것들,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개인적인 열망이 담겨 있는 이 유니크한 애도의 기록물을 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