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리더십 -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 인문고전에서 뽑아낸 리더십의 핵심
조슬린 데이비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성공한 사람 중에 독서 애호가가 아닌 자가 없고, 특히 고전 읽기를 게을리한 사람은 더 찾기 어렵다.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노자의 『도덕경』, 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엠마』 등 다양한 고전에서 리더십에 관한 조언을 찾는다. 참고로 서양 고전을 위주로 한 이유는 리더십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한 출발점으로 동양철학보다 서양철학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서란다.  



저자는 우선 진짜 리더(true leader)와 가짜 리더(false leader)를 구분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거나 침묵할 때 먼저 나선다.

둘째, 희망을 만든다. 간단한 말과 행동으로도 희망을 자라게 한다.

셋째, 사람에게 집중한다. 사람을 계발하고 그들에게 신뢰를 얻는다.


'2부 정치'에 처칠이 『위대한 동시대인들(Great Contemporaries)』에서 리더를 아래와 같이 4가지 타입으로 분류한 것이 나온다. 우리의 리더는 아래 4가지 타입 중에 어느 것에 해당할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리더는 '헬조선'에 희망을 불러오기 위해 과감히 앞으로 나서되, 반드시 사람을 우선시하는 그런 사람이다.


· 통제 불능형: 자신의 기질을 전혀 통제하지 못해 재앙을 초래한다 

· 소시오패스형: 특정한 인물에 대한 증오나 개념에 대해 집착한다. 

· 얕은 팔방미인형: 온갖 일을 조금씩만 할 줄 알아서 빈약하고 피상적이다. 

· 투사형: 자신의 매력적인 재능을 봉사하기 위해 쓴다.




리더십에 대해 현대적 시각과 고전의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표가 흥미로운데, 예를 들면 고전에서는 힘과 권위를 서로 다르게 보고, 현대에서는 기본적으로는 같은 것이나 권위는 개인의 직책에서 나온다고 본다. 아래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는 리더십 행동 목록이 나오는데, 애석하게도 나도 몇 가지 해당한다. 저자 말대로, "다들 신경 안 쓸 거야"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정신 차리는 게 먼저다.




저자는 리더란 '옳은 것(rightness)과 효율적인 것(efficacy)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공리주의적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고 있다. 만약 효율성이 높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선택하면 그것은 "실수"이고, '모든 단계에서 '옳은' 행동을 하려는 건 재앙으로 가는 직행열차'라고 덧붙이면서. 그런데 만약 효율적인 것을 선택하려고 해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옳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효율성이 높은 쪽을 택해야 하나?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인 인공지능(AI)의 기술 목표는 효율이 아니라 정의에 더 초점을 맞춘다고 그랬는데, 그건 어떻게 봐야 하는 거지? 



저자가 우스꽝스럽다던 '윌리엄 제이(William Jay)'가 왜 우습지 않은지 이상해서 구글링해 보니 데일 카네기가 『인간관계론』에 이 윌리엄 제이를 인용한 게 나오는데, 거기서는 효율성에 반대하고 정의를 고집하던 자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자기 말만 '옳다'고 우기던 사람이다. 그러니 여기서 옳은 것(rightness)이 '도덕적으로 올바른(virtuous)'이라는 뜻인지, '자신의 의견이나 판단이 맞는(correct)'이란 뜻인지 명확하게 짚어야 한다. 공리주의 시각에서 보면 '옳은 것(virtuous)과 효율성'을 비교하는 게 맞지만,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윌리엄 제이나 리어 왕은 '자신의 말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니 '옳은'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버나드 쇼의 『성녀 조앤(Saint Joan)』을 예로 들며, 이상형 리더에 대해 말한다.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시점이라 나를 리더의 관점에서 판단해 보려 읽었더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책의 지적대로 나야말로 그저 넓고 높은 이상만 갖고 '무시해도 어쩔 수 없지, 승진 안 해도 상관없어'라고 살아온 것 같아서다. 아주 커다란 조직은 아니더라도 막상 꾸려 보니 저자 말대로 리더십이라는 게 '쉽게 살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도 아니어서 내가 과연 리더가 된다는 것에 관심은 있나 묻게 됐다. 혹시 나만 이런가 찾아보니,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2~30대 직장인의 85%가 리더가 되고 싶다고 응답한 걸 보니 아, 나는 낙오자란 말인가... 외국에는 리더가 되기 싫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던데... 아무쪼록 연초에 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읽고 나서 든 생각

1. 저자가 리더십과 연구개발교육을 담당해서 그런지 유독 교재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혼자 읽기'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교재처럼 읽기'에 더 적합해 보인다.

2. 웃자고 쓴 문장 같은데 그다지 웃음이 터지지 않는 문장도 더러 있다. 애석하다. 

3. 본인이 읽은 고전이 있다면, 당연히 더 '잘' 읽힐 것이다. 저자는 작품별로 읽어야 하는 부분을 친절히 소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읽지 않았다면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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