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공기의 불편한 진실 - 실내 공기의 습격 우리집은 안전한가
마크 R. 스넬러 지음, 박정숙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원인불명의 폐 손상 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고 잠정 결론이 나면서 당장 겨울철 적정 실내 습도 유지에서부터 실내 공기를 비롯한 실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유례없이 커지고 있다. 바로 이때 시기적으로 아주 적절한 책을 접하게 됐는데 그 책이 바로 『깨끗한 공기의 불편한 진실(Greener Cleaner Indoor Air)』이다. 이 책의 저자 마크 R. 스넬러는 저명한 미생물학자로 1970년부터 실내 공기의 질에 대해 연구해 온 실내 공기 질 분야 전문가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던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에서 빌려 온 듯한 번역본의 제목대로,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오염된 공간에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한다. 일부 비윤리적인 기업과 상인들이 먹거리에 지저분한 범죄행위를 일삼는 탓에 많은 이들이 '먹을 만한 게 하나도 없다'며 걱정 어린 탄식을 내뱉고는 하는데, 무언가를 먹는 행위는 둘째치고 그냥 가만히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그 상황과 순간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 현실에 또 하나의 근심이 보태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과학기술은 발달하는 반면, 천식을 포함해 여러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 그리고 아직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피부병의 발생률도 많이 증가해왔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다양한 화학물질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을 꼽는다. 실제로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 입자에 관한 거의 모든 측면을 다루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집안에 있는 모든 제품이 실제로 오염요소가 된다고 볼 수 있는데 단기간 동안 노출되는 거라면 건강상으로 크게 위협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생각지도 못한 가습기 살균제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과 마찬가지로, 자칫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던 그 오염물질들이 체내에 오랜 시간 축적되면 생명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오염물질이 가정에서 쓰이는 다양한 청소제품과 방충제, 방향제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미술용품을 비롯해 성인 여성들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과 향수 속에도 들어있다는 점이다.

 12세기 이전까지 향수는 식물로 만들어졌는데 미국 국립원의 발표를 들으니 현재 향수의 95퍼센트는 석유로 만들어지며, 대다수 향수는 발암성, 신경독성, 천식 발현성 물질로 눈과 피부에 자극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향수를 규제하는 책임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온갖 미디어, 특히 10~30대를 대상으로 한 여성지만 하더라도 멋지고 감각적인 향수 광고가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또 기사라는 명분으로 인기 향수 리스트니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향수니 하면서 향수에 관한 직간접적인 광고는 쭉 이어진다. 하지만 향수에 이토록 많은 독성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입증되었음에도 그 유해함이 일반대중에게 전달되기가 이렇게 더디고 또 어려우니 배후에 관련 업체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만일 당신이 향수를 많이 뿌리는 편이라면 혹시 자주 아프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라.’

오늘날 향수는 국제적인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1986년 프랑스의 어느 독성학 관련 저널은 "향료는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향수, 화장품, 위생용품, 약, 세제, 플라스틱, 산업용 윤활유, 오일, 솔벤트, 그리고 식품이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중략)

향수는 유독성이 있으며, 신경 장애나 피부병뿐만 아니라 천식 같은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수많은 연방정부 및 주정부 기관들은 향수와 향료가 암을 유발할 수 있고 호흡기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해 왔다. (pp. 62~63)


또, 방향제 역시도 일상생활에서 현실적인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일반인들이 그나마 어떤 방향제가 덜 유해한지 알 수 있도록 방향제품의 등급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대로, 방향제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향수나 화장품과 같은 모든 독성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일상적인 제품들에 등급제를 시행해야만 하지 않을까? 등급제로 위험을 사전에 알렸음에도 해당 제품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위험을 미리 알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이번에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처럼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업체가 미리 알고 또 이를 대중에게 알렸다면 자체적으로 사용을 금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고,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긍정적인 해결책이 나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 상태로라면 업체나 소비자나 똑같이 피해만 보는 꼴이다.  

 


  이 책을 보면 신발을 신은 상태로 실내로 들어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포함해 일상의 다양한 측면에서 아주 세세하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일상 제품에 등급제를 실시해 일반 대중들이 쉽게 위험요소를 가진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별하고, 또 그 제품에 위험요소가 어느 만큼 들어있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다. 이미 가습기 업체의 매출은 내려가고 있고, 대중들은 가습기를 대신해줄 아이템들을 찾고 있다. 수족관이나 숯이 인기를 끌고 있다던데 이 책을 보니 공기 정화 능력이 있는 식물도 있단다. 워낙에 꽃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그런지 차이니즈 에버그린, 코끼리 귀 필로덴드론, 골든 포토스 등 생소한 꽃이 대부분이지만, 먼지를 제거하는 능력을 가진 식물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마 국내 번역본의 표지 역시도 본문에 언급된 공기 정화 능력을 가진 식물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향후 가습기 관련 업체의 행보는 물론이고 이 기능성 식물과 관련된 업체의 행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간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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