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프리카 -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세르주 미셸.미셸 뵈레 지음, 파올로 우즈 사진, 이희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프랑스와 스위스 출신의 두 기자가 아프리카 15개국을 돌아 다니며 최근 몇 년 간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 또 그 배경과 영향력이 어떠한 지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든 아프리카 대륙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아무리 세계 어느 곳에서든 중국인들을 만나 볼 수 있다지만, 솔직히 말해 올림픽처럼 국제 스포츠 경기가 아니고서야 평소에는 들어보기도 힘든 이름의 아프리카 대륙의 그 어딘가에서 공을 차고 뛰노는 아이들이 외국인에게 프랑스어나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모습은 왠지 낯설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보니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밀월은 이미 오랜 시간 지속되어온 것이고 그들의 돈독했던 전략적 우호관계에도 어느새 서서히 금이 가 반중(反中) 정서까지 나타나는 중이다. 진작에 중국의 어마어마한 원자재 소비량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봤더라면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빨리 눈치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체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지정학이 연구하는 전문적인 주제가 아닌 국제관계의 뜨거운  이슈이며 아프리카의 일상이 되었다. 학자와 기자들이 계속해서 내놓는 거시경제지표를 살펴보면 1980 ~ 2005년 중국과 아프리카 간 양자 무역은 50배가 늘었다. 무역량은 2000년에서 2006년 사이 100억 달러에서 550억 달로 다섯 배 증가했으며, 2010년에는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기업 900개가 이미 아프리카에 진출했으며, 2007년 중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아프리카 제2의 무역국 자리를 차지했다. (중략)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보자. 중국 정부의 관점에서는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것이 자국에서 이룬 기적을 세계에서 가장 척박한 지역에서 재현함으로써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아프리카로서는 중국과 손을 잡음으로써 1960년대에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난 이후부터 그토록 고대해왔던 성장의 기회를 잡고 싶을 수도 있다. 중국은 기니의 콩테 대통령뿐만 아니라 9억 아프리카인의 마지막 희망인 것이다. (pp. 10~11)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원자재가 절실히 필요한 중국과 자원이 차고 넘치는 아프리카의 만남. 프랑스, 영국, 미국이 대표하는 서구 세력은 물론이고 레바논이나 인도가 독점하던 아프리카 대륙에 뛰어든 중국은 단순히 아프리카에서 자원만 사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도 역시 값싼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으로 공세를 퍼붓고 각국의 인프라 건설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어느새 소위 후진타오 주석은 ’아프리카 사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대규모 외교단과 함께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방문해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다. 그(후진타오 주석)는 아프리카라는 슈퍼마켓 진열대의 물건을 싹쓸이하기 위해 매우 노련하게 비동맹주의를 표방하면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찬양하는 민영화, 탈규제, 민주주의와 투명성 제고라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쓰디쓴 처방전 대신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 정부주도의 시장경제 발전모델)라는 중국의 개발모델을 제시한다. (P. 16)’ 반면, 아프리카 독재자들을 비난하지만 그들 국민들의 운명에는 관심이 없던 프랑스는 이미 아프리카 대륙에서 예전의 입지를 상당수 잃었다. ’프랑스 정부는 옛 식민지를 얕잡아보며 보호를 가장한 간섭만 하다가 아프리카가 변화하고 있고 원자재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물러간 순간 중국이 신속하게 그 빈자리를 채웠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화의 상징에 머물러 있지 않다. 세계화를 완성하고 국제관계의 균형을 뒤흔들어놓았으며 지정학적인 지각 변동을 몰고 왔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서구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영원히 꿰찰 수 있을까? 중국은 암흑의 대륙 아프리카에 비치는 천상의 빛일까? (P. 16~17)’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의 의의_
모두가 잊어버린 암흑의 대륙 아프리카를 세계화의 무대로 끌어올렸다. 중국이 아프리카 국민들과 외국인들에게 아프리카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아주었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전에는 그 어떤 서구 국가도 아프리카에 그토록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진출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평가도 보인다. 중국도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이지만 우리 역시도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리는 2006년부터 아프리카와 경제 관계를 넓히고 심화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한국 - 아프리카 경제협력 협의체(Korea-African Economic Cooperation, KOAFEC)를 구축했다. 아프리카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우리는 현지 고용창출은 외면하고 기술이전에는 관심 없는 중국과 달리, 기술력을 이전하고, 대도시에 상업 지구를 건설하고, 농업과 농촌개발에 투자하고, 사이버 파크를 구축하고, 철도를 현대화하고, 저금리 장기 차관을 제공하고, 삼성이나 현대처럼 대기업도 활발히 진출하며 올해를 ’코리아프리카(Koreafrica)’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출처: 워싱턴 포스트)

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이미 아프리카 일부에서는 반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권과 독재자와의 (비밀)결탁에서 보여지듯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중국의 실패나 영향력 퇴보를 말하기에는 분명히 시기상조임이 틀림없다. 또한 아프리카를 중국에 빼앗겼다며 분통해 하는 프랑스가 언제까지 우왕좌왕하기만 할지도 불투명하고, 중국의 부상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향후 국가들 간의 경쟁이 더욱 더 집요해질 것은 뻔하다. 자원을 100퍼센트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그 무엇 하나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값싼 노동력도 없고, 지금의 전략처럼 기술 이전을 다 해주고 나서 아프리카가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자립하는 날이 다가오면 그 다음 우리는 무엇을 전략 카드로 내세울까? 

현재 아프리카에는 수백만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중국 본토의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3억 명의 중국인들을 아프리카 대륙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과연 검은 대륙에 재앙이 될 것인가? 아니면 옛 식민지를 대하듯 "잘난 척"이나 지배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통제방법의 하나에 불과한 인도주의적 입장이 아니라, 오랫동안 버려져 잊고 살아온 아프리카 대륙의 잠재력을 일깨워준 "우방국"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만약 후자라면, 정말로 중국은 아프리카를 교두보로 삼아, 이들과 연합해 미국과 유럽을 누르고 세계 제 1의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까? ’중국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무사히 잘 끝나서 아프리카를 하나로 묶을 것이다. 기차가 강을 건너고 전기망과 송유관,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며 사람들이 자유로이 오갈 것이다.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 아프리카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평화 질서가 유지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가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시작되었다. (p. 278) 어찌됐건 중국의 행보는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제국주의가 자본주의의 최후 단계라는 레닌의 말을 잘 새기고 있지만 공산주의의 최후  단계가 제국주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불평등과 물질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식 공산주의가 제국주의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모른다. (p.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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