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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1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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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추리애호가들은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가벼움과 치밀하지 못함, 싸구려 애로티즘을 혐오한다. 또한 추리만화 애호가들은 소년 김전일과 코난이 매번 부딪히는 살인사건의 억지설정과 지나치게 복잡한 추리를 버거워하며 식상해한다. 항상 삶이 중요함을, 비극을 희망으로 끌어내야함을 외쳐대는 그들에게서 추리의 진면목은 연재가 계속될수록 찾기 힘들고 억지 설정만이 늘어감은 추리애호가로서 안타까움으로 다가올 뿐이다.

Q.E.D는 다만 가볍게 즐기는 추리만화가 아니다. 추리소설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인 온갖 세상만사 인간군상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Q.E.D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즐거움이다. 때로는 명예욕의 허망함을, 때로는 정치논리를, 때로는 신화를, 때로는 수학과 철학을 통해 인생을 조망해 볼 수 있음은 작가의 매너리즘에 대한 경계에 경외감을 느끼게 해준다.

혹자는 어려운 수학공식이 나온다고 불평하지만 자신이 아는 것을 가벼이 여기고 모르는 것은 불편할 뿐이라고 투덜대는 것은 지식을 스스로 자신을 드러낼 수단으로 보거나 단순한 앎이라고 볼뿐, 개선이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데서 기인한다.Q.E.D같은 멋진 작품이 나왔을때 또 다시 자신이 이해못하고 어렵다고 투덜댈것인가, 아니면 Q.E.D에서 보았던 것인데 이건 왜 이런 것일까, 아하 이게 이런것이었구나 하면서 다른 작품의 해석이 가능케하는 개선과 발전을 위한 독서가 되도록 할 것인가.

Q.E.D에서 사건과 추리의 배경이 되는 지식은 억지스럽지 않고 인간군상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 점에서 Q.E.D를 그 어느 추리만화보다 더 높은 위치로 나는 자리매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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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 세트 - 전10권 - 2003년 개정판
나관중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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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대중화의 일등공신인 소설가 Y의 삼국지는 촉한정통론에 치우친 그간의 삼국지에 대한 제법 균형잡힌 해석을 시도했다. 물론 Y의 참신한 해석, 조조 등에 대한 재평가 등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한문 오역에 대한 실망은 차치하고라도 이 Y의 시각이 또 하나의 주류 비슷하게 굳어져버리게 된 것이다. 제법 삼국지를 읽은 사람은 이제 Y가 재해석한 내용에는 익숙해져있으니, 대중화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 연의가 얼마나 허구이길래, 촉한정통론이 뭐길래, 그래서 시도한 조조 중심의 해석은 또 뭐길래 마이아벨리즘이니 한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여러 평역자의 삼국지를 우리가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본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원작을 모르는데 어찌하여 창조적 변용이 나오며 창조적 재해석이 나오겠는가. 원본을 읽는다는 것은 따분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왠만한 삼국지 매니아들이 이런 저런 삼국지를 읽어본 후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생각을 김구용의 삼국지는 가능케 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김구용의 삼국지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평역의 몫을 일부 소설가,한문학자에서 독자에게로 옮겨가는 것이 가능케 했다는 것의 의미는 실로 큰 것이다.그래서 김구용의 삼국지가 10권으로 다시 나온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하나만 더 붙인다면 이젠 왠만큼 이루어진 삼국지 대중화를 발판으로 많은 소설가와 평역자들, 연구자들은 후삼국지와 인물중심의 책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중국은 말할것도 없고 삼국지에 대한 연구가 학문 이상으로 되어있는 일본의 실정을 보면 반반한 후삼국지 시리즈 하나 제대로 가지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 인물 중심의 책들도 조조나 제갈량 정도에만 이루어져 있고 그마저도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순수한 삼국지 매니아로서 가질법한 바램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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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의 날개로 태양을 향해 날다 - 안경환의 법과 영화 사이
안경환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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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제목을 잘못 읽지 않으셨길 바란다. '지향'이 아닌 '지양'이다. 소위 어느 한 분야에서 상당한 위치에 오른 이들이 쓰는 영화관련글은 자신의 전문지식이 반영된 독특한 글이거나 인상비평이다. 김용택씨처럼 순수한 글을, 김성곤씨처럼 영화평론가들 뺨치는 비평을, 이우일씨처럼 독특한 글을 쓸 수도 있다. 그 외 많은 영화에세이도 있지만 대다수가 지나치게 전문지식에 기대거나 어쭙잖은 인상비평으로 기대이하의 글을 써서 오히려 영화를 값싸게 만들어버리는 책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법과 영화사이'라는 부제가 낯뜨거울만큼 legal mind가 있는 교수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영화속의 법에 대해 접근해가는 방식이 고루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으며 천박하기 그지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법은 온데간데없고 필자의 경험에 근거한 인상비평이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는 영화에 대한 줄거리가 틀린 글도 발견되었다.

한 분야의 전문지식인이 영화에 대한 글쓰기를 할때 가장 경계해야할 것 중 하나가 독자층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 책에 있는 글들은 안타깝게도 법학도나 법학지망생이 읽기엔 수준낮은 법관련 교양서적이며, 일반인들이 법과 가까워지기 위해 보기엔 저급한 인상비평서이다. 이정도 수준의 글들은 수많은 인터넷 영화웹진에서 아주 적당히 올라오는 수준이며 이보다 훨씬 법과 영화사이에서 고민하는 법학도이자 영화매니아들이 많을 것을 생각하면, 우리 지식인들이 영화에 대해 접근하는 것을 얼마나 쉽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현주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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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1-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안경환... 이런 글을 보니 반갑네요^^

옛날에 법과 문학사이를 서점에서 서서 좀 읽고 굉장히 짜증이 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후로 안경환이 '사라'에게 유죄를 때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죠...
 
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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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복무중에 내가 모시는 분이 여중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하러 가게 되었다. 강연 주제가 '군대의 당위성', '군대의필요성' 등에 관한 것이었는데 강연 초고를 작성하라는 명령을 받고 한동안 고민했었다. 명령이니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군생활 2년 2개월동안 나는 한번도 군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지 못했다. 이렇게 불합리하고 비합리적인 곳이 있는 가 하는 절망과 대부분의 관공서, 기업 등을 비롯한 사회 전반이 군대와 비슷한 시스템이구나 하는 더 큰 절망을 겪어야 했던 나는 어이없게도 언제 있을지 모르는 북한을 비롯한 외세의 침략에 대비해 군대가 있어야 한다는 주제로 강연문을 작성했다. 참 씁쓸한 경험이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나의 그런 부끄러운 기억을 되살리게 해주고, 나의 용기없음과 어설픈 평화주의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외국인이면서도 한국인인 박노자 교수의 군대에 대한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찌하여 이런 자기반성과 냉철한 분석을 (한국 국적 취득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부끄러움이 먼저 밀려온다.

안에서 보면 안보이는 것이 밖에서 보면 잘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일까. 홍세화씨의 글들이 사회적 모순과 불합리에 대해 아주 쉽게 쓰여졌다면,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아주 무게감있게 이 사회를 살아가는 기성세대, 청소년, 대학생들을 질타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부끄러우며, 더더욱 희망을 가지게 한다.

내가 대한민국의 한 일원으로서 가지고 있던 편견, 선입견, 역사의식이 굉장히 비정상적인 것임을 일깨워준 이 책이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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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비극 - 시그마 북스 014 시그마 북스 14
엘러리 퀸 지음 / 시공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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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이 독자를 사로잡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와의 정당한 대결이다. 추리하는 자만이 알고 있는 단서, 피해자만이 알고 있는 사건동기, 뒷 이야기가 가득한 김전일과는 정 반대편에 놓여있다. 어느 순간쯤 되면 잠시 책을 놓고 독자의 승부와 도전을 기대케하는 엘러리 퀸의 소설중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네번째이자 최후의 작품인 이 소설은 3대 비극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마치 드루리 레인을 주인공으로 더 이상 쓰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는 소설 외적 추리를 하게 할만큼 조금은 억지스럽게 드루리 레인을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책에 대한, 문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이해가 가지만 페이션스의 추리 하나와 드루리 레인이 남긴 편지 하나만으로 사건을 종결지어버린 것은 조금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분하긴 하지만 그만큼 드루리 레인이 매력있는 탐정이었고, 그가 사건을 해결했던 세가지 비극 시리즈가 무척이나 탄탄한 소설이었기 때문에 이런 실망감이 오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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