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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군대에서 복무중에 내가 모시는 분이 여중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하러 가게 되었다. 강연 주제가 '군대의 당위성', '군대의필요성' 등에 관한 것이었는데 강연 초고를 작성하라는 명령을 받고 한동안 고민했었다. 명령이니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군생활 2년 2개월동안 나는 한번도 군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지 못했다. 이렇게 불합리하고 비합리적인 곳이 있는 가 하는 절망과 대부분의 관공서, 기업 등을 비롯한 사회 전반이 군대와 비슷한 시스템이구나 하는 더 큰 절망을 겪어야 했던 나는 어이없게도 언제 있을지 모르는 북한을 비롯한 외세의 침략에 대비해 군대가 있어야 한다는 주제로 강연문을 작성했다. 참 씁쓸한 경험이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나의 그런 부끄러운 기억을 되살리게 해주고, 나의 용기없음과 어설픈 평화주의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외국인이면서도 한국인인 박노자 교수의 군대에 대한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찌하여 이런 자기반성과 냉철한 분석을 (한국 국적 취득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부끄러움이 먼저 밀려온다.
안에서 보면 안보이는 것이 밖에서 보면 잘 보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일까. 홍세화씨의 글들이 사회적 모순과 불합리에 대해 아주 쉽게 쓰여졌다면,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아주 무게감있게 이 사회를 살아가는 기성세대, 청소년, 대학생들을 질타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부끄러우며, 더더욱 희망을 가지게 한다.
내가 대한민국의 한 일원으로서 가지고 있던 편견, 선입견, 역사의식이 굉장히 비정상적인 것임을 일깨워준 이 책이 너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