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2 - 위기로 치닫는 제국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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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도 지루한 일년 간의 기다림이었다.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 여사는 역시 나의 학수고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로마인이야기 12'권이 담고 있는 분량은 현재 목욕탕으로 유명한 카라칼라 황제가 등장하는 시기(211년)부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284년까지 아우른다. 이 시기는 곧 로마제국이 순수한 '로마식 정체'를 유지한 마지막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이후로는 황제의 성격이 로마의 원로원과 시민을 대표하는 '제1시민이자 Imperator'가 아니라 동방의 전제군주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단순한 수치상으로는 겨우 74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로마제국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이 시기에 등장한 황제의 수를 헤아릴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는 이 어둠의 그림자가 카라칼라 황제의 한가지 크나큰 '정치적 실책'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적고 있다.

'안토니누스 칙령'. 기득권과 취득권의 차이점을 들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저자의 능력에 혀를 내두른다. 이 점은 20세기의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였던 '소비에트 공산혁명'이 만인에 대한 평등을 부르짖으며 급속도로 전 세계를 휘몰아쳤지만 결국 노동의욕의 저하와 생산성 악화로 붕괴한 역사적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즉 '누구나 갖고 있는 권리는 아무도 갖고 있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카라칼라 황제의 정치적 실책은 로마제국을 급속도로 약화시키며 결국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260년에 사산조 페르시아의 샤푸르 1세에게 생포되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초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로마제국은 클라우디우스 고티쿠스, 아우렐리아누스, 프로부스 등의 유능한 황제 등장하여 바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각각 비참한 최후를 맞으며 제국은 붕괴되기 시작한다.

3세기 전후반, 로마제국과 기독교 이렇게 총 3부로 구성된 부분에서 가장 주목이 되는 부분은 역시 3부 '로마제국과 기독교'장이다. 특히, 계몽시대의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의 주장과 현세대의 도즈 교수의 주장을 비교해가며 자신의 주장을 섞은 부분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회색지대'라는 말은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정치사상적 견해를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오지만......

'로마인이야기 12'권을 애타게 기다려 온 나와같은 독자들에게 절대로 실망을 주지는 않을 작품이라 생각된다. 일독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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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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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소설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수없이 우려먹은 플롯의 '원조'이기도 하다.

어느 날, 10명의 남녀에게 오웬이라는 남자에게서 뿌리칠 수 없는 유혹과 함께 '인디언 섬'으로 초대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배달된다. 유혹을 물리칠 수 없었던 10명의 등장인물들은 하나둘씩 섬으로 모여들고 희대의 살인게임이 시작된다. 섬에 도착한 당일 저녁부터 자신의 과거를 들켜버린 인물들이 동요하는 가운데,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라는 자장가 가사에 따라 한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섬에는 배가 한척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완전히 고립된 밀실. 과연 10명 중에 범인은 누구인가?

서서히 공포에 사로잡혀 변해가는 인간심리에 관한 탁월한 묘사. 완전한 밀실 속에서 벌어지는 기발한 살인수법.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의외성 등 이 작품은 과연 최고의 추리소설이라는 찬사에 걸맞는 작품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누가 이 작품을 읽지 않고 애거서 크리스티를 안다고 말하는가! 추리소설의 진정한 묘미를 맛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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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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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이 침에 마르도록 언급한 <나무>를 드디어 읽었다. 역시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별로 없다고 옛 사람이 그랬던가? 읽고난 느낌은, 절대 읽어서는 안될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언급한 어느 비평가의 지혜에 난 더욱 동조하고 말았다.

<나무>에 등장하는 여러 단편들은 그야말로 기발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밌는 얘기들이다. 누가 과연 뇌와 연결되는 신경을 다 잘라내고 포도당액속에 들어가 '완전한 은둔'을 꿈꿔나 봤을까?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냄새'부분에 실려있는 아름다운 진주를 만드는 방법은? 우주와 같은 장난감은? 보통 인간들이라면 상상도 못해봤던 기괴하고 이상한 사건들이 읽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그러나, <개미>를 비롯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여러 편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전편에 미치지 못하는 자그마한 소품집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할 것이다.(나만의 생각인가?) <개미>라는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 <타나토노트>에서 보여진 기발한 착상과 그 이외의 작품에서 보여진 기발함과 상상력의 자극에 이 작품은 필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집이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배경은 내용은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단편집에다가 여러 편의 삽화가 곁들여져서 '읽기 쉽기'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베르베르의 작품을 한편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을만큼 재미있겠지만, 이전의 작품을 본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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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클럽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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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몇 안되는 단편집 중의 하나인데, 여기에는 노처녀 할머니 미스 마플이 등장한다. 글의 전개는 화요일 밤에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각자 자신이 겪은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사건들을 제시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사건을 추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다지 지루하지 않은 13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미스 마플은 제시되는 사건마다 세인트 메어리 미드 마을에서 발생했던 그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건을 끄집어낸다. '인간의 본성은 어디에서나 비슷하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사람 개개인마다 갖고 있는 어느 정도의 특수성을 배재하고, 인간을 보편적인 존재로 본다고 해도 어디에서나 예외적인 존재는 있게 마련이다. 도저히 '보편적' 인간으로 볼 수 없는 인간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미스 마플은 이러한 가정은 무시하고 추리를 전개한다. 대한민국에 사는 백조가 흰색이기에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백조는 희다라고 말하는 오류와 동일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는 추리가 될 수 있다. 위와같은 점에서, 마플양이 제시되는 사건마다 명쾌한 추리로 사건을 100% 해결하는 것은 내 생각으론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스 마플의 추리에 개재된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피묻은 포도'와 '친구'같은 작품은 나중에 장편으로 개작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것들이니, 누구나 흥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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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마담이 이야기하는 성공하는 男子의 화술
마스이 사쿠라 지음, 민경현 옮김 / 럭스미디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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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과 표지에 속아서 책을 읽으면 반드시 후회한다는 말을 들어본 것 같다. 화려한 표지 디자인과 강렬하고 자극적인 제목은 내용과는 별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겉모습'은 화려한 금빛 바탕에 아담한 사이즈의 양장본으로, 책 내용보다는 소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면 군침을 흘릴만하다. 게다가 제목은 '긴자 마담이 이야기하는 성공하는 남자의 화술' 누구나 성공을 꿈꾸는 이 시대에 성공한 남자들을 많이 만나본 술집 마담이 들려주는 얘기들에 귀가 솔깃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제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이 책이 일본에서 많이 팔렸을 법하단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이 책은 모든게 짧다. 에피소드의 내용도 짧고, 행간의 호흡도 짧고, 전체 분량도 짧다. 척보면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읽기에 정말 안성맞춤이다! 그러니 지하철에서의 독서가 보편화된 일본인에게 많이 팔렸을 수밖에......

speed와 internet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침착하게 앉아 호흡을 길게하고, 머리에 어느정도의 load를 가하는 책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이 책과 같이 가볍고, 짧고, 에피소드식으로 나눠진 책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는 어울리는 책 같다.

각설하고, 글의 내용은 참 평이하고, 남녀의 심리와 행동을 보여주며 어느정도의 수긍은 이끌어내는 것 같다. 다만 각각의 에피소드 마지막에 삽입된 짧은 단문장 중의 상당수가 글과는 별 관련이 없어보인다. 무슨 선문답도 아니고 이렇게 안 맞을수가!라는 생각이 드는 문장도 몇 있다.

이 책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는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남자이야기'가 있다. 내 생각엔 이 작품보다는 시오노 여사의 작품이 더 공감이 가고, '유기적'이기도 한 것 같다. 어쨌든 지하철에서 읽을만한 책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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