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푸른 혼
김원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인민혁명당 사건.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북의 지령을 받는 간첩의 내란음모사건으로 알려졌고 주동자로 지목된 8명은 모두 사형되었다. 그후 30년이 지난 지금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이 자신들의 독재를 유지시키기 위해 날조한 사건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사건의 주인공들은 거물간첩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투사로 그 위치를 바꾸었다.
 푸른혼은 최초로 인혁당 사건을 소설의 주제로 선정하고 있다. 그동안 이야기하기에도 꺼려졌던 사건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주의를 끌만하다. 하지만 소설은 단순히 진실을 파헤치는데 그치지 않고 문학만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사건에 연류된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들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소설은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8명을 중심으로 사건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사상이나 정치적 소신 등이 자세히 이야기되고 그들이 참여했던 단체나 활동내용 등도 주요 줄거리를 구성한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내용을 자세히 알리거나 그들에게 씌워졌던 누명에 대한 정치적 해명을 하는 것은 소설이 의도했던 것이 아니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권’이라는 한가지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이라는것도 군사정권 하에서의 인권유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있고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기본적인 자유마저 죽음을 각오한 투쟁으로서만 성취할수 있었던 비정상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작가가 진정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소설이 한가지 사건을 중심에 놓고 쓰여진 연작소설이기 때문에 각각의 소설은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건을 서로 다른 주인공이 자신의 시선으로 이야기 하기에 결코 지루하지않다. 또한 사건의 사실성에 기초한 소설이기에 자칫 현대사 교과서 같은 건조성에 빠지기 쉬운데 사건의 진실에만 치중하는게 아니라 희생당했던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기에 오히려 어느 픽션소설보다도 진한 감동과 긴장감을 준다.

 소설에서 주인공들과 함께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예전의 투사들은 이제 밝은 정치무대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마음껏 펼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좌파논쟁과 색깔공격으로 시름하고 있는 현실은 사형을 당했던 8명의 주인공들과 작가가 이야기 하는 ‘생각할 수 있는 자유’가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인의 발견 - 어떻게 개인을 찾아가는가 1500 - 1800
리햐르트 반 뒬멘 지음, 최윤영 옮김 / 현실문화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자본주의의 발달에 있어서 개인주의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였다. 르네상스시대 개인이라는 개념이 생겨남에 따라 근대가 시작되었고 자본주의도 있을 수 있었다. 개인이라는 개념은 근대이후를 공부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인주의가 가져온 여러 사회변화에 대한 연구는 많은 진전을 가져왔다. 사회제도, 과학, 의학 등의 연구는 모두 개인이라는 것과 관계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의 탄생과 관련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진정 개인이라는 개념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찾기 힘들다. 개인이 탄생된것은 알겠는데 그러한 개인이 어떤 역사적 기반에서 탄생되었으며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는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학문적 공백을 Š멘의 이 책은 훌륭히 메우고 있다. 저자는 먼저 개인이 르네상스시대 특정한 지역에서 탄생되었다는 견해에 이의를 제기한다. 중세의 기독교 문화에서도 개인주의의 특성을 보이는 것이 발견되며 다른 시대에서도 그렇다고 주장한다. 개인이 근대 르네상스 그것도 이탈리아 등 특정지역의 산물이라는 우리의 통념은 깨어진다.

  개인의 탄생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님을 주장한 저자는 이제 그런 개인, 개인주의의 모습이 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학문의 분야에서 골상학, 심리학, 인류학 등 인간 자신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으며, 글쓰기 분야에서는 자신의 일을 기록하는 자서전과 일기 편지 등이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이러한 개인주의적인 특성은 결국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게 되는데 공동체의 이익보다 사익이 중요하게 인식되었으며 결혼도 공동체의 결합이 아닌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합으로 인식되었다. 이밖에도 핵가족이 등장하고 국가에 대한 인식도 개인주의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때의 대표적 사상으로 홉스, 록크, 루소를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근대초기 프랑스 혁명 등을 거치면서 현대적인 개인주의가 정착된 과정을 설명하고 그러한 배경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인권에 대한 인식변화 등을 지적하며 책을 마친다.

  최근 역사학계에서 인기가 많은 미시사 분야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탄생과 관련을 맺는다.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해야 개인들의 삶의 모습이 풍부해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시사 연구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개인은 르네상스시대에 탄생하여 근대에 완성되었다는 인식을 무비판적을 수용하고 있다. <개인의 발견>은 이러한 인식에 일침을 가하고 개인의 탄생 자체를 주제로 삼음으로써 미시사 연구발전에는 물론 전체적인 역사연구에도 많은 기여를 한것 같다.

 *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고 분량도 많지 않으므로 일독을 권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정곤 2009-03-1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개인,사생활,근대라는 언어는 서로 중첩되는 공간이 큰 언어들이다. 사적으로, 특히 유럽사에서는 그 고증과 해석에서 서로 상이한 결과를 보여준다. 한반도에서 이 어휘들의 역사와 기원에 대해서 논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그런데, 메타이론으로 사유한다면, 서로 중첩되는 점은 있으나 서로 상이한 연구결과들의 대립은 또다른 결론을 낳는다. 개인, 사생활, 근대의 기원과 역사는 더욱 많은 대화와 교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과거사를 어떻게 정리하는가는 지금시점의 현실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나와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