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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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에 촛불을 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촛불을 들고나온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힌다. 많은 학자들이 87년 체제 이후 또 한차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성숙된 증거라고 촛불을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움 또는 궁금중이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방향을 비판한다면 그 이전에 선거라는 절차에서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하고 거친 생각일 수 있겠지만 지금의 정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촛불을 들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촛불이 반대한는 이 정부의 정책들은 이미 선거당시에도 공공연하게 나오던 이야기였다. 촛불집회에 여러차례 참여했지만 여전히 이 부분에 대한 나의 궁금중은 풀리지 않는다. 과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고백하자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선거결과를 낸 대중들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민주주의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한 표를 보장하지만, 그 한 표를 과연 누구나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느냐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어떠한 발전이나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깊은 회의를 가졌다. 그런데 저자는 이와 같은 생각이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선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결코 상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많은 부정적인 정치가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을 역동시킨 힘도 바로 선거에 있었다고 말한다.

1948년 이루어진 최초의 보통선거로 구성된 제헌의회는 '소장파 전성시대'를 열었다. 1956년 정부통령 선거에서 타격을 입은 이승만은 3.15부정선거를 기획했고 그것은 결국 4.19라는 역사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1978년 12.12 선거에서부터 유신정권은 파멸을 길에 들어섰고 1985년 2.12 총선에서 신군부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역사의 발전을 이끈 결정적인 힘은 선거를 통한 대중의 선택에 있었다고 강조한다. 막걸리와 고무신에 자신의 권리를 쉽게 버리는 대중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역사의 발전을 이루어내는 힘을 가진 것도 바로 대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는 마냥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아니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퇴보를 가져온 여러 번의 선거, 반대로 정의는 죽지않았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 선거를 살펴볼 때, 역사의 흐름이라는 것은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독재 권력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도 하고 참담한 선거결과가 오히려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2007 대선의 결과도  잘못된 선거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파트 값 상승을 위해, 내 자식만의 특목고 진학을 위해 선거를 한다면 당장 내 식탁에 광우병 소고기가 올라올 수 있고 의료의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진실을 2007대선은 가르쳐 준 것이다.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선거를 정치인들이 벌이는 더러운 싸움으로 인식하는 것은 애초에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혐오스러운 정치인이다. 그들은 투표율이 저조할수록, 정치에 대해 관심이 적어질수록 자신들에게 이익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은 바로 투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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