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왠만한 저작은 출간되면 바로 구입해서 읽지만 이 책은 그렇지 못했다. 블로그에 있는 글을 편집한 책이라면 그의 평소 생각을 담은 책일텐데 그가 지향하는 바나 주장은 이미 다른 신문이나 저작을 통해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나의 예상대로 이 책에서 박노자의 독창적인 주장이나 생각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저 박노자의 주장을 긍정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글들이 많이 실려있을 따름이다. 민족주의, 애국주의,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 경제체제에 대한 단상들은 평소 그의 생각을 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의 주장이 아니라 그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다. '지식인은 죽었다'라는 서평에서도 거론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식인이란 세상의 모든 일을 자신의 일로 인식하고 사고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박노자의 글은 그가 지식인이라고 할만한 사람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디에 있던 어느 사건을 접했던 그는 자신의 생각과 소신으로 그 사건을 해석하고 바라본다. 그에게 있어 자신과 상관없는 사건은 하나도 없는 듯 하다. 모든일은 자신과 관련되어 있기에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그가 강의를 하는 노르웨이에서의 삶에 대한 글도 관심이 간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복지국가, 선진국, 살기 좋은 곳으로 알고 있는 그곳에 대해서는 그는 비판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물론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한국에 비해 분명 인간의 삶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것은 그도 부정하지 않지만 그곳도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고 한국과는 또 다른 인종문제 등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무조건 동격해야할 곳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박노자는 책중에서 왜 귀화한 한국인은 언제나 한국이 왜 좋은가를 대답해야 하느냐고 비판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박노자라는 한국인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한국이 박노자라는 사람을 얻은 것이 올마나 큰 행운이지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잘 아는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 박노자는 우리에게 정말 없어서는 안될 진정한 '지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