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이해
JAMES M.O'TOOLE 지음, 이승억 옮김 / 진리탐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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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록학이라는 학문은 한국에서 아직 낯선 분야이다. 심지어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기록학을 단순히 서류를 편하게 정리하는 방법으로정도만 여기고 있다. 하지만 기록학은 인류가 남긴 기록이라는 유산의 효율적인 보존 관리를 통해 역사라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학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록학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찾기는 힘들다. 기록학의 고전에 해당하는 쉴렌버그의 '현대기록학개론' 이 번역되어 있기는 하지만 개설서라기 보다는 전문 기록관리인을 위한 이론적 지침서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록의 역사, 기록을 하는 이유, 기록관리의 역사 등의 제문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SAA 기록학 기초시리즈의 하나인 이 책은 기록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이나 기록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학생에게 아주 유용한 입문서의 역할을 한다. 

책은 기록학의 방법론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1장 정보의 기록 관리 활용에서는 구술시대부터 시작한 인류의 기록의 역사를 살피고 있다. 구술기록에서 문자기록으로 기록의 형식이 바뀌면서 인간의 '기억'보다 '기록'이 더욱 중요한 법적 증거로 받아들여졌으며 정부조직이 탄생하게 됨에 따라 문서 하나하나의 의미보다 전체 문서의 '문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한다. 기술적인 변화에 따른 기록의 변화도 주목할만 하다. 종이의 발명은 기록의 양을 비약적으로 중가시켰으며 인쇄는 지식의 대중화를 이끌며 기록의 양상을 바꾸어 버렸다. 

"이러한 모든 발전은 잔지 현상적으로 생산기록의 분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기록 그 자체의 성격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수천 장의 사본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유사해 보이는 것들 중 어떤 것이 원본인지 모호해졌지만 의문점은 그러한 것이 문제가 되기나 하는가 하는 점이다." -p.36

여러가지 기록보존 기술의 변화도 기록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사진의 발명은 M/F 기술을 가능하게 했지만 기록의 원본성에 의문을 던졌으며 전화의 발명은 기록의 생산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현대 기록물의 특징으로 너무나 많은 기록의 양, 집합적으로만 의미를 갖는다는 점, 기록의 분권화와 민주화, 기록의 사회적 속성을 갖는다는 점을 들고 이러한 현대 기록물을 다루는 아키비스트는 기록이 "특정한 쓰임새는 변화될 수 있으나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차원의 유용성을 계속유지되는 것이다. 아키비스트가 기록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언제나 이 같은 유용성을 염두에 두고 행해져야 한다" -p.45 고 충고한다.  

2장은 기록관과 기록전문직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현대 기록관리가 탄생한 프랑스의 기록관리 역사, 공공기록관리전통(Public records tradition)과 역사기록관리전통(Historical manuscripts tradition)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기록관리 역사를 서술한다. 역사적, 사회적 맥락이 다른 외국의 기록관리 역사이지만 프랑스는 현대적인 기록학이 탄생한 국가라는 점에서, 미국은 현재 한국 기록관리의 모델이 되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3장과 4장은 각각 아키비스트의 지식과 가치관, 책임과 의무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아키비스트는 개인, 조직, 제도에 관한 지식, 기록 그 자체에 관한 지식, 기록 이용에 관한 지식, 기록관리 원칙에 관한 지식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키비스트의 책임과 의무에서는 기록 생애주기(life cycle)을 토대로 각각의 영역에서 아키비스트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서술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슐렌버그가 주장한 출처주의의 원칙(provenance)과 원질서 존중(Original order)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기록을 지적으로 정리하는 일은 아키비스트 개인의 성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비록 분명하지는 않지만 컬렉션에 자연적으로 내제해 있는 질서를 발견하거나 재구성함으로써 이루어진다" -p.115

'기록의 이해'라는 제목이 말하고 있듯이 이 책은 기록에 대해 쉽게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학의 세세한 방법론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다. 하지만 기록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원칙, 기록학의 역사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기록이라는 것은 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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