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다시 만들자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최용준 옮김 / 지호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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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학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거대한 건축물,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공학자들의 열정, 끈기, 창의성 등이 공학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이 책의 저자도 공학에 있어서의 그러한 면들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모든 위대한 공학적 업적 뒤에는 도저히 가능할것 같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결국에는 이루는 공학자들의 열정이 숨어있다. 공학에 있어서의 진보는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공학이라는 분야를 통상 과학과 함께 말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과학이 이미 존재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 공학자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공학은 과학의 업적을 이용하는 단순한 기술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저자는 증기기관의 발명이 열역학 이론의 연구를 이끌었듯이 많은 공학은 과학적 기반이 없이도 이루어졌으며 과학은 그것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과학과 공학을 엄밀히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과학이 순수한 학문적 열정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임에 반해 공학이란 모든 사회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라는 인식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공학이란 처음부터 사회적 필요성에 의해 시작된다. 고층빌딩은 토지를 좀더 효울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이며, 거대한 배는 많은 물자를 효율적으로 운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필요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공학의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이해관계가 반영된다. 초음속 여객기가 상용화되지 못했던 것은 기술적인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버댐이 건설된 이유도 단순히 기술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실업을 구제하겠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댐의 건설과정, 심지어 댐의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있었다. 저자가 이렇게 공학이 사회적인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또 공학적인 업적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설명하는 것을 통해 독자는 공학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사회적인 요소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학적인 논쟁들이 과학자나 공학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논의가 아니라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인것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저자는 공학에 대한 중요한 논점들을 상기시키고 있지만 재미있는 사례들을 통해 독자가 지루해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물론 공학적인 면에서 일반인의 이해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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