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계급론 - 문화.소비.진화의 경제학 e시대의 절대사상 25
원용찬 지음 / 살림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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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위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상표나 마크를 드러내지 않는다. 작은 기호로 옷 속에 숨기거나 아예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들만이 아는 기호로 그것이 명품임을 은밀히 알린다. 명품을 감별해 낼 수 있는 감식안을 가지지 못한 사람을 완전히 배제하고 자신이 남들은 알지도 못하는 계급에 속해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이러한 상류계급의 구별짓기(Distinction)를 베블런은 유한계급의 전형적인 속성으로 그것이 원시사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뿌리 깊은 사회, 경제적 법칙으로 파악하였다. 그때까지 뉴턴의 기계론적인 사유에 따라 세상은 목적을 향해 움직여가고 모든 경제주체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신화가 지배했던 학계는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 의해 일대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유한계급은 결코 노동을 신성시 여기지도 않으며 합리적 소비를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사회에 유용한 노동을 천시하며 자신이 노동에 종사하지 않아도 충분히 여가를 즐길 수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과시적 소비’를 일삼는다. 이런 관점에서 유한계급이 일삼는 스포츠, 도박, 사치 등의 속성을 명확히 파악하였으며 베블런이 살았던 미국 사회의 유한계급들의 행태를 폭로할 수 있었다.

베블런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유한계급의 형태는 결코 같지 않다. 그 당시 유한계급들은 완전히 드러나는 사치, 화려한 연회 등을 구별짓기의 도구로 사용하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신이 사치를 일삼는 유한계급임을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주말농장에 가서 땀 흘려 일하고 오지 체힘을 한다. 기업의 CEO들은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 햄버거로 식사를 하며 일을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베블런적인 의미의 유한계급의 행태로 파악할 수 있다. 여가란 결코 시간의 의미 없이 낭비한 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지 않는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구별짓기는 더욱 정교화 되고 차별화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블런의 통찰이 지금도 의미 있는 이유이다.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의 해설한 이 책은 베블런의 사상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다. 베블런의 사상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도도하게 내려다보는 화려한 백화점 쇼 윈도우에서 눈길을 빼앗겨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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