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얼굴 - 총을 들지 않을 자유와 양심의 명령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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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이하 CO conscientious objector)는 이제 공론화 된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병역거부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기시 되었던 것에서 이제는 찬반을 토론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입법을 추진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상황이 진전되게 된 데에는 CO라는 주제를 처음으로 세상에 꺼내놓았던 김두식 교수의 역할이 크다. 이 책도 그런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책의 내용에 있어서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는 없다. CO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보편적인 사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CO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소수라는 점에서 이 책은 터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특별히 주목을 끄는 것은 추상적이고 담론적으로 평화, 반전을 이야기 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부분이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파병을 무조건 지지하고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을 긍정하는 한나라당도 반전, 평화라는 구호를 사용한다. 이렇게 말로만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다. 자신에게 아무런 피해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누구나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으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다는 확신하에서 반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로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진정 평화, 반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려지는 부분은 자신의 신념에 의해 많은 피해가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실제로 불이익을 당함에도 그 신념을 포기하는 않는 행동일 것이다. CO도 이런 맥락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자신이 주장하는 전쟁 반대, 평화에 이르는 가장 확고한 수단인 CO를 어떤 피해를 각오하고서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그는 진정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겠지만 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도 CO를 비양심적으로 매도하는 사람은 자신이 말하는 평화가 얼마나 허구적인 것이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국은 전시상태이며 그렇기에 CO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의 허구성도 드러난다. 실제로 위협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평화에 대한 진정한 신념의 척도인 CO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추상적이고 허구적인 담론과 실제적인 신념의 차이는 비단 평화나 반전의 영역에서만 문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나 인권의 문제 같은 거대담론에서 부터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아주 사소한 부분에까지 이런 논의는 이어질 수 있다. 말로만 여성평등을 주장하지만 명절에 모든 일은 당연히 여자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남성, 탈 권위주의를 강조하지만 술자리에서 부하직원에게 술을 강요하는 상사는 부력사용을 긍정하는 평화주의자처럼 엄청난 모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 '신념'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신념 때문에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거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을 때 그것을 지키느냐 포기하느냐에 따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CO에 대한 인정여부는 단순히 병역을 거부하는 소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도 인정할 줄 아는 사회적 관용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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