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 강양구의 과학.기술.사회 가로지르기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1
강양구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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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의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황우석과 그를 둘러싼 논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어려운 생물학 용어들이 일반인들의 이야기주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황우석을 비난하고 욕했지만 일부는 아직도 황우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이라고 자신을 자랑하던 과학이 어떻게 이러한 사회적인 논란을 가져오게 된 것일까.

황우석 사태를 세상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는 과학은 사회와 별개라는 주장에 대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다. 과학은 결코 스스로 객관적이지 않고, 가치중립적이지도 않으며 그 어떤 학문에 비해서도 철저히 사화적인 맥락을 따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과학기술이 과연 어떻게 사회와 관련을 맺고 있는지 알려준다. 과학기술 덕분으로 가사노동에서 해방되었다고 믿어지는 가정주부는 사실 각종 기구의 도입으로 모든 일을 혼자 떠맡게 되었고, 청결에 대한 강박관념도 심해져 실제로는 예전의 주부에 비해서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는 분석은 과학기술 덕분에 인류가 고통스런 노동에서 해방되고 많은 여가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간단히 반박한다. 수치제어형 공작기계와 녹음재생용 공작기계 중에서 녹음재생용이 더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를 억압하기 위해 수치제어용 공작기계를 도입한 사례와, 성능이 뛰어난 가스냉장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단점이 있는 전기냉장고를 표준으로 만든 거대기업의 사례는 과학기술은 스스로 좀 더 편리하고 진보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주장을 대신한다. 어떠한 기술이 선택되기까지는 그 기술이 얼마나 뛰어나냐는 고려 이전에 기술로 인해 나타나게 될 사회적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모르게 찾아온 과학기술은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을까. 오염 없고, 무한한 에너지로 각광받아온 핵 발전은 그 스스로도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핵폭탄이라는 재앙을 만들어냈다. 좀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육골사료분은 광우병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만들어냈다. 또 유비쿼터스, 정보사회 등 달콤한 이름으로 치장되어있는 정보기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기관이 자신을 감시할 수 있는 빅 브라더 사회의 실현을 크게 앞당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류가 과학과 진보라는 이름을 위해 펑펑 써버린 석유는 이제 고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찰하지 않는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안락한 삶을 약속해주는 듯 했지만 다른 면에서는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 것이다.

저자는 이제라도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고 성찰하자고 주장한다. 식량생산에 대한 과학기술이 인류를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거짓말을 거부하고, 자본의 욕망을 위해 식량을 독점하는 거대기업에 대항해 지역의 먹거리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허황된 줄기세포기술을 맹신해 장애인에게 '일반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보다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일반인과 같이 불편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는 다국적 제약회사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독점적 특허권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과학기술을 제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알려준다. 벌써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시행된 경험이 있는 '합의회의'라는 제도는 과학기술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머리를 맞대고 과학기술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어려운 과학기술에 대해 어떻게 '원자와 전자도 구별하지 못하는'일반인이 정책을 다룰 수 있냐는 비판에 대해, 과학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은 과학기술에 대해 많이 아는 것과는 상관이 없으며,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가치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어차피 시민이기에 시민이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황우석이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생물학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습득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황우석 개인에 대해, 그의 믿을 수 없는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것은 과학기술이 사회와는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영역이라는 신화와 과학기술이 우리에게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과학기술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기에 읽기에 부담이 없는 이 책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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