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을 팝니다 - "체 게바라는 왜 스타벅스 속으로 들어갔을까?"
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 지음, 윤미경 옮김 / 마티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나이키를 신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는 캔버스 운동화를 신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미 특정한 상표의 브랜드를 구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상품의 품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브랜드가 가지는 이미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키와 캔버스 운동화가 가지는 이미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가 만들어놓은 체제에 '순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캔버스 운동화를 신는다는 것은 나이키가 대표하는 이미지를 거부하고 무언가 소비주의에 반대하고 '쿨'한 느낌을 갖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생각은 비단 나이키와 캔버스 운동화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의 모든 면에 이러한 생각들이 스며들어 있다.

<혁명을 팝니다>는 소비주의에 대해 비판하면서 새로운 대안의 상품을 소비하는 또 다른 소비주의에 강도 높은 비판을 시도한다. 먼저 소비주의 비판의 토대가 되는 反문화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다. 역사를 살피면서 反문화가 탄생한 경로를 파악한다. 바로 뒤에는 반문화의 토대가 되는 이론들의 탐구한다. 모든 자본주의 비판의 선두에 서는 마르크시즘과 자본주의 시대의 대중들이 억압되어 있으며 따라서 그러한 억압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게 한 프로이트의 이론, 게다가 최근의 이론에 해당하는 포스트모더니즘까지 反문화에 영향을 미친 이론들을 두루 살펴본다.

이러한 이론적 탐구는 결코 따분한 철학적 논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메리칸 뷰티>, <파이트 클럽>같이 저자가 反문화 영화라고 규정지은 영화를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음악과 소설 등 우리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反문화라는 틀에서 해석한다. 결국 이러한 특징은 저자의 주장을 한층 더 와 닿을 수 있게 만든다. 우리가 보았던 영화, 우리가 듣는 음악이 바로 그들이 사유하는 철학의 주요한 소재가 되는 까닭이다.

反문화는 당연히 소비주의의 비판으로 이어진다. 사회가 받아들이는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反문화는 우리사회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체계인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反문화와 反소비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기종의 제도와 규칙은 억압적이고, 인간의 '진정성'에 도달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반소비주의자들은 언제나 제도자체를 없애는 것이 목표가 된다. 따라서 제도의 틀 안에서 개혁을 한다는 것은 '파상적'이라는 공격을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비판한다. 사실 반소비주의자들이라는 히피들은 그러한 비판을 한다는 것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사실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히피가 여피족이 되는 '배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들은 50년대 소비주의의 상징인 뷰익 승용차를 모는 대신에 SUV를 구입함으로써 자신들은 소비주의에 희생되지 않고 자본주의에 '순응'하지 않는 개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은 내세운다는 것이다.

저자는 반소비주의자들이 가지는 체제에 대한 전복을 비판하며 제도와 억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사실 그들이 비판하는 제도의 대부분은 인간들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반소비주의자들이 하는 행동을 모든 사람들이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는 질문으로 함축된다. 반소비주의자들은 그들이 문화적으로 소수이고 튀기 때문에 가치를 가지며 만약 모두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것이 또 다른 규칙이 되고 억압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억압과 규칙을 없애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사회에는 더 많은 규칙과 억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자본을 거부하고 억압을 싫어하는 자유로운 사람들을 이상적으로 바라보았던 우리시대의 비판가들에게 확실히 이 책은 그 어느 책보다 심한 모욕감을 안겨준다. 우리의 그런 행동과 사고가 사실은 위선이며 또 다른 소비주의의 원동력이라고 과감히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비판가들의 감추어진 뒷면을 살펴보고 우리사회의 긍정적인 기능을 파악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상을 지지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 뿐만 아니라 동양을 바라보는 관점, 유니폼의 기능 등도 더불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참으로 흥겨운 관념 뒤집기를 시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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