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 - 난징의 강간, 그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지음, 윤지환 옮김 / 미다스북스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없이 부끄럽다. 책을 다 읽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성을 갖춘 동물과는 다른 존재라는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또 누구도 잊어서는 안 될 끔찍한 역사를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아이리스 장의 이 책은 바로 난징의 강간이라는 끔찍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난징의 강간은 군국주의적 욕망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힌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고 중국의 수도인 난징에서 벌인 6주간의 야만적인 살육행위를 일컫는다. 아이리스 장에 따르면 일본군은 사람을 단순히 죽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녀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강간했고, 당연히 그들은 참혹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군인을 가린다는 명목으로 남자들을 무참히 살해하였다. 포로들은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집단으로 살해되었다. 또한 가옥과 찬란한 난징의 문화는 방화 약탈로 인해 파괴되어  버렸다.

당연히 이 책의 목적은 난징의 강간이라는 잊혀진 사건을 역사에 남기는 것이다. 저자는 목적을 훌륭히 달성하였다. 아이리스 장은 역사에서 사라질 뻔했던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고 그들의 사과를 요구하였다. 난징의 강간을 전쟁 중에 일어난 단순한 전투행위로 인식하던 많은 사람들은 히틀러의 홀로코스트, 러시아의 집단학살 등과 함께 난징대학살을 기억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리스 장은 난징 대학살을 알리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바로 난징 대학살을 통해 우리가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아픈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런 역사는 되풀이 되고 만다는 외침은 우리가 난징대학살을 기억해야하는 진짜 이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의 말미에서 이야기하듯이 난징대학살을 기억하는 일본의 방식은 그런 기대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난징대학살을 일어나지도 않았던 일로 왜곡하고 있으며 학살에 참여했던 군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상부의 지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것으로 회피하고 있다. 이런 왜곡 속에서 일본의 교과서는 난징 대학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은 난징대학살을 잊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픈 역사를 바로보지 않으려는 세력들의 압력으로 인해 결국 아이리스 장은 자살을 택한다. 아픈 역사는 당사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픔을 줄 뿐만 아니라 그런 역사를 기억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상처를 주는 것이다.

난징 대학살에 대한 감추어진 진실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과 정당성에 대해서까지 이야기 하는 이 책은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는 모든 인간이 한번쯤은 읽고 느껴야 하는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물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 훌륭한 책을 출판한 미다스 북스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이렇게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의 홍보문구로 '미모의 역사학자가 바꾼 기념비적 역작!!'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문구는 아이리스 장이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알리고자 했던 아픈 역사를 담은 이 책을 예쁜 역사학자의 흥미로운 책으로 오해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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