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열광 - 황우석 사태 7년의 기록
한재각.강양구.김병수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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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이제 한 달이 남지 않았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2006년을 대표하는 사건으로 황우석 사태를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자로, '조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로 더할 수 없는 찬사를 받은 그는 2006의 시작과 함께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를 '추앙'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추락을 바라보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그의 거짓말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황우석 사건은 이제 종결된 것 같아 보인다. 지원금에 얽힌 복잡한 법적 다툼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는 이미 학계에서는 더 이상 이름을 거론할 수 없게 되었으며, 어떠한 사회적 활동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어떤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지기 마련인지라 황우석 사태도 이제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그저 기분 나쁜 일로만 기억되고 있는듯하다. 그런데 정말 황우석 사태를 그렇게 정리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그저 한 과학자의 거대한 사기사건으로만 기억해도 되는 걸까.

이 책의 저자들은 황우석 사태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황우석 사태를 정리하는 것은 황우석 사태로 말미암아 세상에 드러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살펴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황우석 사태를 '과학기술동맹'이라는 단어로 정리한다. 황우석의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모든 사회적 권력들이 동맹을 맺었다는 이야기이다. 동맹의 중심에는 물론 황우석 교수가 존재한다. 보통 황우석 사태는 새튼 교수가 결별을 선언하고, MBC PD수첩의 보도가 나가면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황우석을 둘러싼 과학기술동맹의 끝이었다. 황우석은 복제소가 태어나기 그 이전부터 자신을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동맹을 만들었던 것이다.

언론은 동맹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언론은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할 자신들의 본분을 잊고 황우석의 입만 쳐다보면 되는 것이었다. 황우석의 한마디, 한마디가 신문과 뉴스의 표제가 되었다. 그런 보도는 황우석에 대한 국민들의 맹목적인 충성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몫을 했다. 황우석에 대한 언론의 태도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동맹이 얼마나 광범위했는지 말해준다. 대표적인 진보언론을 자처하는 <한겨레>신문은 자신들의 광고에 황우석의 이름을 사용했고, <경향신문>도 황우석 띄우기에서 빠지지 않았다.

언론이 황우석 영웅만들기를 담당했다면 정부와 정계 등 권력기관들은 황우석에 대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연구에 자금을 대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건분야의 법제정에 있어서도 황우석의 입장만을 고려하였다. 황우석은 결국 과학자가 아니라 국가 과학기술을 방향을 결정하고 조언하는 지위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는 황우석의 전략과 스타 과학자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이해관계는 과학기술동맹의 핵심중의 핵심이었다.

황우석이라는 절대적인 영향력은 그가 몸담은 과학계에서는 더욱 더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허용되지 않았다. 황우석의 눈 밖에 나는 것은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고, 절대적 약자인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들의 난자를 제공하고, 그 난자를 가지고 스스로 복제실험을 한 연구원들은 이러한 황우석의 절대적 권력행사의 직접적인 피해자들 이었다.

저자들은 이렇게 과학기술동맹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황우석 사태를 살펴보고 이런 광범위한 동맹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박정희 시대의 유산과, 과학기술을 토대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정당화시키려는 노무현 정부의 이해관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결과만 좋으면 상관없다는 결과지상주의는 분명 산업화 시기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경제성장만 하면 문제 없다는 박정희식 사고방식의 재현이었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망상과 그것을 위해서는 난자채취의 윤리논란도, 실험실 내부의 권위주의적 질서도, 지원과 관계된 비리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또 황우석의 생명공학기술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망상은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신자유주의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던 것이다.

황우석 사태의 핵심은 물론 과학기술동맹이었지만, 그를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만들고, 황우석 연구에 의문을 제기한 MBC PD수첩의 광고를 없애고 프로그램을 폐지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은 바로 과학기술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대중이었다는 사실을 저자들은 놓치지 않는다. 대중은 애국주의에 대한 열정과 과학기술이라는 마법에 홀려 사태를 이성적으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과학기술은 과학자들의 실험에 의해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고 논란이 있을 수 없는 영역이 절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학은 마치 사회제도와 같이 사회적인 맥락에 따라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문제이며, 따라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토론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교양이라는 것이다.

2006년은 황우석과 함께 시작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6년을 마무리 하는 이 때 황우석 사태의 진상을 알리고,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와 제발 방지를 위한 대안까지 제시하는 이 책은 2006년을 제대로 마무리하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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