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성석제 지음 / 강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을 하면 주고 싶어진다. 마음이든 물건이든, 어쩌면 받는 사람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도 있는 그런 것들 까지도.
성석제의 소설 '첫사랑'에서 백승호는 '나'를 좋아한다. 성장기 소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일까.
'나'에게 빵도 주고, 튀김도 주고, 폭력으로 부터도 지켜준다. 하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호기심 많은 중학생일 뿐이다. 목욕탕을 훔쳐보고 싶어하고 빵집 걔집애에게 호기심을 갖기도 한다.
어느 날 빵집 여자와 승호가 자는 것을 훔쳐보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여자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건 승호에 대한 동경을 여자에게 대입시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멋진 친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멋있어 보이는 이치로...
그러니까 여기까지의 '나'가 가진 여자에게의 호기심은 초등학생이 가질 법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승호와 마지막 포옹'을 하며, 자신이 비로소 사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왜 빵집 처녀가 아니고 승호였을까.
왜 제목이 '첫사랑'이고, 동네 이름은 '지옥동'일까.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 기시감을 많이 느꼈다.
인터넷 소설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재인 '잘 나가는 일진'과 '평범한 주인공'의 법칙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
물론 이 소설이 훨씬 이전에 나왔던 소설이라는 점과
저질 인터넷 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성과 묘사로 가득 차 있지만...
생각해 보면 이 뿐만 아니라 동성애 소재를 사용한 많은 작품들이 이런 관계를 자주 그린다.
또 남학생들의 우정이나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도 비슷한 관계는 반복된다.
(모사이트에 모인 자칭 '빵셔틀'들은 '잘 나가는 일진'의 관심을 받으면 마치 '성은'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묘사한다.)
오래 전 이 소설을 읽을 때 안개 낀 골목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아련하고, 분명 다르지만 그래도 비슷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했다.
아, 다 써놓고 나니까 저 '빵'이라는 소재와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빵셔틀'의 관계가 미묘하다. 이후 학생들에게 빵은 어떤 의미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