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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평점 :
편혜영의 단편소설「저녁의 구애」는 잃어가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랑하고 동정하고 슬퍼하는 인간의 감정들을 어딘가 불편하고 꺼려지는 상황에 가져다 놓으며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을 보여준다.
김은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임을 알고 있지만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친구와 함께 병원에서 그 시간을 견디기는 껄끄러워 가까운 곳에서 대기한다. 그런 저녁. 그런 저녁에 계속해서 걸려오는 여자의 전화가 있다.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었다. 김이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를 기다리는데, 그 한밤중에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도로위를 달리며 지나가는 장면이었다. 또 그 뒤에 트럭이 달려오더니 전복 되어 타오르는 장면. 어딘가 비일상적인 이 장면 때문에 김은 현실로 돌아온다. 마치 소설 속에서 우리가 현실의 조각을 발견하는 것처럼.
진심과 상관없이, 여자의 마음과 상관없이, 그는 두려움이 점지해준 고백 때문에 곧 부끄러워질 것이며 어떤 말도 돌이킬 수 없어 화가 날 것이고 그 말이 불러온 상황과 감정을 얼버무리려고 애를 쓸 것이며 그럼에도 당시 마음에 인 감정의 윤곽이 무엇인지 헤아릴 것이었다. 그 생각에 김은 갑자기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트럭은 여전히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김은 땅에 박힌 듯 멈춰 서서 조등처럼 환히 빛나는 그 불빛을 바라보았다.
「저녁의 구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