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을 꼬박 지새고, 조조영화로 보러 갔으므로 제정신 아니었음과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 투 샷 추가해서 마시며 봤으므로 환각상태도 주의



<부러진 화살>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영화다. '도가니'를 잇는 사회고발 영화일 수도 있겠다.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물론 바탕이 된 실화에 근거하겠지만...영화적인 면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좀 적어볼까 한다.

이 영화는 억울한 일을 당한 한 개인(김경호)이 조력자(박준)와 함께 권력집단(사법부)과 대결하는 플롯이다. 
주인공의 목표는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었으나, 패배했다. 하지만 진짜로 패배한 것은 아니다. 사법부는 불명예스러운 결판으로 계란세례를 받았고, 김교수는 마지막 씬에서 웃었으니까. 게다가 아직도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엔딩에 자막이 나온다. 그러니까 아직 KO되지 않았다. 누구도. 
그러면서 현재 사법제도의 문제점이나 부당하게 권력이 힘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실화와 100%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 고발은 진실이다.
가끔 사람들이 실화인데 너무 치우쳐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던데, 이 영화는 김경호(안성기 역)가 주인공인 '영화'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물론 실화이기에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이기에 누구의 이야기를 할 것인가는 감독의 몫이다.


 
김경호 교수 역할은 정말 배우 '안성기'에게 꼭 들어 맞았다. 그는 원칙주의자다. 잘못된 대입 수학문제의 오류를 덮어버리자는 동료들의 제안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올바른 말을 한다. 결국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다가 교수지위를 잃게 된다. 교수지위 확인소송에 패소하고, 항소심마저 부당하게 기각된다. 결국 김경호는 담당판사를 찾아가는데, 이 때 석궁으로 위협을 하다가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이란, 화살이 발사되는데 이 부러진 화살이 맞지도 않은 판사에게 신통하게도 상처를 입혀 속에 입은 나시에는 피가 묻어있는데 셔츠에는 묻지 않고 그 위 조끼에는 다시 묻는 미스테리한 혈액 샌드위치 현상을 일으키는데 부러진 화살까지 행방이 묘연하여 신기한 일인데 판사랑 검사는 별로 신기하게 여기지 않아 냉정한 표정이 외례 바보 같아 보이기 까지하는데...

살짝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왜 석궁을 들고 협박할 생각을 했냐는 것이다. 
영화에서 김교수는 원칙주의자에 이성적이고 법을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사실 이전에 영화에서) 
그런 사람이 석궁을 들고 판사를 협박하러 가기까지의 과정, 그의 심리 등등...의문투성이다. 물론 영화의 핵심적인 메세지에서 동떨어졌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가 말하려는 것에 더 다가가려면 그 부분에 대한 설명도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한 아주머니가 나가시면서 "난 안성기가 진짜 판사 죽이려고 석궁 쏜 게 반전일 줄 알았지." 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박준 변호사의 모습은 인간적이어서 친근감이 들었지만 장기자와의 에피소드에서 조금 불쾌했다. 유부남이 이혼녀에게 불쑥 재워달라고 하고, 이혼하면 나 책임져 달라고 하고. 물론 그게 그들만의 대화방식이거나 어른들의 조크인지도 모르지...쓰고 보니 나 되게 쪼잔한 것 같다. 그래 나 쪼잔하다.
 
참, 스크린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배우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쏠쏠한 재미인 것 같다. 판사로 특별출연한 배우들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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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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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것은 대학 신입생 때였다. 동기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작가였는데 이름은 들어봤지만 책을 읽어본 적은 없는 작가였다. 다들 무언가 '신선'하고 '독특'하면서 진한 울림이 있는 그야말로 '이전에는 없던 소설'이라고 했다. 궁금했다. 사실 당시에는 한국 소설책을 많이 읽어본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흐름의 소설들은 비슷비슷하다는 인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비슷비슷하다고 느꼈던 소설들 때문에 우리나라 소설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박민규의 소설은 첫 문장 부터 강렬했다.

 

마이클 잭슨에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의 첫 문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면대면으로 만날 일도 없을 마이클 잭슨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그 패기, 거기에 머리를 꽝하고 얻어맞은 것 같았다. 어쩌면 기존 소설가들의 진지함에 일침을 놓는 듯한 장난기도 느껴졌고, 어쨌든 '이사람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책을 펴자마자 왔던 것이다.

 

  소설집의 첫 단편「카스테라」의 첫 문장 또한 이런 강렬함, 신선함을 그대로 이어간다.

 

이 냉장고의 전생은 훌리건이었을 것이다.

 

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굉장히 새로웠기 때문에 이 소설가가 처음 문단에 나타났을 때 어땠을 지가 궁금해졌다. 단편마다 느껴지는 젊음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상상력과 비틀고 사유하는 힘. 정말 읽을수록 감동이 벅차 올랐다. 이런 소설이 지구에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박민규 작가의 강점은 냉소적인 것 같고 불만투성이에 비뚤어진 것 같은 이야기들 속에 휴머니즘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널 위로하고 있어.'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작가의 마음 속에는 정말로 여린 소년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씁쓸하지만 루저, 패배자, 아웃사이더로 정의되는 그런 냄새를 풍기는 이 소년은 조용히 카스테라를 건낸다.

그 어떤 위로보다 '따뜻한, 반듯하고 보드라운 직육면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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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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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뒤에 쓰여 있는 간단한 책소개를 하자면 이렇다.

 

  "지독히 운이 안 따라주는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스탠리.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운동화 한 켤례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막 한가운데의 소년원에 갇힌다. 영문도 모른 채 구덩이를 파는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결국 탈출을 시도하는데……. 스탠리는 과연 5대에 걸친 가문의 불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운이 따라주지 않는 주인공 '스탠리 옐내츠'(Stanley Yelnats, 거꾸로 읽어도 스탠리 옐내츠)는  자신의 불운을

'아무짝에도-쓸모없고-지저분하고-냄새-풀풀-나는-돼지도둑-고조할아버지' 탓이라 생각한다.

'고조할아버지가 발이 하나밖에 없는 집씨 여인한테서 돼지를 훔치는 바람에' 자손 대대로 저주가 내려오고 있다는 사연 때문이다.

물론 저주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 탓을 할 수 있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다소 이상한 낙천성을 지닌 스탠리 가족.

 

도입 부분 부터 심상치 않은 등장인물들이 나와 빠르게 진행되는 탓에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가 힘들다.

스탠리 옐내츠의 이름, 하필 머리 위에 떨어진 운동화가 '달콤한 발' 이지만 발냄새가 지독한 야구선수

클라이드 리빙스턴이 자선 경매에 내놓은 것, 그리고 그 운동화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게 된 이유는

스탠리의 아버지가 낡은 운동화를 새 운동화로 바꾸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 '초록호수 캠프'지만 사막이고,

'키스하는 케이트 바로우'에게 강도를 당한 증조할아버지는 키스를 당하지 못했다.

단어들만 따로 떼어내서 보아도 굉장히 재기발랄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설정이라는 느낌이 온다.

  

처음에는 과거와 현재를 불친절하게 오가는 이야기에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자 가장 주된 이야기는 스탠리가 초록호수 캠프에서 구덩이를 파면서 생기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사랑에 실패한 엘리아의 이야기와 저주, 흑인 양파 장수를 사랑한 백인 케이트 바로우의 이야기가 나온다.

신기한 것은 읽다보면 이 세가지 이야기들이 정교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맞물린 이야기들이 통쾌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엉망진창, 불운한 삶을 살 것 같았던 스탠리에게 이 불운은 커다란 행운이 되어가는 것이다.

 

간결한 문체와 다소 불친절한 것 같았던 구성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커다란 카타르시스가 되어 돌아온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유머러스함도 대단하다. 모든 이야기들과 물건들이 저마다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메세지를 잃지 않고 있다.

강제노역을 하는 소년원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는 상황과 폭력, 인종차별 문제 등이 유머 속에서 가벼운 듯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스탠리가 불운을 행운으로 뒤바꾸어, 초록호수 캠프를 떠나면서

그러니까, 악을 무찌르고 승리를 거두는 결말에서 느껴지는 쾌감! 굉장하다.

청소년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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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애장판 1~8 박스 세트 (완결)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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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는  만화가 이와아키 히토시의 장편 SF 만화이다. 기생수의 첫 장은 이런 의문으로 시작한다.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가 문득 생각했다.'


「인간이 100분의 1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 1이 될까…」


'누군가 문득 생각했다.'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다음장 테니스공 정도의 크기에 개체수가 불분명한 기생수가 나온다. 이 만화가 주는 공포감 중 하나는 기생수의 정체가 불분명 하다는 것이 첫째다. 개체수도 정체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기생수. 분명한 것은 이 기생수가 인간의 귀나 코로 들어가 인간의 머리를 숙주로 삼고 움직이며 인간을 먹는다는 사실이다.


모든 만화의 주인공이 그러하듯 평범한 고등학생인 신이치는 자는 도중 몸에 침투하려던 기생수를 뱀으로 착각한다. 재빠른 그의 응급처치로 신이치의 기생수는 머리를 점령하지 못하고 오른팔에서 성장해버린다. 뇌를 점령당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를 잃어버리지만 오른팔에서 자라난 신이치의 기생수는 서로 몸을 공유하게 된다. 오른팔은 기생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나머지는 신이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신이치의 혈액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하는 기생수 '미키'는 신이치가 목숨을 잃지 않도록 지켜내야 하므로 둘은 기묘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둘의 공생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기생수는 감정이 없다. 오직 본능만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지식을 학습할 수 있다. 똑똑해진 미키는 책에서 배운 지식과 신이치를 통해 인간을 이해한다. 신이치 역시 사람들은 오직 먹기 위해 돼지와 소를 기르는데, 사람을 먹이로 하는 기생수로부터 사람을 구하려는 것이 맞는 것인지.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많은 생명들을 죽여왔는데, 왜 기생수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다른 생명체인 기생수와 공생하며 인간의 감정을 조금씩 잃어가는 신이치는 좀 더 객관적으로 인간들의 세상을 바라본다.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 여러 생명들과 공존해야 하는 인간, 그런 인간이 가져야 하는 정체성과 다른 생명체들과의 공생 등 인간과 생명, 생물들에 관한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제를 이끄는 이야기는 탁월하지만 심약한 사람이 보기에는 좀 잔인할 수 있다. 감정 없는 기생수들의 표정과 잔인하게 인육을 해체하고 먹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평범한 고등학생 신이치가 기생수와 공생하며 몸도 마음도 강해지는 이야기, 가족, 사랑이야기 등 주제나 그림은 성인만화 같지만 소년만화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적-> 쎈 적-> 더 쎈 적->최종보스)


처음 이 작품을 본 게 고등학생 때였는데 심약한 여고생이 보기엔 좀 충격적인 내용이었으므로 꿈에서도 이 이야기에 시달렸던 기억이난다. 조금 각오를 하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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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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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저승'이 어느 곳이기에 나쁜 일 많이 하면 '지옥'에 가고 착한 일 많이 하면 '극락'에 간다는 말이 있던데...

죽으면 가게 되는 곳, 저승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신과 함께'를 보면 된다.

신과 함께는 네이버 웹툰에서 '저승편', '이승편'이 완결되었고, 현재 '신화편'이 연재되고 있다. 작가가 사전 조사를 많이 해서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구석구석 우리가 모르는 저승이 잘 구현되어 있다. 

신화를 재해석해서 작가식으로 스토리텔링 했는데,

일단 저승차사들이 현대 복식인 검은 수트를 입고 있다.

초군문(저승 입구)역으로 가는 지하철 - 저승행 지하철에도 노약자석이 있고 잡상인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저승에 가면 49일 동안 재판을 받게 된다. 때문에 초군문역에는 변호사들이 피켓을 들고 죽은 사람을 기다린다. 변호사의 능력은 살아 생전 남에게 많이 배푼 사람이냐 한 푼도 쓰지 않은 사람이냐로 갈린다.

 

위와 같은 현대적인 옷을 입은 저승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저승이야기라고 해서 이 작품이 손에 땀을 쥐는 서스펜스를 그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옛이야기들 처럼 고루하게 교훈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확실히 조금 투박한 그림체로 유려한 그림체는 아니다. 그림을 뛰어 넘는 훌륭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림은 보다보면 정이 든다.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신화는 새롭고, 그 속에 담긴 교훈은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신과 함께는 일본 만화로 리메이크 되어 현지에서 연재되고 있다.

우리 고유의 이야기, 원전들 중에는 매력적인 소재들이 많다.

작가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우리나라 이야기, 문화, 전통 등을 많이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어 나갔는데 어쨌든 진짜 재밌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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