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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책을 처음 들었을 때 11분이라는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했지만
그...그런 의미일줄이야.
참고로 이 책은 우리나라와 같은 유교문화권에서는 19금 취급 받을 수 있는 도서로서 호기심이 가득한 청소년에게는 문학으로서의 가치보다 다른 면으로서의 욕구를 충족 시켜줄수도 있기에 별로 권하지 않으련다!
(혹.. 이글을 보는 청소년이 호기심에 11분을 읽을 수도 있겠다능 생각도하지만..)
11분을 읽으면서 파울로는 굉장히 섬세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의 표현은 마치 자신이 사춘기의 여성을 겪어 본 것처럼 소녀의 내면욕구를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얼마나 훌륭한지는 알 수가 없다.. 나도 사춘기의 여성을 경험해본적이..없어서)
비록 여러 여성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집필을 하였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성(性)을 풀어나가는 그의 상상력과 표현력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의 오르가슴에대한 장구하고 거대한 묘사들은.. 극적인 쾌감을 표현해야하기에 수긍하면서도 실소를 머금게 한다.
11분의 성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대담하고, 직접적이면서도 은밀하고 신비스럽다 또한 외설적이면서도 경건하다. 이러한 경계적 표현을 담는 작가의 능력은 뛰어나다고 볼 수 밖에!
성에 대한 묘사 뿐만 아니라 파울로는 개인과사회를 표현하는데도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다.(내용 유출이 있으니 책 내용을 간섭없이 완연히 보고 싶은 분은 피하시길)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침대에 뛰어들어 꿈없는 잠을 잤다." - 본문 pp.79
마리아가 처음으로 돈과 자신의 성을 교환한 후 느끼는 감정을 ’꿈없는 잠’ 으로 나타낸 부분은 굉장히 압축적이면서도 강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그런 식이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질문해보면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 본문 pp.82
"인간은, 갈증은 일 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 없이 몇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 본문 pp.119
파울로는 사람들이 느끼고 있지만 모호하게 규정하였던 삶의 것들을 분명하게 해주거나 알고 있지만 타인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내면은 것들을 정확히 지적해준다.
또한 (이것은 나의 주 전공이 사회학이기 때문이지만..)
"당신은 아니스 칵테일밖에 보지 못하지만, 나는 그 너머까지 봐야 해요. 그 과일이 열린 나무, 그 나무가 맞서야 했던 폭풍우, 그 열매를 딴 손,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건너가는 선박, 그 열매가 알코올과 접촉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색깔을 보죠." - 본문 pp. 142
대상에 드러나지 않는 내부적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사회학’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이다. 코엘료가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사회학적 관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 책의 더 후반부와 결론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반부에서 표현했던 섬세함보다는 극적이고, 요동치는, 그리고 갈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을 모두 다 읽고 내가 했던 최종 메모는 "하하. Story는 스토리.." 왜 이런 환원론적인 평가가 나왔는지 궁금하다면, 성과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섬세한 책을 읽고 싶다면 11분을 읽어보길 권한다. 단, 유아부터 17세를 제외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