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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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정 작가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다. 『7년의 밤』을 읽으면서 7년이라는 시간을 굵직하게 통과하는 힘 있는 서사에, 『28』을 읽으면서는 화양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이곳 저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로 묶여나가는 모습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3년, 『종의 기원』을 만났다.


 앞선 두 전작과는 다르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졌으며 소시오패스 로 볼 수 있는 오영제(7년의 밤)나 반사회적 성격 장애로 볼 수 있는 박동해(28)와는 또 다른 유형의 인간형을 보여준다. 주인공 한유진은 사이코패스, 유진의 이모이자 미래 아동 청소년 병원의 원장인 혜원의 말에 의하면 '유진이는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이다.   


 한유진 전지적 시점의 이 소설은 유진의 자기변론 서사를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소설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유진은 어린 시절 가족 휴양길에서 아버지와 형의 죽음, 방조제의 젊은 여자의 죽음,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망각을 보여준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유진이 어머니의 참혹한 시신을 발견하고 누구로 인한 살인인가를 스스로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유진은 그렇게 어머니의 죽음을 추리하다 그 범인이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이는 방조제의 젊은 여자의 죽음에서도 마찬가지고, 어린 시절 형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아버지 역시 죽음으로 내모는 기억에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변주한 기억 속에서는 형에게서 새총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고 그 사이 종탑에서 형은 떨어지고 그런 형을 구하려다 파도에 휩쓸렸다. 그러나 어머니의 일기 속에는 유진이 형을 때렸고 종탑에서 밀친 것으로 되어 있다. 유진이 자신의 프레데터 됨을 인정하고 주체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이모 혜원 뿐이다. 


 그렇게 소설은 앞선 세 가지 죽음을 역순으로 추적하며 유진의 실체를 점차 드러낸다. 뒤바꾼 기억 속에서 스스로의 행동들을 부정하던 유진이 자신의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인정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그는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곤혹스러워하지도, 당혹해하지도 않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정유정 작가는 유진을, 그리고 유진과 같은 유형의 사이코패스를 전혀 새로운 유형의 인간으로써 인정하고 소설을 썼다고 한다. (먼저 이와 비슷한 말을 한 학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즉, 소설의 제목이 『종의 기원』인 까닭은 단적으로 말하면 '호모 사이코패스'의 탄생인 것이다. 절대 악으로 규정되는 사이코패스. 우리의 상식과 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결의 존재. 절대악.


 프롤로그에서 형인 한유민의 세례명이 미카엘인 것과 한유진의 세례명이 노엘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대천사인 미카엘과 탄생의 뜻을 가진 노엘. 즉 한유진 노엘이 영성체를 받지 못하고 쓰러지는 이유는 선에 반하는 존재의 탄생을 의미하는 암시라는 것이다. (작가님의 말을 듣고 감탄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유진의 자수를 강권하던 해진이 유진 대신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몸을 숨겼던 유진이 다시 사회로 돌아오게 되는 것은 굉장히 시사적인 부분이 있다. 우리 사회에 암암리에 숨겨져 있을 그들의 존재를 암시, 아니 대놓고 피력하는 것이다. 경각심이 싹튼다. 


 『종의 기원』은 보기에 따라 앞선 소설들보다 재미없게 읽혀질 수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차이는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독자의 입장으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유진의 변론을 따라가다보면 혼란스럽기도 하고 유진의 살해 행각의 잔혹함으로 두려움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읽어볼만한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닐까.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7월 1일, <박지호의 심야 책방>엘 갔다. 정유정 작가님의 북토크가 마련된 자리였다. 거기서 어쩌다보니 책의 일부를 낭독하게 되었는데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메모해 두고자 한다. 203쪽의 부분부분이다. 



칼을 쥔 손이 저릿저릿해왔다. 음속을 돌파하는 듯한 충격이 몸을 덮쳐왔다. 머릿속 어딘가에선 쿵, 하는 소리가 울렸다. 실낱같이 열러 있던 이쪽 세상과의 통로가 닫히는 소리였다. 나는 내가 다른 세상의 국경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돌아갈 길이 없다는 것도, 돌아갈 의지가 없다는 것도. 

(중략)

세상이 사라졌다. 위장에서 요동치던 불길이 성욕처럼 아랫배로 방사됐다. 발화의 순간이었다. 감각의 대역폭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마법의 순간이었다. 내 안의 눈으로 여자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전지의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전능의 순간이었다.   



이것은 유진의 첫 살인의 기억이다. 방조제 여자의 죽음에 대한 기억을 복기하는 유진, 이 순간 유진은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스스로에게 내재된 차가운 광기를 말이다. 앞선 구절은 그러한 광기, 들림의 순간에 대한 가장 폭발적인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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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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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는 내가 읽은 윤고은의 책 중 세번째이다. 좀 오래전의 독서이긴 하지만 그때의 나는 <1인용 식탁>과 <밤의 여행자들>을 읽었었다. 독서 경험이 있던 작가였으므로, 나는 솔직히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으면서도 편안한 마음이 컸다. 뭐 괜찮겠지, 이정도? 오래토록 만나지 못한 지인을 만나는 것 같은 반가움? 여하튼 작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8편의 단편들을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뭔가 내 기억 속 윤고은이 아닌 것만 같았다. 이전의 그녀와 오늘의 그녀가 달랐다. 여전히 소재는 독특했지만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더욱 재치 있어 졌고, 뭔가 어깨에 힘이 빠진 느낌이었다. 자연스러움? 오랫동안 발레를 익힌 사람에게선 가만히 있어도 특유의 에튀튜드가 있는 것처럼. 그래, 그런 느낌이다.



 정리해 보자면, 




 「된장이 된」


 가족에게 꼭 필요한 돈 천 만원. 가족을 위해 15년 전 빌려준 돈을 되찾으려 노력하던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가 받아온 것은 돈이 아니라 50 킬로그램의 된장이었는데... 아버지 대신 빚쟁이 X의 뒤를 쫓는 딸. 그녀를 돕는 조. 그들이 진 삶의 무게에 관한 이야기.   


 웃프면서도 다정다감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왔다. 


  

 「불타는 작품


 겨우겨우 그림 그리는 일을 버텨온 무명화가가 완성된 작품을 소각하는 레지던스에 입주 작가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특이사항. 마당 딸린 개, 개 집사.


 메타소설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마당 딸린 개 로버트의 존재는 정말... 꼭 읽어봐야할 소설이다. 너무나 유쾌하다. 

  


 「전설적인 존재


 소설가가 되길 꿈꾸었지만 결국 생활에 밀리고 밀려 달력 작가가 되어버린 청년. 우연히 학부 시절 소설을 잘 써 전설적인 존재였던 동기를 만나게 되는데, 오랜만에 갖게된 그와의 술자리에 알게 되는 진실. 



 「Y-ray


 어느날 우연히 만들어지게 된 X-ray의 불량품 Y-ray. 불량품임이 밝혀지지 않은 채 갓 개업한 병원에 설치되게 된다. 의사는 Y-ray의 불량성을 알아채지만 버리지 않고, 실험을 거듭한 결과 Y-ray가 X선이 아닌 새로운 빛으로 인체를 인식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Y-ray는 사람들의 몸 속에서 톱니바퀴라던가 가위라던가 있을리 없는 사물들을 찍어낸다. 그리고 그 현상은 점차 증식의 형태를 띄게 되는데... 



 「책상


 공무원이 되려고 속기사 자격증을 땄지만 공무원이 되지 못하고, 작가 지망생도 아닌데 작가 지망생이 아니라서 작가의 비서가 된 청년. 작가가 메모한 문장을 잃어버린 탓에 문장을 메모할 적의 기억을 따라 지하철로 향한다. 그러다 우연히 각진 어깨, 아니 책상을 짊어진 고등학교 시절의 선생 '기암'과 마주치게 된다. 문장이 아닌 기암을 쫓기 시작하는 청년. 청년은 잃어버린 문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어쩌면 이야기를 쓰게 만들고는 사라져 버리는 어느 문장에 대한 미행기인지도 모르겠다. 



 「다옥정 7번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박태원, 1930년대를 살던 그가 2010년대로 날아왔다?! 과거의 박태원은 어떻게 현재의 박태원으로 살아남는가. 

 

 일종의 생존기이다. 



 「오두막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던 남녀. 그들은 사랑을 나누던 오두막에서 우연히 한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후 그들을 덮쳐오는 죄책감. 결혼을 약속했던 그들의 관계는 어그러지고 두 사람은 이별 후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제주에 갔다가 재회하게 되는데, 그들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들. 그 슬픈 선들. 


 인간 본연에 자리한 죄책감, 그것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성찰. 무거운 주제이지만 문체가 갖는 편안함으로 읽기에는 수월하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생존 배낭을 만드는 회사에 근무하는 나는 양말 브랜드 홀튼의 캥거루 양말을 런칭하기 위해 포트오거스타로 출장을 온다. 그러나 선약을 했던 홀튼 사장과의 약속은 미뤄지고, 마음이 급해진 나는 휴가를 떠난 사장의 뒤를 쫓아 가려다 낡은 마이마일러 차에 히치하이킹을 하게 된다. 서로간의 오해로 히치하이킹을 하고, 히치하이크를 하게 해준 두 사람. 두 사람은 울룰루로 향하는 여정 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뭔가 게빈이 아닌 남자의 정체가 누군지 알 것도 같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은 느낌. 그저 두 사람이 자신의 사람들을 그리워하는게 좋았다. 남자는 자신의 형을, 나는 이제는 없는 친구 위키를. 그리움이 그리움을 위로하는 순간. 

 순간순간의 매력.




 총평하자면, 단편 하나하나 재밌지 않은 단편이 없었던, 최근 읽은 한국 작가의 단편집 중에 단연 최고의 완성도! 





 여담으로... 오늘 미디어카페 Hu 에서 있었던 <저자와의 만남>

 

 윤고은 소설가와 사회였던 염승숙 소설가. 두 미녀분의 꿀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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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을 탈출한 여신 프레야 프레야 시리즈
매튜 로렌스 지음, 김세경 옮김 / 아작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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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야가 정신병원을 탈출한 이유? 


  북유럽신화의 사랑과 전쟁의 여신으로 그 신화에서는 지극히 중요한 존재인 프레야는 인간들에게 잊혀진 채 한 정신병원에서 새라 버내디란 이름으로 무려 이십 칠년 째 시간을 죽이고 있다. 누가 그녀를 가뒀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정신병원이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은 그녀가 스스로를 신이라 주장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곳이다. 


  그러던 그녀는 어느 날 새로 정신과에 근무하게 된 남자직원 나단을 만나게 된다. 나단은 외모도 괜찮고 유머감각도 있어서 그녀의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같은 날 그녀는 가렌이란 이름의 면회객을 받는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기에 면회를 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다. 위협감이 철철 흘러넘치는 남자인 가렌은 새라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 자신들에게 협력하라고 위협한다. 그는 스스로 ‘아흐리만의 조각’이라 밝힌 물건 하나를 건네면서 말한다. 새라는 그 물건을 만지는 순간 끔찍한 신의 느낌을 받는다. 가렌은 말한다. “우린 신들을 취급해, 새라. 해가 될 만한 신은 잡아 가두거나 없애버리고, 나머지는 채용하는 거지.” 


  가렌은 신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초인적인 힘을 지닌 사내지만,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그를 떨쳐내고 나단을 들춰 매고 정신병원을 탈출한다. 운전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신인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지배하는 화학약물들의 작용에 간섭할 수 있다(그 전에는 자신이 무엇에 대해 간섭하고 있는지를 몰랐지만 이제는 정신과에서 충분히 들었다). 그녀는 나단이 자신의 존재를 믿게 만들고, 나단을 자신의 여행의 동료로 맞아들인다. 옛날 말로 한다면 나단은 ‘신관’이 된 것이다. 가렌의 조직으로부터 도망을 치면서 그동안 눈에 띄게 변한 세상에 대해 탐구하는 새라,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한 인터넷이 충격적이다. 



디즈니월드에서 신성을 발견한 프레야


“(...) 인류는 자신들의 기도에 응답하라고, 자신들의 육체와 영혼을 보호하라고 우리를 창조했었다. 그들이 이제 자라, 우리를 마치 오래된 장난감처럼 내팽개쳐버리고, 우리의 후계자를 만든 거다. 더 나쁜 건, 지금까지는 이게 우리보다 훨씬 더 나았다는 거다. (...)”


  하지만 여신은 이 인터넷의 세상을 활용해 신들이 활동할 수도 있겠다는 희미한 전망을 품는다. 여신은 도망치기 위해 좋은 곳을 물색하다가 나단의 조언을 받아들여 디즈니월드에서 신데렐라 역으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여신은 디즈니월드에 오는 아이들이 프레야가 아닌 신데렐라를 진짜라고 믿어도 자신의 힘이 조금씩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된다. 인간의 소망과 신성 사이엔 그녀의 생각보다도 훨씬 복잡한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여신은 그녀가 발견한 것을 먼저 발견하여, 놀이공원을 운영하며 인간의 숭배 없이도 살 수 있는 힘의 원천을 찾아낸 위험한 디오니소스 신을 맞닥트린다. 그리고 가렌도 다시 그녀를 쫓아와 신성을 산업화하려는 위험한 기업의 존재를 알린다. 사랑의 여신이지만 전쟁의 여신이기도 한 프레야는 이 시점에서 목표를 도주에서 투쟁으로 바꾼다. 신성을 훼손하고 인간을 지배하려는 저 거대기업에게 대항하려는 여신은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줄거리 참고를 위해서 아작 블로그 출판사 서평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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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작 출판사의 책을 좋아한다. 아작에서 번역 출간한 소설들의 세계는 그저 독자에게 재미만 선사하지 않는다. 코리 닥터로우의『리틀 브라더』는 금방이랄도 다가올 것만 같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국가 권력과 개인이 부딪는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코니 윌리스의 『화재감시원』, 『여왕마저도』에서는 제각기 매력적인 세계관들을 담은 단편들을 담고 있었다. 그중 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건 단편 [여왕마저도]에서 등장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월경 없는 세상이었다. 


 어찌 보면 아작 출판사의 책들은 하나의 경향성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한다. 그건 바로 '여성'에 대한, '페미니즘'에 대한,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읽은 아작의 네번째 책 소설『정신병원을 탈출한 프레야』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체체파리의 비법』을 먼저 샀지만 나중에 이야기 해야 할 거 같다.) 일단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우리에게 익히 익숙한 히어로물을 떠올려보라. DC의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MARVEL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스파이더맨 등등. 그러나 우리가 한국에서 소요할 수 있었던 것은 대체로 남성 히어로 중심의 서사였고 여성 히어로들은 조력자이거나 보조자일 수밖에 없었다. 근래 『헝거게임』의 캣니스가 큰 활약을 하긴 했지만 결국 그녀도 반란을 승리로 이끈 후에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가정에 안주 하고 말지 않는가.


 『정신병원을 탈출한 프레야』는 다르다. 잊혀진 여신이었던 프레야가 피넴디의 손길을 피해 도망을 쳐야 했을 때부터 그녀의 행보는 주체적이다. 그녀에 의해 사건에 휘말리게 된 나단은 그저 그녀의 사제, 조력자에 불과하다. 


 도주 과정에서 모든 금전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것도 프레야이고(나단은 가사를 책임진다) 피넴디에 잡혀들어갔을 때 다른 여신들을 설득해 조력자를 만드는 것도, 피넴디의 구조를 파헤치는 것도, 가렌과 드래스를 물리치는 것도 모두 프레야의 힘이고 프레야의 노력이다. 


 프레야와 그녀의 친구들이 임펄스 본부를 무너뜨리고 있는 동안 나단이 한 것은 디오니소스의 덩쿨에 묶여있거나 환호를 지르거나 가렌의 총구에 겨눠질 뿐이며 탈출 후에는 네 명의 여신들과 어떻게 한 집에서 지내야 할 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게 만약 다른 히어로 물이라거나 라이트 노벨이었다면 어땠을까. 프레야는 나단의 조력자가 되어 악을 물리치고 다른 네 여신들과 나단을 사이에 두고 하렘 구도를 형성하고, 나단은 힘을 갖춰 먼치킨 캐릭터가 되었을까?


 다른 것은 상상하지 않겠다. 프레야와 친구들에겐 피넴디 본진과의 전투도 남았고 부활한 것으로 예상되는 악마 아펩과도 부딪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사랑에 빠진 툴레즈와 디오니소스 커플과 충돌이 있을지도 모르고 엄마의 모습을 한 아펩 때문에 그들의 조력자였던 사만다와 다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프레야 시리즈는 이제 시작이고 프레야와 그 친구들의 모험의 항로는 아직도 멀다. 

  

 내 이름은 새라 버내디, 마침내 다시 신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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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체파리의 비법 팁트리 주니어 걸작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이수현 옮김 / 아작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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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말할 수 있다면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존재이리라. 그리고 아마 미래에 살기도 할 것이다. 인간이란 저만치 앞서가서 돌아볼 때나 인식할 무엇이 아닐까... 하지만 분명 "인간"은 총명한 아이의 눈에서 볼 수 있는 눈부신 이미지와 관계가 있기는 할 것이다. 삶을 탐험하고, 의문하며, 열렬히 이해해보려 하는, 파괴적이지 않은 탐구심. 나는 그 정신이 우리 모두의 핵심이라 본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본명은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 1915년에 태어나 1987년 자살로써 그 생을 마감한 소설가. 아프리카에서 야생 고릴라를 본 최초의 백인 여성, 화가이자 예술 비평가였으며, 1950년대에는 CIA 정보원, 제대 후 실험 심리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던 학자. 1967년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SF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그녀는 1960년대 말부터 1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다양한 소재와 흥미진진한 주제의식을 과시하는 중단편들을 써냈다. 

 

 그녀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라쿠나 셸든 등의 이름으로 글을 써왔고 대중은 그녀를 중년의 남자 라고 생각해왔으나 1976년 우연한 계기로 앨리스 브래들리 셸던이라는 자신의 본명, 자신의 삶을 들키게 된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라쿠나 셸든이 동일인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바로 그녀였다는 사실은 당시 SF 팬덤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고 이것이 바로 '팁트리 쇼크'이다. 정체가 밝혀진 뒤에도 그녀는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왔으나 1987년 알츠하이머 병을 앓던 남편을 총으로 쏘고 그 본인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번 아작 출판사에서 출간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체체파리의 비법>은 <Her Smoke Rose Up Forever>를 두 권으로 나누어 옮긴 것이다. (앞으로 나올 다음 권도 기대된다.) 책의 서장에는 6줄에 걸친 팁트리 주니어의 말이 쓰여 있는데 그 중 '삶을 탐험하고, 의문하며, 열렬히 이해해 보려 하는, 파괴적이지 않은 탐구심. 그것이야 말로 "인간"의, 우리 모두의 핵심'이라는 말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SF소설가 듀나는 이 책 『체체파리의 비법』의 추천사 중에 이런 말을 썼다.


 요약해서 말한다면 여성적 목소리와 남성적 목소리의 경계는 훨씬 흐릿한 법이고 그 경계선을 나누는 것은 개별 목소리가 아니라 그들을 보는 편견입니다. 

(중략) 

 앨리스 셸튼이 팁트리라는 가면을 쓰면서 얻은 것도 그런 중립적인 자유였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셸든은 남자를 흉내냈다기 보다는 여자들에게 주어진 제한과 불필요한 관심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썼던 것이죠. 



 팁트리 주니어가 활동하던 1960년대와 2016년인 지금, 남녀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나 역시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을 타고 났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자라면서 수많은 불평등을 경험해왔다. 남성이 남성으로 태어난 덕에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것들, 여성이 여성으로 태어난 탓에 당해야 했던 차별 같은 것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불필요한 관심의 대상이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소설들은 여성성을 지닌 인간, 혹은 사회적 약자들이 겪어온 수많은 불의를 많이 다루고 있다. 그녀의 세계는 넓고 다양하며 선구적이었다. 


 



 * 단편별 정리

 

 - 체체파리의 비법(1977)

 

 줄거리에 대해 설명하기 보다 등장인물인 앤이 앨런에게 보낸 편지의 문구를 인용하는 것이 낫겠다. 



 셀리나 피터스는 신랄한 평을 몇 가지 내보냈어. '한 남자가 아내를 죽이면 살인이라고 부르지만, 충분히 많은 수가 같은 행동을 하면 생활 방식이라고 부른다.같은 거. 난 사태가 번지고 있다고 생각 하지만, 정부에서 언론에 문제를 확대하지 말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상황을 아는 사람이 없어. 


 바니의 효소가 전나무 나방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앤지가 말해줬어. 수컷이 암컷과 접촉한 후 교미를 위해 뒤로 방향을 돌리지 못하게 막아서, 수컷이 암컷의 머리와 짝짓기를 하게 만든다나 봐. 이가 빠진 시계태엽처럼. 암컷들은 어리둥절하겠지. 

 


 며칠 전 있었던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체체파리의 세계에서 살고 있구나.




 - 접속된 소녀(1973)


 구질구질한 길거리 소녀였던 P. 버크가 아름다운 생체 인형 델피가 되어 만나게되는 새로운 삶. 


 이 이야기는 절대 밝고 찬란한 내용이 아니다. 자본주의와 외모 지상주의, 미디어의 허상과 원격조정 생체-인형 등을 결합하고, 간접 광고가 세상을 지배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사이버 펑크, 어찌 보면 디스토피아적인 세계이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1973)


 화자인 루스는 남자다움이 부족한, 위협적이지 않은 남성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가 남성인 까닭에 여성에 대한 이해에는 한계를 보인다. 이 소설은 외계인과의 조우를 다루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딸과 함께 외계인을 따라 떠나고 마는 파슨스 부인의 말이다. 


 "오, 트라우마 같은 건 없었어요, 돈. 그리고 전 남자들을 미워하지 않아요. 그건 마치, 날씨를 미워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일 테죠."


 "여자들에게 권리 같은 건 없어요, 돈. 남자들이 허용할 때를 빼면 없죠. 남자들이 더 공격적이고 더 강력하고, 남자들이 세계를 돌려요. 다음에 또 진짜 위기가 일어나서 남자들을 뒤흔들면 우리의 소위 권리라는 건 마치 연기처럼 사라질 거예요. 우린 언제나 그랬던 대로, 소유물로 돌아가겠죠. 그리고 잘못된 일은 모두 우리의 자유 탓이 될 거예요. 로마의 멸망이 그랬던 것처럼요. 당신도 알게 될 거예요."


 "여자들이 하는 일은 생존하는 거예요. 당신네 세계 기계의 틈바구니에서 하나둘씩 살아가는 거죠."


 

 -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1976)


 우주 여행과 시간 여행, 전 세계적인 질병, 복제, 서로 다른 미래 문화와 사회에 대한 상상, '여자들만 사는 세상'을 SF만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로리머'의 존재이다. 로리머의 과거와 생각을 통해 성차별의 본질을 집어 낸다. 


 로리머는 사회가 생각하는 '남자다움'을 갖지 못하고, 우두머리 수컷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 하며, 여성들에게 비웃음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평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여전히 강력한 남성상을 동경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로리머와 그 일행이 우주를 여행하는 동안 로리머는 일행들로 부터 별 것 아닌 취급을 받는다. 우등한 남성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는 약자로서의 위치를 갖고 있다. 알파 수컷들 사이의 베타 수컷. 그것이 로리머의 자리이며 후에 미래의 여성들과 만남을 갖게 된 후로 더욱 도드라지게 엿보인다. 


 

 - 아인 박사의 마지막 비행 (1969)


 정보부 요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보고서 형식의 소품이다. 생태학적인 통찰과 대규모 바이러스 공격으로 인한 멸종 아이디어에 미친 과학자의 환상을 담고 있다. 



 - 덧없는 존재감 (1975)


 죽어가는 지구에서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선 우주선 켄타우로스 호와 선내 의사인 애런 케이가 주인공인 중편으로 우주 탐험물의 형식을 취한다.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를 탐험하던 켄타우로스 호는 선발대였던 로리에 의해 아름다운 행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 행성의 미지의 생물을 선내에 들이게 된다. 미지의 생물은 신성과도 맞닿아 있으며 유혹적으로 사람들을 끌어 당긴다. 로리는 그것을 치유함, 녹아듦, 완전함 등으로 이야기하며 애런과 함께 가려 하지만 애런의 적극적 저항으로 인해 미지의 생물을 따라나서지 못한다. 


 기발한 소재와 상상력. 



 - 비애곡 (1980)


 기존 문명의 종말 이후를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이다. 멸망 후가 그 배경이나 고요하고 평화롭다. 


 인간 대부분이 '강'을 통해 은하 세계로 떠나가고, 주인공 자코는 먼저 떠난 가족들을 따라가려다 있을 리 없는 사람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정박하게 된다. 검은 피부에 묘한 그물 모자를 쓴 마른 소녀, 피치시프는 은하로 떠나지 않을 생각이다. 최후의, 최후의 인간이 되어 아이를 낳고 기르며 이곳에서 살아가는 일, 그것이 그녀의 꿈. 자코는 피치시프와 함께하며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남고자, 이미 떠난 아버지와 가족들을 찾아 강의 진원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 소설집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정말 시의적인 글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페미니즘적 생각과 SF적인 상상력들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전투적이다. 많은 이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여성 우월주의 적인 성향을 읽어내곤 하는데 사실 그것은 잘못된 이해라고 생각한다.


  수천년간 지탱되어진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학습된 여성의 위치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남성이 남성으로 나고 자라 누린 특권들은 그 스스로가 약자가 되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오른손잡이의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은 왼손잡이의 불편을 알 수 없고, 생물학적 남성은 생물학적 여성이 겪는 사회 부조리와 불평등, 차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겐 그저 기분 나쁨이고 불편함일 뿐인 일들이 여성들에게는 위협이고 생존에 직결된 문제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읽어보아야 하는 소설이다. 나는 특히 <체체파리의 비법>과 <보이지 않는 여자들>,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를 추천하고 싶다. 체체파리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파슨스 부인의 선택을 얼마나 동경할 수 밖에 없는지. 젠더 문제는 그저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며 세상에 수많은 로리머들 역시 생각되어져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생물학적 남성이건, 여성이건. 그 누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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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에노 치즈코의 저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여성혐오'가 어디서 나오게 되었는지 부터 시작하여 앞으로 여성혐오에 대하여, 남성혐오에 대하여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까지 자세한 예시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비록 치즈코의 글은 일본 사회를 대상으로 분석되어진 것이긴 하나 한국에 그를 적용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아마 그 어떤 사회이건 '남성 지배'를 기본 프레임으로 하는 사회구조를 가진 나라라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호모 소셜한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존재의 의의는 동일화도, 포섭도 아닌 배제이고 멸시이고 트로피일 뿐이라는 것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여성 혐오의 범죄들이 판을 치고, 여성 혐오와 관련한 생각들이 얼마나 깊이 우리 스스로를 잠식해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가장 가깝게는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신안의 성폭행 사건이 있었고, 가장 세밀하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듣는 모든 말들,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을 종용하고 동시에 남성과 다름없는 공적 능력 역시 요구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여성 혐오자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여성 혐오를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도, 지금은 알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아마도 그럴 것이다. 아니, 그렇다. 


 여자 아이에게는 당연하다는 듯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인형을 선물하는 것도, 집에 계신 엄마가 당연히 나의 저녁을 차리고 가사를 돌볼 것이라고 믿는 것도, 사내아이에게 전쟁놀이나 로봇 장난감을 선물하고, 집에서 노는 대신 가사를 책임지는 아빠에게는 아빠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 세세한 모든 일상. 선택의 문제를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억압으로 강제화 하는 모든 일들. 


 여성다운 것, 남성다운 것을 생각한다면 거기서 부터 차별과 혐오가 발생한다는 것을 치즈코의 책은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는 그런 스스로에 대해 깨닫길 소원하고 있다. 


 여성 혐오에는 차별과 숭배 라는 이면이 존재하고 있고, 수많은 로리머들(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단편 '휴스턴, 휴스턴, 들리는가?'를 읽어볼 것) 역시 여성과 동일시 되거나 배제된다. 그러나 여성의 위치는 가장 낮으며 알파 수컷 그 다음이 로리머, 여성의 순이 된다. 장애를 가진 이 역시도 남성 먼저, 여성은 후순인 것을 생각해보라. (사회 논의의 문제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수많은 사건들이 떠올랐다. 장애인의 성적 욕구에 대해 논의하면서도 그 대상은 남성 장애인에게 한정 되었던 일(이승우의 소설 '식물들의 사생활'(2000)을 떠올려보라. 거기에는 다리가 잘려나간 형을 위해 거리의 여자를 사 형의 욕구를 해소시키는 동생과 어머니가 나온다. _함경록 감독의 다큐멘터리 '숨'을 보라. 여성 장애인은 성적 욕구 조차 없다는 말인가? 그럴리가 없잖은가!), 어머니가 혹은 아내가 부담해온 가사노동에 제대로 된 노동가치를 부여하지 않은 일, 성 노동자가 그들의 직업을 이유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 그밖에 수많은 사건들이, 떠올랐다. 


 우에노 치즈코의 책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많은 이들이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자신들이 어떤 프레임 안에 살고 있는지, 여성인 내가 혹은 남성인 내가 무얼 겪고 있으며 무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돌이켜보고 검열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 참고로 덧붙이자면 역자의 말을 쓰레기다. 번역은 나쁘지 않으나 역자의 말은 읽지 않기를 권한다. 은행나무에서 왜 그런 글을 옆에 붙여 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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