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 / 해냄 

몇 달 전부터 그 유명한 트위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입은 예전에 해두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다.
이번에 문화센터에 블로그 관련 강좌를 개설하게 되면서 SNS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다가 '그래도 대세라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찔끔거리며 쓰기 시작했다. 솔직히 아직 재미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적응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솔직히 뭔 수다 떨 일이 그리 많겠는가?

내가 트위터를 하게 되면서 가장 관심을 갖게 된 분이 바로 이외수 선생님이다.
소위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어마어마한 별명으로 통하는 분이 아니신가?
그래서 트위터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바로 이외수 선생님을 팔로우했다.
트위터에 접속을 하면 검은 선글라스를 내려 쓰시고 귀엽게(?) 치뜬 눈으로 날 바라보고 계신다.
매일 적게는 네댓 개에서 많게는 열 개가 넘는 글 목록을 보면서 이외수 선생님의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느끼며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들여다 본다.
얼마전에는 선생님을 팔로우하는 분들을 모아서 번개도 여셨다던데...

평소에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관련서적을 몇 권 읽었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데릭 젠슨의 네 멋대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명로진의 인디라이터 시즌 1, 2
이만교의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헤더리치 & 로버트 그레이엄의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 등등...

거기다 메모의 기술, 글쓰기 능력지수와 같은 얇은 도서, 시나리오 작법과 드라마 대본 작법 도서까지 하면 제법 많은 글쓰기 관련 도서를 읽은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실력은 그다지 늘지 않은 것 같다. 역시 글쓰기는 직접 글을 써봐야 느는 것인가 보다.)

이외수라는 이름 앞에는 소설가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어울린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나 보다.
이외수 선생님의 소설은 꽤 읽은 기억이 난다. 재미있게, 밤을 새워가며 읽었었다.
그런데 그 외의 작품들은 거의 읽지 않은 것 같다.
뭐랄까?
소설 이외의 작품은 '내 안에 새겨진 이외수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을까?

트위터에서 만난 이외수 선생님은 소설가가 아니었다.
시시껄렁한 농담도 던지시고, 어지러운 세상에 툭 내뱉는 한마디는 쓰다 못해 통쾌하기도 하다.
이외수 선생님의 트위터를 만나면서 '내 안에 새겨진 이외수라는 이름' 앞에서 '소설가'라는 수식어 이외에 '수다쟁이', '철학자'와 같은 단어들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글쓰기의 공중부양'과 '하악하악'을 주문했고, 우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이 책의 첫머리는 우리가 흔하게 들어서 알고 있는 말로 시작한다.
'재능보다는 노력, 노력보다는 일에 미쳐있는 사람이 더 대단하다. 하지만 가장 대단한 것은 시종일관 즐겁게 하는 사람이다'라는 문장 말이다.
'그러니 즐겁게 시작하자.' 즐겁게, 재미있게 놀면서... 그 이상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가 결코 쉽고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글을 쓰기 위해 수많은 단어를 채집해서 나만의 단어금고를 만들어야 한단다. 그래야 언제고 필요할 때 꺼내어 쓸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럼 그 단어들은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일단 노트를 한 권 산다.
다음으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 일단 내 몸에서 시작하라고 권한다. 머리 - 대가리, 대갈통, 대갈빡..., 관계어로는 모자, 왕관...
이렇게 시작해서 얼굴, 눈, 귀, 코, 입... 이렇게 모조리 적어나가기 시작하라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시작도 하기 전에 질려버릴 일이다.
게다가 그렇게 모은 단어의 감각과 속성, 본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그런데 이 단어채집이야 말로 글쓰기의 기본이란다. 기본을 무시하면 제대로 될 일이 없다.

이렇게 단어를 모으는 것과 함께 할 일이 문장을 쓰는 일...
맞춤법, 띄어쓰기와 같은 글쓰기의 원칙에도 충실해야 하고, 그 문장에 진심과 애증까지 담아야 한단다. 

글을 쓴다는 것은 보고서 쓰기가 될 수도 있고, 소설 쓰기가 될 수도 있다. 시를 쓰거나 일기를 쓰는 것도 글쓰기이다.
따라서 그 모든 경우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글을 쓰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것일 게다.

그 글에 자신만의 색깔도 넣어야 한다.
모든 글은 그 글을 쓴 사람의 개성이 녹아 있다. 그런 독특한 느낌까지 녹아들어야 한다면 이건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즐겁게' 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짧게 '명상'에 대해 지면을 할애한다.
한 때 '몰입'에 대한 책이 제법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몰입을 이야기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고 그런 후에야 나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일 터...

이외수 선생님의 글쓰기 공중부양은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결코 쉽지 않은 글쓰기,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이게 되면 글쓰기는 고통이 아닌 행복한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게임보다 재미있고 연애보다 행복한 글쓰기...
가능할까?

내가 이 책에 첫 번째로 밑줄 그은 문장은 이것이다.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스토리언 - 전3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히스토리언 -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 조영학 / 김영사 

공포물을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주말 밤에 TV로 외화를 한 편 보았다.
요즘은 없어진 것 같지만 예전에는 주말 밤에는 외화를 한 편씩 방영했었다.

제목이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장면은 이렇다.
어딘지 모를 언덕 위에 철문으로 굳게 닫힌 고성이 하나 있다. 대문 양옆 기둥위에는 늑대인지 뭔지 모를 형상의 조각이 있다.
무슨 박사라고 하는 사람이 그 집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방문한다. 그것도 깜깜한 밤에...
인적도 없는 고요한 밤에 그 집 대문을 열고 박사 일행이 들어가고 잠시 후...
그 조각의 머리가 서서히 돌아가고, 조각의 눈에서 파란 빛이 번득인다.

그 후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조각이 움직이고 눈에서 빛이 나는 그 장면이 어린 시절의 내겐 꽤나 충격적이었나 보다.

드라큘라 이야기는 꽤나 오래된 고전이다.
무수히 많은 책이 나왔고,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대학시절, 여자 친구와 멀리 부산까지 여행을 가서 심야에 본 영화가 드라큘라 이야기였다. 남자가 여자와 공포물을 볼 때는 대부분 ‘혹시나...’하는 기대감의 작용도 한 몫 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 날 영화를 보는 내내 여자 친구의 손과 어깨는 내 품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몇 년 전에는 무슨 드라큘라와 인터뷰를 한다는 제목의 영화도 있었고,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액션활극으로 변모한 ‘웨슬리 스나입스’의 영화도 한 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히스토리언은 현재 절판 상태이다.
자주 가는 동호회의 중고매물 장터에 이 책이 올라왔었다.
어떤 책인지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이 구입했다. 사실은 이 책이 필요해서 산 것이 아니고, 역시 절판된 다른 책이 함께 매물로 올라왔는데 따로는 팔지 않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구입한 책이다.
책을 받아서 책꽂이에 꼽아두었는데 어머니께서 먼저 읽으셨다.
제법 재미있다고 하시기에 무슨 내용이냐고 여쭈었더니 드라큘라에 관한 이야기인데 내용이 그럴듯하다고 하신다.
마치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 류의 작품을 읽는 기분이라고 하셨다.
그제야 이 책을 꺼내 들었다.
모두 세 권으로 구성된 ‘히스토리언’은 시작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머리에 보통 작가의 말이 들어가게 마련인데, 이 책은 그 부분마저도 소설 속 화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마치 작가 스스로가 직접 겪은 경험담을 이야기하듯이...

이 책이 처음 미국에서 발표되었을 때 경매 시장에서 엄청 높은 금액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출판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달라서 인기 있는 책의 경우에는 경매를 통해 출간권을 확보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그렇게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되다 보니 처음부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 세계 28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처녀 출간한 초보 작가의 작품이 그렇게까지 관심을 끌었다는 것만으로도 세 권짜리 히스토리언을 읽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겠다 싶었다.

주인공은 어느 날 아빠의 서재에서 낡고 오래된 편지 뭉치를 발견한다. 그 내용은 두려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소녀는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하며 그 편지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

책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주인공이 직접 겪고 듣는 현실에서의 이야기이다.
아빠와 여행을 하고, 나중에는 사라진 아빠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주인공의 아빠가 주인공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 속에서 아빠가 직접 겪은 일들과 함께 아빠의 대학교수가 겪은 일까지 간간히 등장한다.
아빠가 도서관에서 손에 넣게 된 의문의 고서 한 권, 그리고 지도교수가 보관하고 있던 또 다른 고서...
교수가 젊었던 시절, 그 책으로 말미암아 온 세상을 뒤지고 다니며 드라큘라의 흔적을 찾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신의 제자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고 실종된다.
실종된 교수의 흔적을 찾으며 만난 젊은 여성과 연애도 하게 되고 결혼을 해서 딸을 낳게 된다.

그 딸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삼대에 걸친 드라큘라의 진짜 무덤을 찾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뒤로 갈수록 지루해지는 감도 있고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대강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게다가 너무 크고 넓게 벌려놓은 사건들을 제대로 덮지 못하고 마무리한 느낌...

마지막 장에서 주인공은 성인이 되어 어린 시절을 회고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을 찾아온 고서 한 권...
주인공의 외할아버지였던 사라진 노교수, 그녀의 아빠와 그녀 자신...
이렇게 삼대를 아우르며 드라큘라는 불멸의 자신을 드러낸다.

제목이 히스토리언인 이유는 드라큘라를 찾는 모험을 하는 이들의 직업이 바로 역사학자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의 드라큘라 찾기...
그들은 철저하게 자료에 의존한다.
도서관에서 오래된 책과 서신, 자료를 뒤지고 그 결과에 근거하여 추론한다.
그리고 조금씩 실체에 접근한다.
어쩌면 그들이 실체에 접근했다기 보다는 드라큘라 자신이 그들에게 찾아간 걸지도 모르겠다.

드라큘라, 불사귀, 피를 빨리고 점차 흡혈귀로 변해가는 괴물, 생명력이 없는 좀비...
흔히 말하는 공포물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모두 있지만 그다지 징그럽거나 혐오스럽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특징도 있다.

이 책의 저자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세세한 묘사가 마치 그림을 그리듯 꼼꼼한 면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결말도 예상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빠담 빠담, 파리 - 양나연 (지은이) / 시아출판사 

양나연 작가의 빠담 빠담, 파리를 읽었다.
작가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그녀는 잘 나가는 개그작가다.
바보상자 앞에서 넋 놓고 앉아 있는 시청자들에게서 웃음을 유발하는 대가로 돈을 버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녀...
생일날, 집 앞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던 경험은 분명 고통스러운 것이었을 게다. 그런 사고를 겪고 그녀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보통 심리적으로 극단의 경험을 하면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에게는 ‘생일날 집 앞에서 겪은 공포’가 변화의 매개가 되었나 보다. 

대접받는 개그작가, 인기 있는 코너, 가족과 친구들...
이런 것들은 분명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것들이 그녀의 새로운 선택에 걸림돌이 되고 올가미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그런 현실의 벽을 모두 타고 넘었다.
개그작가라는 직업을 벗어던졌고, 그와 함께 인기는 날아가 버렸다. 가족의 만류도 넘어선 그녀는 망설임 없이 프랑스로 날아갔다.
그것도 ‘관광 가이드’라는 직업을 갖겠다는 확고한 다짐과 함께...

난 사실 그녀가 프랑스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을 했다는 사실보다, 그녀가 꽤 유명한 가이드로 살았던 일 년 보다 그녀의 그 결단이 부럽다.

떠난다는 것, 모두 버린다는 것, 그렇게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직업을 갖고 밥 벌어 먹고 살 결심을 하고 그걸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어쩌면 말도 되지 않는 무모함일지 모르겠다.

그런 무모함, 그런 대담함, 그런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결국 그녀가 말한 대로 그녀가 경험한 ‘죽음 문턱까지 다녀온 경험’때문이었을까?
그런 경험을 했기에 평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외침,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소리를 따라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일까?

책에는 그녀가 경험한 파리 가이드 1년을 상세하게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파리 가이드 활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눈물 콧물 다 쏟으며 통곡한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지내고 그녀는 초보 가이드에서 유명한 ‘강유미 가이드’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렇게 1년을 보낸 그녀는 또 다시 새로운 선택을 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파리 가이드 생활... 그 생활이 제법 몸에 익었을 것이고, 그냥 그대로 가이드로 살면 또 그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에 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또 다른 변화를 갈망했고, 처음 파리로 떠나던 날 모두 놓았던 것처럼 파리에서의 1년을 미련 없이 놓아버렸다.

책 내용 중에 ‘서른둘의 양나연이 서른셋의 양나연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구절이 있다. 멋지다. 자기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수 있으려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 후회없이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만이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

양나연 작가는 그렇게 자신에게 ‘열심히 살아온 날들’을 선물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그녀는 그에 대한 보답처럼 ‘사랑하는 사람’, ‘가족’, ‘아기’를 선물한 인연도 만나게 된다.
누구는 대한민국 땅덩어리 한 구석에서 맴을 돌며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살아가는데...
그녀는 페루의 마추픽추에서 시작한 인연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대한민국 서울에서 결실을 맺는다. 실로 지구를 누비며 그렇게 인연이 이어진 것...

이제 아이엄마가 된 그녀, 양나연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별이 엄마 지음 / 시아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행복할까?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 별이 엄마 / 시아출판사

내 딸 수민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1학년 입학 후, 한 반에 자폐를 앓는 아이가 있었다. 말도 안통하고 혼자 노는 그 아이와 짝이 된 아이들은 일주일도 못 버티고 담임선생에게 짝을 바꾸어 달라고 했단다. 그러던 중 수민이가 그 아이와 짝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둘이 잘 어울렸었던가 보다. 어느 날 담임선생이 이런 말을 한다. "수민이가 재훈이하고 잘 어울리는데 당분간 짝을 바꾸지 않아도 될까요?"
두말하지 않고 그러라고 했다. 일학년 내내 수민이는 재훈이와 짝을 했다.

나중에 수민이에게 물었다. "재훈이랑 친해?"
신기하게도 재훈이는 수민이가 말을 걸면 대답을 한단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쳐다보거나 가끔 "응"하고 말을 하기도 한단다.
"재훈아. 연필은 입에 넣는 거 아냐."
"응. 연필은 입에 넣는 거 아냐."

나중에 재훈이 엄마를 만났는데 이런 말을 하신다.
"수민이 덕분에 재훈이가 학교 가는 걸 좋아해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2학년 올라갈 걱정을 하신다. 이제 1학년 2학기가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3학년이 되었다. 2학년 때는 반이 나뉘어 만나지 못했는데, 3학년이 되고 보니 또 한 반이 되었다. 수민이가 먼저 담임선생에게 재훈이와 짝을 하겠다고 했단다.
그 날 집에 와서 수민이가 재훈이에 대한 서운함을 이야기한다.
"아빠, 재훈이가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왜? 재훈이가 너 싫대?"
"아니, 내가 말을 걸어도 잘 대답도 안 해. 1학년 때는 안 그랬는데..."
"재훈이가 아픈 거 알지? 그래서 그런 걸 거야. 며칠 지나면 괜찮을 테니까 조금 기다려 봐."

3학년 여름방학 직전, 수민이는 재훈이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제일먼저 수민이에게 초대장을 건네주더란다.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를 주문했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위에서 소개한 재훈이 때문이기도 했다. 

재훈이 엄마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민망할 정도로 내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수민이가 재훈이에게 잘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수민이가 잘 해주는 게 아니고, 둘이 친한 거죠. 마음 맞는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건데요. 뭘..." 

그런 재훈이 엄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재훈이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수민이가 재훈이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까...
3학년이 되고 수민이와 한 반이 되어 기쁘단다. 재훈이도 수민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고 좋아하더란다. 

소아암에 걸려서 투병 중인 딸을 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딸의 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살고 있다.
태어난 지 불과 일년여만에 발병을 해서 열한 살이 되었으니 십년이 넘었다. 그동안 아이에게 들어간 병원비 덕분에 살림은 거덜이 나고, 이제는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을 신청하려 했더니 정상적인 가정은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부모가 있고, 아빠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는 지원 대상으로 선발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경제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액이 얼마인지와 관계없이 말이다. 

이 친구는 요즘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라에서 주는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절박하다.
자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는데, 이제는 나라에서 쥐어주는 지원금 때문에 부부의 연을 끊어야 한다며 한숨을 쉬는 이 친구... 

이 친구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보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열한 살이 된 딸아이는 여전히 학교에 입학하지 못 하고 있다. 키와 몸무게는 내 딸 수민이의 초등학교 1학년 때와 비슷하다.
오랜 병 치료로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 했다. 기운이 없어 조금 멀리 산책이라도 나가려면 유모차를 타야 한다. 그리고 열한 살 여자아이가 유모차에 들어간다. 그만큼 왜소하다는 말이다.
그런 딸을 보며 이 친구는 다시금 주먹을 쥔다. 

"내가... 소원이 뭔지 알아? 우리 딸, 안 죽고 잘 커서, 이다음에 결혼식장에 손잡고 들어가는 거... 그게 내 소원이야."
언젠가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 친구가 내게 한 말이다. 

평범하다는 것, 그냥 남들처럼 크고 남들처럼 사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지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이 친구를 떠올렸다. 

수민이가 백일이 지날 무렵부터는 내가 목욕을 담당했다.
매일 아이를 씻기고 나서 온몸 마사지까지 하고나면 거의 한 시간 넘는 시간이 걸린다.
수민이가 여섯 살이 되고, 아이 엄마와 이혼을 하게 되면서 수민이 전신마사지는 끝을 맺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매일 수민이와 씨름하던 한 시간이 참 소중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 덕분인지 수민이는 또래의 다른 여자 아이들에 비해 아빠하고 노는 걸 참 좋아한다. 

지나고 나서 하는 이야기이니 수민이와의 한 시간이 소중했다느니, 그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다느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솔직히 매일 한 시간씩 아이 씻기고, 마사지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땀이 뻘뻘 흐르고 기운이 쪽 빠진다.
게다가 어쩌다 하루 이틀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해야 하니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제법 되었을 게다.
나는 겨우 하루 한 시간, 아이 씻기고 돌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별이 엄마가 별이를 위해 들인 정성을 보니 이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다.
이 책에서 별이 엄마는 이렇게 말을 한다. '닥치면 다 해요.'
맞다. 맞는 말이다. 나도 닥치고 보니 매일 한 시간씩 아이를 씻겼고, 시간이 흐르니 학부모가 되어서 아이 공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혼을 하고, 수민이와 둘이 남게 되니까 일찍 일어나서 옷을 입히고 머리를 빗어서 묶어주고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을 했다. 물론 아이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았다.
이 투박한 손으로 아이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색색깔의 고무줄로 예쁘게 묶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닥치고 보니 다 해냈다. 

별이 엄마는 '닥치면 다 해요.'라는 말로 별이와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난 상상할 수 있다. 그 말을 하기까지 별이 엄마가 겪었을 고통의 시간들, 눈물의 나날들을 말이다.
감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수민이 목욕을 시키거나, 유치원 보내기 위해 머리를 묶어주는 따위의 육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쉼 없이 페이지를 넘기다가 마지막 장을 덮고 보니 정확히 한 시간 반이 지났다. 별이 엄마의 글 솜씨는 한 시간 반 동안 내 눈을 붙잡고 있었다. 

이 책은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별이 엄마는 이 책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볍고 명랑하게 말을 건넨다. 너무 무겁지 않게 편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냥 툭 뱉어낸 것 같은 말 한마디, 하지만 그 말을 하기까지 별이 엄마가 별이와 겪었을 고통의 시간을 상상할 수 있었다. 

별이 엄마가 지내온 그 시간과 별이의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띈 구절들이 있다.
무심한 듯 말하지만 정말 가슴을 때리는 문장들...

"별이에게 약을 먹였다. 그리고 나도 먹었다."

"그렇다. 그래도 웃는다."

"너보다 하루만 더 살수 있다면......"

별나라에서 지구를 방문한 별이...
별이에게 지구에서 생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별이 엄마에게 언제나 행복한 날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항상 바쁘고 콩 튀듯 팥 튀듯 하는 별이 덕분에 별이 엄마는 다이어트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별이 엄마가 별이에게 고마워해야 할 부분일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 - 보통 사람을 위대한 작가로 만드는 소설 창작의 비밀
프랜신 프로즈 지음, 윤병우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 프랜신 프로즈 / 윤병우 / 민음사 

나는 어릴 적부터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소설을 쓰고 싶었고, 시를 짓고 싶었다.
어릴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제법 책도 많이 읽는다는 소릴 들었고, 시화전에도 참여해봤으며 짧은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살면서 조금씩 내 꿈과 멀어지는 걸 절감하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내게 글쟁이의 꿈을 다시금 꾸게 한 것은 내 딸 수민이었다.
"아빤 꿈이 뭐야?"라는 물음을 내게 던진 수민이...
나는 그 물음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고, 그런 내게 "아빠 꿈은 언제 이루어지는 거야?"라는 또 다른 물음으로 내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고민을 해야 했고 무언가 하고 싶다는 열망을 되찾았다.
창작 강습을 듣기도 했고 작법과 관련된 책도 읽기 시작했으며, 바쁘다는 핑계로 들춰보지 않았던 소설이며 시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매일의 짧은 일기 노릇을 하던 다이어리에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고민이 되는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내가 쓴 글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을까?
내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면 뭐라고 할까?
어떻게 하면 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누군가의 추천? 혹은 어디에선가 본 서평일지 모르겠다.
프랜신 프로즈의 [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주문을 했다.
제법 두툼한 이 책의 원 제목은 'Reading Like A Writer'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붙인 제목보다는 원제목이 훨씬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는 방법, 어떻게 읽고 고민해야 하는지, 더구나 글을 쓰는 입장에서 다른 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쉽게 쓰는 몇 백 줄의 그저 그런 문장보다 깊게 고민하고 고쳐 쓴 한 줄의 문장이 훨씬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냥 스쳐가듯 몇 줄 적는 것보다 마치 정밀묘사를 하듯 세밀하고 꼼꼼하게 적은 글이 얼마나 함축적이고 감동을 주는지 이야기한다. 

더구나 책의 뒤에는 [소설 쓰기 두려운 날 읽기 좋은 책]의 목록을 몇 페이지에 걸쳐 빽빽하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므로 여기에서 소개된 책은 모두 영미권 작가의 책이거나, 영어로 번역된 책이다. 

흔히 말하는 고전, 또는 좋은 책이라고 말할만한 작품에서 문장을 빌어와서 소개하고, 그 문장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진행된다.
소설을 쓰는 법, 적절한 단어, 표현의 선택, 아름답고 진실한 문장 하나, 인물의 창조, 대화의 본질, 세부 묘사, 등장인물의 한숨이나 미소, 작은 행동 하나까지 모두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가장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모두 그에 가장 잘 들어맞는 작품의 문장을 통해서...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그 모든 자료들을 뒤졌을까? 
아니면 평소에 짬짬이 정리하고 모으는 습관이 이 책을 쓰게 만들었을까? 

이유가 무엇이든, 프랜신 프로즈는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말을 한다.
좋은 글을 쓰려거든 좋은 글을 읽어라. 

그냥 훑어보지 말고, 꼼꼼하게 읽고 세밀하게 분석하며 작가가 문장을 만든 이유, 그 숨은 뜻을 찾기 위해 고민하라. 

이 책은 그다지 재미있는 책이 아니다.
솔직히 지루하다. 읽고 있자니 좀이 쑤시고 하품도 나오며, 피곤한 상태에서는 그냥 눈이 슬슬 감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기위해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연습만큼 확실한 보험은 없구나.' 

언젠가 완성할 나의 책을 위해...
난 오늘도 다른 작가의 작품을 펼쳐들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