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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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 / 해냄 

몇 달 전부터 그 유명한 트위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입은 예전에 해두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다.
이번에 문화센터에 블로그 관련 강좌를 개설하게 되면서 SNS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다가 '그래도 대세라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찔끔거리며 쓰기 시작했다. 솔직히 아직 재미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적응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솔직히 뭔 수다 떨 일이 그리 많겠는가?

내가 트위터를 하게 되면서 가장 관심을 갖게 된 분이 바로 이외수 선생님이다.
소위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어마어마한 별명으로 통하는 분이 아니신가?
그래서 트위터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바로 이외수 선생님을 팔로우했다.
트위터에 접속을 하면 검은 선글라스를 내려 쓰시고 귀엽게(?) 치뜬 눈으로 날 바라보고 계신다.
매일 적게는 네댓 개에서 많게는 열 개가 넘는 글 목록을 보면서 이외수 선생님의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배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느끼며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들여다 본다.
얼마전에는 선생님을 팔로우하는 분들을 모아서 번개도 여셨다던데...

평소에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관련서적을 몇 권 읽었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데릭 젠슨의 네 멋대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명로진의 인디라이터 시즌 1, 2
이만교의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헤더리치 & 로버트 그레이엄의 창의적인 글쓰기의 모든 것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 등등...

거기다 메모의 기술, 글쓰기 능력지수와 같은 얇은 도서, 시나리오 작법과 드라마 대본 작법 도서까지 하면 제법 많은 글쓰기 관련 도서를 읽은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실력은 그다지 늘지 않은 것 같다. 역시 글쓰기는 직접 글을 써봐야 느는 것인가 보다.)

이외수라는 이름 앞에는 소설가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어울린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나 보다.
이외수 선생님의 소설은 꽤 읽은 기억이 난다. 재미있게, 밤을 새워가며 읽었었다.
그런데 그 외의 작품들은 거의 읽지 않은 것 같다.
뭐랄까?
소설 이외의 작품은 '내 안에 새겨진 이외수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을까?

트위터에서 만난 이외수 선생님은 소설가가 아니었다.
시시껄렁한 농담도 던지시고, 어지러운 세상에 툭 내뱉는 한마디는 쓰다 못해 통쾌하기도 하다.
이외수 선생님의 트위터를 만나면서 '내 안에 새겨진 이외수라는 이름' 앞에서 '소설가'라는 수식어 이외에 '수다쟁이', '철학자'와 같은 단어들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글쓰기의 공중부양'과 '하악하악'을 주문했고, 우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이 책의 첫머리는 우리가 흔하게 들어서 알고 있는 말로 시작한다.
'재능보다는 노력, 노력보다는 일에 미쳐있는 사람이 더 대단하다. 하지만 가장 대단한 것은 시종일관 즐겁게 하는 사람이다'라는 문장 말이다.
'그러니 즐겁게 시작하자.' 즐겁게, 재미있게 놀면서... 그 이상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 책은 글쓰기가 결코 쉽고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글을 쓰기 위해 수많은 단어를 채집해서 나만의 단어금고를 만들어야 한단다. 그래야 언제고 필요할 때 꺼내어 쓸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럼 그 단어들은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일단 노트를 한 권 산다.
다음으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 일단 내 몸에서 시작하라고 권한다. 머리 - 대가리, 대갈통, 대갈빡..., 관계어로는 모자, 왕관...
이렇게 시작해서 얼굴, 눈, 귀, 코, 입... 이렇게 모조리 적어나가기 시작하라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시작도 하기 전에 질려버릴 일이다.
게다가 그렇게 모은 단어의 감각과 속성, 본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그런데 이 단어채집이야 말로 글쓰기의 기본이란다. 기본을 무시하면 제대로 될 일이 없다.

이렇게 단어를 모으는 것과 함께 할 일이 문장을 쓰는 일...
맞춤법, 띄어쓰기와 같은 글쓰기의 원칙에도 충실해야 하고, 그 문장에 진심과 애증까지 담아야 한단다. 

글을 쓴다는 것은 보고서 쓰기가 될 수도 있고, 소설 쓰기가 될 수도 있다. 시를 쓰거나 일기를 쓰는 것도 글쓰기이다.
따라서 그 모든 경우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글을 쓰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것일 게다.

그 글에 자신만의 색깔도 넣어야 한다.
모든 글은 그 글을 쓴 사람의 개성이 녹아 있다. 그런 독특한 느낌까지 녹아들어야 한다면 이건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즐겁게' 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짧게 '명상'에 대해 지면을 할애한다.
한 때 '몰입'에 대한 책이 제법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몰입을 이야기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고 그런 후에야 나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일 터...

이외수 선생님의 글쓰기 공중부양은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결코 쉽지 않은 글쓰기,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이게 되면 글쓰기는 고통이 아닌 행복한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게임보다 재미있고 연애보다 행복한 글쓰기...
가능할까?

내가 이 책에 첫 번째로 밑줄 그은 문장은 이것이다.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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