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론다 번 지음, 김우열 옮김 / 살림Biz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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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멋진 리뷰 하나.

원본:   http://www.amazon.com/review/R2X2TB3S4O5I60/ref=cm_cr_rdp_perm
번역판: http://euphemia.egloos.com/1869423
Via : http://jof4002.net/?%C1%D6%C0%FD%C1%D6%C0%FD#1234157629



세상에는, 학교다닐 때 도덕교과서만 충실히 읽었어도 충분한 것을, 꼭 베스트셀러라는 말에 현혹되어 때가 한참 지나서야 새삼스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그 책을 인생의 지침서 따위로 놓는 경우들이 있는데, 대개의 경우, 그런 사람들은 초등학교때 도덕점수나 사회점수가 형편없었다는 것을 대놓고 광고하는 것이니 무지하게 쪽팔릴 일이건만 어찌 된 일인지 그런 책을 읽는 다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꽤 된다. 하긴, 그정도 수준이니까 도덕점수나 사회점수가 형편없었겠지.
예를 들어 가장 불필요한 책 1순위로 꼽히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같은 것.

내가 처음 "시크릿"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 진지하게 이 책을 인생의 불필요한 책 랭킹 3위인가 2위인가, 어디에 놓아야 할까로 한참을 고민해야 했었다. (뭐, 현재까지는 불필요한 책 2위는 "블루오션"이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래서 리뷰따위 죽어도 쓸 일 없다고 생각했었던 게 솔직한 심정.

그러나 아마존의 저 리뷰를 보는 순간, 뒷골을 강타했으니...
옛 선현의 말이 하나 틀린 것 없다. 세상의 나쁜 책이 어디 있으랴. 다 자기의 쓰임새가 있는 법.

양장본 234쪽이나 되는 두께는 찌게 받침으로 차고도 넘친다. 화장실에 놔두고 휴지 대용으로 급할 때 사용해도 좋겠다. 늘 머리맡에 두고 벽돌대신 방범용 무기로 써도 되겠다. 사이즈도 쥐기 딱 적당하다.
물론, 이 책을 읽고 싶다면 기드온 성경을 다 읽고 나서 읽을 게 없다고 느낄 때에나 가능하겠다. 어차피 이 책 역시 인생충고를 빙자한 사이비종교서적이니까. (기드온 성경이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ps. 어째서 알라딘 TTB에는 별점 0개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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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inyoung 2009-02-13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왜 사이비 종교 서적이라는 건지는 알 수 없네요. 그저 긍정적으로 살자, 는 누구나 아는 메시지 하나를 비밀,란 역설적인 제목으로 전달한 데 성공한 거 아닐까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 불필요한 책 1위인 것 동감해요=) 참, 전 시크릿과 노 시크릿을 같이 샀는데.. 노 시크릿 냄비 받침대로 쓰고 싶어요 ㅠ_ㅠ 리뷰 잘 읽었습니다!

aransdad 2009-02-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게 살자", "감사하며 살자" 뭐 이런 누구나 아는 메시지 하나를 어떤 젊은이의 기적쇼를 통해 전달한 데 성공한 종교도 있지요.

실제로 시크릿은 뉴에이지사상서로 분류되어야지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면 안됩니다. 힌두교 교리를 차용한 미국 뉴에이지 계열들의 메시지의 세련된 복사본이니까요.

0xb10ck 2009-02-20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도덕공부를 하신분이 맞는지 의심되는군요. 도덕책에서는 저런 걸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책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지요. 자기에게 불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다른사람들은 그 책을 읽고 삶이 바뀔수도 있습니다. 책 자체를 따위로 표현한 것 자체부터 과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되는군요. 그리고 그 책을 인생의 지침서로 놓는다고 해서 상대의 수준을 마음대로 평가 할 정도의 수준이 되는지도 의심스럽구요. 누구나 아는 메시지도 못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다시금 한번 생각할 계기가 생긴다면 저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평도 비평 나름이지요. 아무튼 저질의 평론을 잘 들었습니다. 글은 저질적인 미명아래 이 책에 대한 거부감이 잘 들도록 써 놓으셨네요.
 
ROI를 높이는 웹 사이트 - 손쉬운 디자인 개선만으로 온라인 매출을 올려주는 가이드라인
Lance Loveday.Sandra Niehaus 지음, 박재곤 옮김 / 프리렉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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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서비스의 회원가입프로세스에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좀 많았다.

0) 서비스 전체적으로 체계적인 통계나 분석이 전무했다.

1) 평일 평균 방문수가 32000명 수준인데, 이중 99.9%는 재방문자이고 신규가입을 위한 방문자는 매우 적은 상황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메인페이지는 각종 알림(?)으로 빡빡하게 채워져 있으나... 99.9%의 재방문자는 다른 서브 페이지들은 들어가보지도 않고 바로 로그인해서 본인의 페이지로 이동한다. 참고로 서비스 메인페이지에서 가장 클릭률이 높은 링크(로그인을 제외하고)의 클릭률은 고작 0.03% 수준이다. 이는 방문자들의 목표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다.

3) 여러 경로를 통하여 가입이 가능한데 모두 스크립트로 띄워지는 팝업 가입창으로 연결된다. 브라우저에서 팝업 스크립트가 막히는 경우도 있고, 브라우저에서 스크립트 오류로 팝업이 작동안할 가능성도 있으며, 사용자는 팝업창으로 인해 혼란을 느끼거나, 혹은 배경에 깔려있는 메인 브라우저창에 유혹되어 가입프로세스를 미처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4) 또한 가입시 입력받는 내용이 많고, 입력 오류 등에 대해 명확한 지시와 즉각적인 알림이 부족했다.


그래서...

변경가능한 점을 찾아보았다.

0) 일단 Google Analytics를 설치하여 데이터 수집 후 분석

1) 원래 서비스 컨셉 자체가 가입한 회원대상이므로 컨셉은 넘어가고... 신규가입 유도는 광고등의 트래픽 증가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2) 메인을 변경하고 싶었지만 일단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상부에서 기각.

3) 대신 팝업 가입창말고 가입페이지를 만들기로 결정, 그러나 스크립트를 사용하여 로딩하는 부분은 변경하지 못했음(이미 너무 많은 곳에서 쓰고 있기 때문에 변경하기가 어려움)

4) 대신 ROI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가입페이지를 리디자인하기로 함.


그리하여

 * 사용자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는 모든 장식용 이미지, 링크 등을 없앰. (심지어 메인 메뉴등도 없앰)

 * 불필요한 입력항목들은 빼거나 감춰버림. 가입 후 등록할 수 있거나 변경할 수 있는 내용들은 최대한 가입단계에서는 받지 않도록 함.

 * 사용자의 입력오류를 즉석에서 알려주고 교정을 유도함으로써 입력오류로 인한 실패경험을 줄이도록 함.

을 반영하도록 했다.


그 결과,

개선전에 비해 가입전환에 대한 ROI가 30.0%에서 35.6%로 상승.


원래 신규방문수가 적기 때문에 가입자 수가 왕창 뻥튀기 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5.6%의 상승은 충분히 유의미한 수치임.


이 말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트래픽 증가(키워드광고, 제휴, 배너, 영업, 지식인노가다, 카페, 블로그 이벤트 기타 등등)대신, 내부적인 작은 개선 만으로 같은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뜻. 즉, 기존 32000명 정도의 트래픽을 34000명으로 늘리기 위해 추가적인 트래픽 유도 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간단 수고로 그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내부개선을 통한 ROI 증가는, 실제로 유입되는 트래픽을 늘렸을 때 그 효과가 더 크게 증폭되게 된다.


주절주절 쓰긴 했는데, 실제로 실천방안이나 효과 이런 건 위에 소개된 책을 참고하는 게 가장 낫겠다. 사실 책에 나와 있는 내용 그대로를 실천했을 뿐이니까. (이 정도는 리뷰로 안쳐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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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L English - 영어 좌절금지
김현 지음 / 파워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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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까놓고 말해, 누가 공짜로 무언가 주고서는 블로그에 글 한마디 써달라고 한다면 안좋게 써줄만큼 뻔뻔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게다가 때마침 영어 열공중이었던 차에 영어책을 받는 기막힌 타이밍!
그래서, 김현님으로부터 이 책을 받았을 때, 굳이 홍보해달라는 소리따위는 한마디도 없었건만 이미 흔쾌히 후하게 리뷰를 써주리라 맘먹고 있던 차였다.

아뿔싸, 그런데 좀 거시기하다. 리뷰는 얼마든지 후하게 써줄 수 있겠는데, 막상 리뷰를 후하게 쓴 들, 이 책의 매상에는 별 도움은 안될 것 같아서.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찌어찌 책은 많이 팔리어도, 정작 책의 내용이 사람들에게 잘 활용될까 의문이 될까 하는 기우.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일차 타게팅이 너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똑똑하면서 게으른 사람을 위한 영어 공부법"이 이 책의 전부인데,

1) 똑똑하면서
우 리나라에서는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영어는 기본적으로 좀 해야 한다. 토익이면 토익, 회화면 회화. 애초에 동어반복이나 다름없는 정의. 이건 마치, '화가를 위한 색채학'이라든가, '스프린터를 위한 단거리출발법'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물론 색채학을 모르는 화가가 있을 수 있고, 스타트가 서투른 스프린터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똑똑하면서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겠다.

2) 게으른
게 으르다함이 늦잠꾸러기라는 뜻은 아니고, 여기에서 게으름이란, 똑똑하면서 게으른 - 즉 요령좋은 사람을 가리키는데. 어찌어찌 영어를 안하고 있던 똑똑한 사람이 요령까지 좋다면, 어차피 언젠가는 영어와 마주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유학을 간다든가, 해외지사파견을 간다든가, 아니면 그저 여행일 수도 있고, 혹은 국내에서라도 영어문서를 접해야 한다든가... 대개 요령좋은 사람들은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요령좋게 지내다보니 늦건 빠르건 그런 기회와 맞닥뜨리게 된다. 또 대개 요령좋은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만나면 또 요령껏 스스로 그런 기회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3) 결국 타겟은...
똑똑하면서 게으른 사람 중에 아직 영어를 작심하고 잡아보지 못한 사람 정도가 이 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직접적인 타겟이 되는 셈이니 이 얼마나 좁은 타게팅이란 말인가.


아니, 그럼, 똑똑하면서 부지런하거나, 멍청하면서 부지런하거나, 멍청하면서 게으른 사람은 이 책의 혜택을 볼 수 없다는 말인가...

문득 학교다닐 때가 생각이 난다.
학 교다닐 때 보면, 진짜 1등 하는 놈은, 2,3등 하는 놈보다 별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험보면 언제나 1등. 비결을 물어보면 하나 같이 "국영수 중심으로 예습 복습 철저"... 는 아니고, 대개 "교과서만 착실히 보면 돼. 교과서를 펼쳐보면 뭐가 시험에 나올지 대충 보이거든." 이란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이들에게는 그게 시험공부 잘하는 비결. 그런데 이 비결을 알려준다 해서 다른 아이들이 그만큼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되겠는가... 하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

이 책을 보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이 있긴 있는데, 사실상 머리가 굳어버린 나이에 이 책의 '비결'대로 해서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똑게' 정도뿐. 나머지 사람들은 따라하기가 두려운(과연, 이런 정도만으로 영어를 잘 할 수 있단 말인가...) 상승무공인 셈. 그러니까, '남근거세혹독연마' 규화보전급이랄까.

그렇다면, 이 책은 그냥 그렇게 묻혀질만한 책인가 하면...
바로 이 부분에 맹점이 있으니,
사 실 이 책은 '영어'를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이라기 보단, 영어를 '공부하는 법'에 대한 책이라야 옳을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 이 책으로 '영어'에 대한 즉효를 보는 것은 세상에 얼마 안되는 '똑게'들에게나 맡겨 두되, 다른 이들은 바로 그 '똑게'가 되는 법을 이 책을 통해 배워가시라. 어차피 영어 따위야 수단에 불과한 것이고, 그렇게 '은하계에서 가장 두꺼운 Vocabulary'를 끼고 있는 '멍부'라면 영어 한 단어, 토익 한 문제 더 푸는 것보다 '똑게'가 되는 게 훨씬 더 책값하는 일일테니.

이 책을 일독하는 데 고작 40분 걸렸다. 260여 페이지의 '영어공부책'을 40분만에 떼다니 워낙 내가 속독을 한다지만 너무한게 아닌가 싶긴 한데. 그만큼 책의 글 자체가 재미있어서 술술 익히기도 하거니와, 고백하건데 사실 세 문단 이상의 영어지문은 안 읽고 건너뛰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영어공부책이라면서 영어지문은 왜 안읽고 건너뛰었냐고 한다면, 글쎄. 아마도 이 책의 저자도 이 책의 독법으로 영어지문에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에 매달리기 보다는 나의 독서법을 칭찬하리라 감히 자신해본다. 어찌 자신하냐고? 왜냐하면 그게 똑게들의 공부비결이거든.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영어'도' 공부하실 분이라면 시간날 때 건너 뛴 지문들을 차근히 읽어보는 것은 무방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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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양장) I LOVE 그림책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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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엄마가 해주고 싶은 모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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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반역
오르테가 이 가세트 지음, 황보영조 옮김 / 역사비평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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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주 불편한 책이다.

만약 당신이, 역사의 선순환발전이라든가, 민주주의의 이상론적 목표라든가, 혹은 웹 2.0에서 말하는 참여와 집단지성등의 가치관을 믿고 있다면 페이지마다 불편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아니, 불편하다 못해 분노를 느끼게 되는 문장들로 수두룩하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문장들.

대중은 자신의 삶을 우수한 소수로 구성된 상층권위에 맡길 필요가 있다. 우수한 자들이 없다면 인류는 본질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대중이 독자적인 행동을 시도하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는 일이다. 진실로 반역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자신을 거스르는 경우다.

문명의 진보는 문명의 배후를 열심히 배우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것, 즉 역사를 배우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역사지식은 새로운 상황에 처한 삶의 갈등에 적극적인 해결책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시대에 범한 순진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한다. 대중의 행동은 즉흥적일뿐 아니라, 오랜 기억도 역사의식도 없는 사람들에 의하여 좌우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수한 인간은 자신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데 반해, 평범한 인간은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기뻐하고 자신에게 만족한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봉사의 삶을 사는 사람은 대중이 아니라 우수한 인간이다. 우수한 인간은 어떤 탁월한 것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지 않을 경우 그 삶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그는 봉사의 필요성을 압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 이런 필요성이 부족할 때 그는 불안감을 느끼며, 자기를 강제할 더욱 복잡하고 힘겨운 새 규범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규율에 따라 사는 삶, 곧 고귀한 삶이다. 고귀함은 권리가 아니라 요구와 의무를 통해 드러난다. 곧 고귀한 의무(Noblesse oblige)이다. “제멋대로 사는 것은 평민의 삶이고 귀족은 질서와 법을 동경한다.”(괴테) 귀족의 특권은 본래 양도나 은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획득된 것이다.

천재는 자신과 바보의 차이가 언제나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는 것에 놀란다. 그래서 눈앞에 닥친 어리석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런 노력 속에서 지성이 존재한다. 반면에 바보는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신의 분별력이 뛰어난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어리석음 속에 부러울 만큼 평온하게 안주한다. 마치 서식하는 구멍에서 곤충을 끌어낼 방법이 없는 것처럼, 바보를 어리석음에서 끌어내어 잠시나마 암흑세계를 벗어나게 하고 습관에 젖어 있는 멍청한 시각을 보다 날카로운 다른 시각과 견주어보게 할 방법은 없다. 바보는 평생 바보고 빠져나올 구멍도 없다. 그래서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는 어리석은 자가 사악한 자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말했다. 사악한 자는 이따금 쉴 때가 있지만 어리석은 자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귀족이란 용어를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현존 상태에서 의무와 요청의 세계로 뛰어드는 용감한 삶과 동의어로 사용한다.

고귀한 삶은 통속적이거나 소극적인 삶과 대조를 이룬다. 소극적인 삶은 외부의 힘이 탈출을 강제하지 않는 한 정지 상태로 자기 자신을 격리시킨 채 언제까지나 그 속에 안주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식의 사람을 대중이라고 부른다. 무리가 많기 때문에 대중이 아니라 소극적이기 때문에 대중이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히 플라톤식 철인정치에 경도된 엘리트주의자의 푸념이라든가, 혹은 시대착오적인 세습귀족예찬론자의 헛소리로 치부하기는 곤란하다. 실제로, 대중에게 권력이 주어진 것을 ‘발전’으로 볼 경우에만 오르테가의 이런 주장이 ‘반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르테가는이 책에서, 실제로 대중에게 권력이 주어진 것을 ‘발전’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듯 하다. 이러한 주장은, 세계대전과 파시즘의 대두 등의 강력한 증거로 뒷받침되고 있다.

오해를 피하자면, 오르테가가 말한 “대중은 게으르고, 오만하고, 무지하며 자만에 빠져있다 “라는 명제는, “대중이 그러하다”라는 결과라기 보다는,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다”라는 원인으로 파악해야할 것이다. 또한 오르테가가 말하는 ‘귀족’이란 유럽의 역사 속에 보이는 봉건주의적 귀족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깨어있는 소수 - 고귀한 노력을 거쳐 세계를 변화시키는데 앞장섰던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결국 진정한 사회의 진보는 ‘소수’에 의해 이루어지고, 대중은 그 ‘소수’를 잘 따라올 때 진정한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인데, 한편 오르테가는 이 ‘소수’가 소위 말하는 ‘전문가’도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전문가들이란 자신의 전문영역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식자’임에도 자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곳에까지 끼어들어 대중을 오도하는 존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자유민주주의는 대중들에게 권력을 쥐어줬지만, 대중들은 지금까지의 사회를 발전시켜온 ‘깨어있는 소수’의 합리적 권위를 벗어나는 반동을 일으킨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것은 역사의식과 시대적소명에 대한 반역이나 다름없다는 것이고, 이것이 이 책의 제목 “대중의 반역”의 뜻이다.

글쎄, 아마도 대부분의 좌파적 지식인들, 혹은 시장의 합리성이나 대중권력의 선성을 믿는 이들에게는 이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국익을 위해 윤리따위는 접어둬도 된다”거나, “내가 재미있게 보았으니 평론가들의 혹평은 가치없다”거나, “XX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같은 대한민국을 보고 있자면 오르테가의 말에 딱히 반대를 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심지어 이런 정치적인 주제와 가장 거리가 멀 것 같은 IT쪽에서도 집단지성은 단지 허구일 뿐이다라는 강한 반증이 튀어나오는 바에야, 애초에 대중에게 권력을 주는 것 자체가 과연 올바른 일인가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보게 한다.

물론 이 책을 단순히 대중권력에 대한 반동주장을 담고 있는 책으로 치부하기는 곤란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대중의 반동성을 어떤 식으로 승화시켜 역사의 발전을 향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유럽공동체에 대한 논의는 그러한 고민에 대한 훌륭한 대안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오르테가 자신이 처한 시대적, 역사적, 지리적 여건이 그의 이론에 현실적인 제약을 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점. 그가 1930년 스페인 사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여독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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