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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1월
평점 :
- 그땐 왜 그렇게 웃음이 많았는지 몰라요. 잘생긴 남학생만 지나가도 까르르 웃고, 낙엽만 떨어져도 까르르 웃어댔어요. 어느 날은 이관술 선생님이 양복바지 뒤에 고추가루 하나가 묻은 것도 모르고 수업을 하시는 거예요. 우리들이 까르르거리자 선생님은 무슨 일인지 몰라 거울을 쳐다보고 어리둥절해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더 난리가 나서 웃어댔지요. 선생님은 그제야 고추가루 묻은 것을 발견하시고 점심시간에 먹으려고 붙여왔다고 하시잖아요? 우리는 숨이 넘어가게 웃어댔지요. 매일매일 배가 아파서 웃지도 못할 만큼 웃어댔지요. 정말로 행복한 시절이었지요? -
이 글을 적은 사람들과 이 글 속의 인물들은 누구일까?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21세기는 헬조선이기에 젊은이들이 이렇게 웃으면서 살 수없다면, 3저시대로 단군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시기를 살았던 젊은이들? 아닙니다. 훗날 여류공산주의자가 된 동덕여고보의 이순금, 박진홍, 이효정 그리고 그들의 교사이자 이순금의 오빠였던 이관술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순수한 사람들이였고, 그렇기에 자신들의 생명을 나라를 위해 바쳤던, 그러나 지금은 이 땅의 누구도 그들을 기억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는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공산주의자가 되었던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있습니다. 김원봉, 박헌영, 김무정, 이강국, 박진홍, 이순금, 이현상... 이 책을 보며 느낀 것은 이 들 대부분이 너무나도 순수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친일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살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굶는다는 이 땅에서, 공산주의자 독립운동가들은 잊혀진 존재입니다. 인간의 선함과 이타심을 믿고 혁명을 꿈꾸었던 그들은, 자본주의가 낳은 최악의 악마같은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공산주의를 선택하였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독립된 조국은 새롭게 한반도를 차지한 미국과 소련의 새로운 식민지였을 뿐,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고, 새로운 식민지의 주인이 내세운 대리인에 의해 사라지는 운명을 겪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암살>에도 등장한 의열단의 김원봉 같은 분은 악질 친일 경찰이었던 노덕술에게 체포, 고문 당하여 석방 후 분노를 참지못하고 사흘 밤낮을 통곡했다고 합니다.
공산주의 독립운동가들의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라 이승만에 더하여 김구에 대해서 그리 훌륭한 평가를 주지않는 시각이 눈에 띱니다. 김구를 비롯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2차 세계대전 후 국제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없었던 사실이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친일청산을 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라가 된 이유일 듯합니다.
말도 안되는 이유때문에 역사 교과서 논쟁이 나온 현재, 진정으로 우리 민족을 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을 기억하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부끄러워 하지않을 나라의 주인으로 역사를 바로 세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