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궁 :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ㅣ 사계절 1318 문고 101
고명섭 지음 / 사계절 / 2015년 9월
평점 :
최근에 진선규의 만화 <플루타르크 영웅전>으로 접한 적도 있어, 줄거리가 비교적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소설과 인문학을 접합하여 새롭게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제대로 읽으면서 인문학적으로도 고찰해 보고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소설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기대했던 인문학적 성찰은 매우 적었습니다. 신화를 소설화하면서 등장인물들의 내면이 추가되었지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이고, 성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미로 속을 찾아가는 테세우스의 마음 속의 생각과 테세우스와 만남 직후의 미노타우로스의 말 정도였는데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를 다시 쓰면서 새롭게 출판하기에는 턱없이 빈약한 내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진선규의 만화보다도 생각할 거리가 적어 보이는 이야기를 왜 저자는 새롭게 글로 썼는 지,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테세우스는 미로 속을 헤메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만난 미노타우로스는 바로 자신의 모습입니다. 이 두 존재가 사실은 같은 존재라는 것은 둘이 모두 포세이돈의 자손이라는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미노타우로스가 테세우스에게 한 말을 참고로 생각해 본다면, 바로 영웅과 괴물은 동일한 존재로서,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닐가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훗날 그것을 깨달은 테세우스는 스스로 왕권을 내려놓고 공화정을 수립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고명섭 작가의 소설에는 직접적인 내용은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기존의 이야기에서 새롭게 추가된 부분만 생각하면 작가가 의미하는 바는 그것인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내용은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해치우는 순간, 그는 그의 아버지 아이게우스왕과 연인 아리아드네와 헤어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성장을 도와준 주위 사람들과 헤어져야만, 진정한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갖다 붙인 것 같고, 새로운 의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테세우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언제나 느끼는 점인데, 미궁에서 미노타우로스와 싸우는 부분보다는 아버지를 만나러 육지로 여행을 하면서 악인들을 무찌르는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후 드는 느낌 중 하나는, 테세우스가 무찌르는 여러 종류의 악당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의미를 만들어서 스토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