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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연금술 - 생명과 죽음의 원소, 질소를 둘러싼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홍경탁 옮김 / 반니 / 2015년 9월
평점 :
공기중의 질소에서 인간의 몸에 사용되는 고정질소를 암모니아 합성을 통해 추출하는 방법인 하버-보슈 방법을 개발한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의
이야기입니다. 고정질소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전혀 모르다가 최근 <하라하라의 음식과학>을 읽고 알게되었습니다. 이때도 이
현상이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방법의 원천인 광합성만큼 매우 중요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고 꼭 이 부분에 대해 알고 싶다고 생각하였는데 이 책을 읽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질소가 지구 상에 가장 흔히있는 원소이지만, 인간의 몸에 꼭 필요한 형태로 얻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는 방법은, 실로 평범한 금속을 가장
가치있는 금속인 금으로 바꾸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에서 이 책 제목인<공기의 연금술>에 무척 공감이 갑니다. 책의 전반부는
하버-보슈의 방법이 나오기까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소개하고, 본격적인 내용에 접어들면 이 기술을 개발한 두 사람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의
일대기가 소개되는데, 과학에 관련된 책이기는 하지만, 전기나 평전 정도로 보아도 괜찮을 것 같고, 역사적 사실을 술술 설명하는 저자의 글솜씨는
제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 씌여진 책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수학) 관련 책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프리츠 하버가 이 방법을 처음 제안하고 실험으로 구현한 사람이기는 하나, 이 기술을 회사 바스프에 양도한 이후로는 이에 대한 기술
개발보다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치적 활동에 힘쓴 사람이라 그다지 인정해 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가 제안한
방법이라는 것도 결국 물질의 화학반응을 위해 온도 압력을 조절해준 것 정도라 현재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대단한 아이디어같지도 않고, 특히
유태인이면서 독일인으로서 성공을 위해 1차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독가스를 개발하고 사용한 사람이니, 솔직히 말하자면 인성 안 좋은, 철저한 성공
지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상당한 위치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마지막에는 (독일 내 급변하는 정세때문이기는 하지만) 몰락하였고, 개인적인 가정사에서도 두번의 결혼을
실패하였으니 결국은 불행한 사람이었다고 생각되는데, 마음에 걸리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부류의 학자가 대부분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카를 보슈는 제가 보기에 화학자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고 사업화시킨 엔지니어가 아니였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꼼꼼한 엔지니어이자 훗날에는 유능한 경영자가 되는데, 프리츠 하버와는 달리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는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두번의 세대대전을 거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이 바뀌고, 특히 히틀러와 나찌의 등장으로 유태인이였던 프리츠 하버의 운명이 급변하기는
하였습니다. 결국 패전국인 독일 국적이었기에 두 사람의 말년은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지만 둘다 노벨상을 수상하는 등, 학자로서 인정받는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하고, 특히 두 사람이 개발한 하버-보슈 공정은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절실한 마음에서 출발한 연구이기에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 두 사람을 보면 서로 성격이 대비되는 두 카 레이서가 나오는 영화 <Rush>가 떠오르고, 두 사람의
모습이 이 영화 속의 두 카 레이서(상반된 인생관을 가진 한 분야의 인재?)와 닮지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상에는 유능한 사람 중에는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프리츠 하버같은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성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카를 보슈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