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융합 - 인문학은 어떻게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만나게 했을까
김경집 지음 / 더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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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다소 애매하게 말하자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 알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많이 들 이야기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이야기 인문학>의 저자 조승연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혼돈 이론의 나비효과를 인용하여,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 짓이 텍사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게 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강연에서 언급된 도시명이나 그런 것은 바꼈을 수도 있습니다...) 즉, 언뜻 보기에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인물 간을 연결시키고, 그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생각의 융합>은 인문학의 묘미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는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사건 또는 인물을 연결시킨 경우는 첫 장의 콜럼버스와 이순신을 연결시킨 사례 하나이고, 다른 장은 비슷한 주제의 다른 사건이나 인물을 비교한 내용이 더 많기는 합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두 인물, 콜럼버스와 이순신은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 중국이나 일본 정도만 교류가 있고 ,그 외의 나라와는 연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던 조선시대에도 세계사의 흐름의 영향을 받은 것을 보게 되니 무척 놀랍습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 후, 스페인이 남미에서 엄청난 은을 약탈하고 그 은으로  중국의 비단, 차, 도자기 등을 수입하는 무역이 진행됩니다. 그러던 중 그 무역선 중 하나가 일본에 좌초하여 일본에 총을 전수하게 되고, 이로 부터 임진왜란이 발발하는 흐름이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왜 일본은 총을 개발하고, 우리나 중국은 대포를 개발하였는가, 금속활자의 발명은 우리나라가 앞섰지만 유럽에서 일어난 지식혁명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안 일어났는지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도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또한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남미에서 구한 엄청난 은으로 중국의 차, 비단, 도자기를 수입하던 스페인에 의해 중국의 화폐제도가 흔들리던 중, 그 스페인의 함대가 영국에 패배함으로서 중국에 공급되던 은이 사라지면서 경제가 붕괴되어 명나라가 멸망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을 통해 보았습니다. 즉, 조선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서구사람들을 잘 몰랐지만, 그들의 삶은 이미 세계사속에 편입되었던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다른 부분 중 소개드리고 싶은 부분은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과 우리나라의 유서대필 사건을 비교한 장입니다. 두 사건 모두 권위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정권이 약자를 희생시키고 진실을 숨긴 사건입니다. 하지만 그 진행과정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프랑스의 경우는 작가 에밀 졸라 등 지식인 층이 자신들을 희생하면서 저항하여 결국 진실을 밝히는 데 반하여, 한국의 경우는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인 김지하나 당시 서강대 총장 박홍의 진실을 감추는 권위주의 정권을 돕는 발언을 하는 등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결국 세계2차대전 이후 전범 청산을 제대로 한 프랑스와 달리 친일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여 뒤틀려 있는 역사를 살고 았는 우리민족의 추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여 씁쓸합니다.

하나 더 소개하자면, 김홍도의 그림 씨름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도 이 그림이 인문학의 핵심을 이해하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하였는데, 그림 속 인물이나 물건, 행위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가졌던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발견할 수 있는 과정이 소개됩니다.

재미있게 책을 읽어가는 과정 속에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유행하는 통섭이나 융합을 제대로 할려면 저자처럼 엄청난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즐거운 독서였고, 제 내공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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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2015-04-03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적으로 진정한 지식인이 더 요구되는 요즘입니다. 저도 프랑스 역사 공부할때 속좀 많이 끊였어요.(넘 비교되서)
암튼 저도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