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 반사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동무 10
김영주 지음, 김호민 그림 / 우리교육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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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포반사>를 읽으면서 아주 오랜만에 초등학교 시절의 아련한 추억에 잠시 잠겨 보았다.
학생 수는 많은데, 건물은 작아 오전/오후 나뉘어 수업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한 학년당 학급 수가 열 번대가 넘어갔던 시절이었다.
커다란 밀가루 쏘세지 부침은 최고의 도시락 반찬이었고 어린이 신문의 만화며 광고가 온통 진주햄으로 도배되었던 시절. 생라면 부스러뜨려서 먹는 것이 고급 간식에 속했었다.

요즘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왕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에도 여전히 있었던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왕따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주로 공부를 못하면서 소심한 성격이거나 가정환경이 좋지 못한 아이들이다. 또한 왕따는 어린이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직장에서 왕따를 하거나 왕따를 경험한 성인들이 36.7%라는 충격적인 보도도 있었다.

김영주 작가가 쓴 동화집 <쥐포반사>에는 두 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두 이야기 모두 왕따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첫 번째 이야기 <쥐포반사>는 글을 잘 못읽어 바보라고 놀림받는 선화의 이야기이다. 선화는 학급의 반장인 민구와 같은 책상에 앉았다. 난로를 피우면서 고구마나 오징어등을 가져와 구워먹는 이벤트에 선화도 참여하려고 모처럼 쥐포를 가져왔는데 민구는 “바보공주 선화가 가져온 쥐포를 먹을 사람이 누구냐”면서 아이들을 선동하고 다녀 아무도 선뜻 먹겠다 소리를 못하고 “쥐포반사”, “자동반사”, “영원히 반사”를 외친다. 아이들과 나눠먹을 기쁨에 부풀었던 선화는 그만 눈물이 맺히고 선생님께 “아이들이 제가 가져온 쥐포를 안 먹는대요”하고 선생님께 고하고 만다. 빛나리 담임선생님은 사태를 이미 파악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치미를 뚝 떼고는 쥐포를 구워 선화와 나눠 먹는다. 쥐포를 쭉 찢어 한입에 넣고 “너희들 정말 안 먹을 꺼야”하니 군침이 돌면서도 눈치만 보던 아이들이, 한 아이가 “저 주세요”하는 소리에 너도 나도 나가서 쥐포를 받느라 교실이 운동장이 되었다. 결국 혼자 남아 머쓱해진 민구에게 선화는 “이거 먹어”하고 나누어 주고 민구는 “쥐포 안반사, 미안 미안”하고는 쥐포를 받는다. 선화는 친구들과 쥐포를 구워 나누어 먹는다는 기쁨에 “좋아 좋아” 가슴을 두드리는 것으로 따스하게 이야기를 맺는다.

두 번째 이야기 <무말랭이>도 역시 혜순이란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다. 지능이 조금 모자라고, 머리를 제때 감지 않아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는 혜순은 항상 혼자다. 같은 책상에 앉은 진호는 책상에 금을 긋고는 혜순이가 조금이라도 넘어올세라 눈을 부릅뜨고, 혜순의 뒷자리에 앉은 병재는 진호와 같이 어울려 바보라고 괴롭힌다. 의례적으로 진호와 병재가 혜순을 놀리면 주변의 아이들도 덩달아 같이 놀리고, 혜순은 그만 책상에 엎드려 울게 된다. 혜순은 “내가 왜 바보야”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아이들이 왜 자기를 바보라고 하는지 이유를 모른체 화장실 다녀 오는 복도에서 비오는 창밖을 ‘참 슬픈 것’을 느끼며 한참을 내다본다. 아침자습 시간에 외우라고 과제를 내준 동시를 혜순도 열심히 외웠다. 동시를 못외운 사람은 모두 앞으로 나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진호와 병재등 여러 아이들이 앞으로 나간다. 당연히 혜순도 못외웠을 거라고 생각한 아이들 앞에서 혜순은 보란 듯이 멋지게 “한솥밥”이란 동시를 외웠던 날 점심급식의 반찬이 무말랭이었다. 혜순도 싫어하는 무말랭이를 입에 넣었다가 뱉으러 나간 사이에 진호와 아이들이 자기 몫의 무말랭이를 모두 혜순의 식판에 옮겨 놓았다. 산더미 같이 쌓인 무말랭이를 보고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급식을 남겨 청소를 하게 된다. 엎드려서 울고 있는 혜순에게 “그만 울고 밥 먹으라”며 점심을 다 먹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성직에게 혜순은 관심을 보여줘서 너무나 고맙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생각 못하는 혜순이는 성직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큰 소리로 표현을 하게 된다. “나는 성직이가 좋다. 정말로 좋다” 다시 한번 혜순이는 아이들의 장난의 표적이되고, 검은 얼굴의 큰 키, 떡 벌어진 어깨를 지닌 성직이는 큰 소리로 아이들에게 그만두라고 소리를 지른다. 혜순이가 성직이에게 쓴 편지에 아이들이 장난으로 쓴 답장을 보며 낙심한 혜순이는 편지를 북북 찢어버렸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어울리는 장기자랑 시간에 혜순이는 혼자서 눈물을 글썽이며 공책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난 바보다.
친구들도 바보라고 부른다.
밥도 혼자 먹는다.
난 늘 혼자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정말 좋겠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도 물론 괴롭지만,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도 한편으론 괴롭다. 왕따에 동참하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나도 혼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몇몇 아이의 선동에 참여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어른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될까?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상처받는 아이를 어떻게 보듬어 주어야 할지, 두려움 반. 장난 반으로 왕따를 시키는 어린 악동들은 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왕따 설문조사에서 “직장내에 왕따가 있는가”란 설문에 64.2%가 “그렇다”고 나왔다는 응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둥바둥 나만 잘살겠다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하면서도 한편으론 ‘남에게 뒤쳐지지는 말아야지’하는 마음에 초조해지는 에미는 오늘도 머릿속이 사나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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