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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트릭'보다 '동기'를 중요시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그런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부이자 일본 문학의 거인으로 불리우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이기에 책을 잡은 순간부터 사건 자체의 숨겨진 비밀을 궁금해하기 보다는 그저 흘러가는대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이야기가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하나 둘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간의 퍼즐을 내 나름 머릿속으로 맞춰보며 어렴풋한 이야기의 윤곽이 드러나기를 기다렸다. 트릭에 초점이 맞춰지는 (밀실 살인류와 같은) 추리소설에서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때처럼 조금이라도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답을 얻기 위해 조바심을 내는 것이, 마치 책을 읽기보다 내 추리능력을 테스트하는 것 처럼 느껴져 여유를 갖고 책을 읽기가 어렵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기에 굳이 사회파 추리소설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적 상황에 몰입하며 찬찬히 독서를 즐기고 싶은 날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애를 써야 하는 트릭중심의 본격추리소설보다는 히가시노게이고나 미야베미유키와 같은 작가의 이야기가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주어진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인물의 시선에 대입해가다 보면 마침내 사건의 동기에 초점이 모아지고 결국에는 죽은 자와 산 자의 사연에 도달하게 되는 이야기말이다. 제로의 초점 역시 특별한 트릭이 존재하지 않는 철저한 '이야기'중심의 이야기로 '어떻게 죽였을까' 보다는 '누가, 어째서 죽였을까'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야기 전면에 나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는 사라진 겐이치의 아내 데이코다. 남편이라고는 하지만 오랜 시간 알아온 사이도 아니고 연애기간을 길게 가진 것도 아니다. 그저 우연한 기회에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에게 소개받아 소위 말하는 '중매결혼'을 한 터라 남편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나이, 학력, 현재의 직업, 가족으로는 결혼한 형님이 하나 있다는 정도. 그것이 데이코가 알고 있는 겐이치란 사람의 전부였다. 서둘러 결혼이 진행되는 바람에 선을 본 후에도 딱히 데이트란 걸 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데이코는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의 남녀가 서로에 대해 잘 모른 채 결혼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알아가게 되는 것이리라 생각해 별 불만을 품지 않는다. 남편 겐이치의 특수한 상황이라면 도쿄와 가나자와를 오가며 생활해왔다는 것이다. 일 때문에 도쿄에서 열흘을, 그 외 20일은 가나자와에서 생활해 왔지만 이는 결혼을 기점으로 도쿄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회사의 발령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 겐이치가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가나자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러 내려간 후 실종 된다. 아내 데이코에게는 12일에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약속된 날짜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겐이치를 찾기 위해 데이코는 직접 가나자와로 향한다. 남편의 후임으로 가나자와에 부임한 혼다는 데이코를 도와 행방이 묘연한 겐이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겐이치의 형 소타로 역시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않게 행동하지만 실종기간이 길어지자 동생이 사라진 가나자와로 향한다. 이상한 점은 자신이 동생을 찾으러 가나자와에 간다는 사실을 데이코는 물론 자신의 부인에게도 숨겼다는 것이다. 가나자와에 도착한 그는 동네 세탁소를 돌며 무언가를 알아내려 하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혼다와 데이코는 소타로의 이상한 행동에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이치의 형 소타로는 살해된다. 츠루기초의 여관에서 누군가의 손에 의해 청산가리가 든 위스키를 마시고 살해된 소타로.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목격된 전차에 화려한 차림을 한 정체불명의 여인이 함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혼다와 데이코는 겐이치의 실종과 소타로의 죽음이 그 여인과 무관하지 않음을 직감한다. 데이코는 남편 겐이치가 결혼 전 가나자와에서의 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무로타 부부를 만나게 되고 무로타 회사의 안내 창구에서 독특한 영어를 사용하는 여인과 마주친다. 그리고 혼다는 겐이치의 실종에 얽힌 의문을 풀어가던 중 업무차 도쿄로 떠나게 되고 데이코에게 돌아올때에는 사건의 핵심을 파헤칠 수 있을거란 확신에 찬 말을 남긴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혼다 역시 소타로와 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청선가리가 든 위스키를 마시고 
 겐이치의 실종에 가까이 다가간 소타로와 혼다가 모두 죽음을 맞은 가운데 홀로 남은 데이코가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과 살인의 이유를 찾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서서히 드러나는 겐이치의 과거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는 사회파 추리소설다운 면모를 드러내고는 있으나 그 동기가 조금 약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이야기의 말미에 데이코는 범인에게 연민을 느끼며 자신 역시 그런 상황이었다면 범인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했을거라 말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 생각에 동조하기 어려웠다. 물론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 함부로 장담하는 것은 어리석고 편협한 사고라 비난 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범인을 동정하기에는 살인의 이유가 지극히 이기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살인이었다. 비참하게 죽어간 가족을 대신한 복수만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살인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독자가 느끼기에 범인이 처해진 상황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자 절박한 선택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려거든 인물의 사연 즉, 범인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보여주는데 조금더 시간을 할애했어야하지 않나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사건을 풀기 위한 두뇌 싸움을 필요로 하지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데이코가 실종된 남편을 찾으며 겪었던 일들을 풀어놓는 동안 독자는 그저 담담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던 인물들간의 연결고리가 채워지는 것이다. 극적인 사연과 엄청난 비밀을 기대한다면 만족하기 어렵겠지만 추리소설이 지니기에 적당한 반전과 적당한 사연이 존재하는 이야기였음은 분명하다.

 

 

'OO의 내면을 생각하면 할수록 데이코의 가슴에서는 연민의 정이 솟구쳤다.
OO가 자신의 OO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범하기는 했지만, 아무도 OO의 동기만큼은  저주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그 입장이었더라면 데이코 자신도 OO처럼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 제로의 초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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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고양이와 인연을 맺은지 이제 4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태어난지 두 달만에 어미와 떨어져 저희집으로 온 예민이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놀라고 서운할정도로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는 새초롬한 아기고양이였습니다. 덕분에 쬐그만게 뭐이리 예민하냐는 엄마의 투정 섞인 놀림이 어느새 이름이 되어버렸고, 혹시나 이름따라 커서도 예민하면 어쩌냐는 뒤늦은 걱정에 이름을 바꿔보려고도 했지만 이미 예민아~부르면 뒤를 돌아볼 만큼 제 이름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이름바꾸기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조금이라도 더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자 머리가 빠지게 고민했던 제 수첩 속 끄적거림은 소용없게 되었지만 엄마가 친히 지어주신 예민이란 이름 덕에 누가 오는 소리만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쪼르르 현관 앞으로 달려가는 심하게 예민한 '접대냥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예민이로 인해 제 삶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족의 보살핌 안에서 귀찮을 정도의 사랑을 받으며 지내는 예민이를 보며 그전에는 몰랐던 길고양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내 고양이를 향한 애정이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했고, 그 관심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이용한 작가의 <안녕,고양이는 고마웠어요>라는 한권의 책이었습니다.길고양이들의 삶을 따뜻하면서도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 책은 제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또 결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았을 묘생의 기록이 책으로 만들어져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었음을 정작 주인공인 고양이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어느덧,<명랑하라 고양이>에 이어 안녕 고양이시리즈의 최종회 격인 <나쁜 고양이는 없다>가 출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받아든 제 기분이 기쁘기보다는 아쉬움에 가까운 것은 역시 마지막 이야기 이기 때문이겠지요.더이상은 이 사랑스런 길고양이들의 소식을 기다릴 수 없음을 의미하는 마지막이라는 글자가 야속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명랑한 길고양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손자 데려다 키우는 사연 중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쓰레기나 뒤지고 인간의 음식이나 훔치는 도둑고양이 취급을 한다. 길고양이 세계에도 의리가 있고, 우정이 있으며, 인간 못지 않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건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실이고, 부정할 수 없는 길고양이의세계이다.

 

                                               

 

 

 

                                        P.85
 

 

 

 

아기 고양이가 금방이라도 책 밖으로 뛰어 나올 것 같아요^-^
 





 

 



 
이 책에는 다양한 고양이 못지않게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집 마당을 내어주는 고마운 사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양이의 생명을 텃밭의 고추보다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 합니다. 언제든지 배고픈 고양이가 먹을 수 있도록 늘 정해진 자리에 밥그릇을 놓아두는 할머니와 고양이가 텃밭에 들어온다는 이유로 쥐약을 놓는 할머니.

결국 고양이는 자신을 위해 밥그릇을 놓아두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으로 여느때처럼 쥐약이 든 밥 마저도 의심없이 먹었을 겁니다. 그 속에 자신을 죽이기 위한 약이 들어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참으로 무서웠습니다. 똑같은 생명임에도 그 생명을  대하는 마음이 너무나 달라 아무것도 모르는 고양이에게 사람만큼 위험한 것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길고양이에게 가장 위험한 건 어쩌면 혹독한 추위도, 달리는 자동차도 아닌 바로 사람일지 모릅니다. 그런 사람들이 고양이는 나쁜 존재다 말하고 있으니 이처럼 우스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고양이의 탈을 쓴 개가 아닐까 싶을 만큼 유달리 사람을 잘 따르던 달타냥.

외로운 할머니 곁에서 동무가 되어주던 달타냥은 고양이를 잡기 위해 놓은 쥐약을 먹고 무지개다리를 건넙니다. 정이 넘친다는 시골의 인심도 본인들의 손해 앞에서는 자취를 감추는 듯, 텃밭을 파헤친다는 이유로 살아 숨쉬는 생명을 없애야한다 말하는 이들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제는 할머니가 마실나갈때 쫄래쫄래 뒤따라 마중을 갈 달타냥도 없고 할머니가 돌아올때까지 대문밖에서 기다려줄 달타냥의 모습도 볼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달타냥은.. 마지막 순간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달타냥이 마실가는 할머니를 마중하는 모습입니다.

달타냥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할머니의 쓸쓸한 뒷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은 반려동물과 사람의 교감을, 그런 반려동물의 부재에서 오는 말할 수 없는상실감을 , 그리고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인간의 이기심을.... 모두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철장에 갇혀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도 사람에 대한 원망은 커녕 반가워 몸을 부비는 덩달이를 보고 울컥해 대체 누가 고양이는 영물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지어낸건지 따지고 싶었고, 한꺼번에 새끼를 모두 잃어 우울증에 걸린 삼월이의 사연에는 참았던 눈물이 터졌습니다. 고양이는 특히 모정이 강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새끼를 위해서는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동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며 새끼를 보호하는 모습을 TV에서 종종 보았습니다. 그런 고양이인데 갓 태어난 새끼가 눈 앞에서 사라졌으니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게 이상한거겠지요. 새끼를 빼앗길까 한 발로 아기고양이를 끌어안고 젖을 먹이던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청계천 시장에서 팔려가기를 기다리던 고양이들이 생각났습니다. 몸도 가누지 못하는 자그마한 새끼 고양이들이 마음껏 움직일 공간조차 없는 좁은 철장 안에서 목이 쉬어라 울고 있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도망치듯 그 길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쩌면 삼월이가 낳은 새끼고양이들도 그때 그 고양이들처럼 어딘가에서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삭막한 인간세상에서 버티지 못해 고양이별로 떠났을지도 모르고요. 그렇지만 불가능할지 모를 소망이더라도 부디 삼월이의 아기고양이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 건강하게 살아주기를 바랍니다.

 



 

아직 자식을 키워 본 적 없는 저는 다른 생명이 제게 의지한다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기 고양이를 키우면서 문득문득 이 작은 생명이 내가 곁에 있으면 편안해하고 안심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유달리 겁이 많고 경계심이 심한 동물이 고양이인만큼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한번 생긴 믿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는 듯 해 뿌듯하기도 하고, 내게 있어 반려동물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새삼 깨닫곤 합니다. 아마 동물을 키워본 분들이라면 아실 기분좋은 부담감이 어느 날 나와 상관없던 길고양이에까지 미치게 된 것에는 안녕 고양이 시리즈 역시 한 몫을 했을 터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묘연이 얼마지나지 않아 한끼 식사로 이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어디를 가도 고양이가 눈에 밟혀, 두 눈이 어딘가에 숨어있을 지 모를 길고양이들을 찾느라 바삐 움직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평균수명이 15년 이상인데 반해 길고양이들의 삶은 그에 반도 못 미치는 2~3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 짧은 묘생에서 어떤 고양이들은 단 한끼도 편안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할지 모른다는 것은 제게 안타까움을 넘어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때부터 저의 햇반 그릇 모으기가 시작되었던 듯 합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많은 분들처럼 저 또한 작은 관심과 배부른 한 끼 식사가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삶에 한순간이나마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만을 간절히 바랍니다.

 

길고양이의 삶에 분명히 행복한 기억도 많을 겁니다. 실제로 저자가 만난 고양이들은 힘든 길 생활 중에서도 참으로 밝고 명랑해보였습니다.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조차도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밥을 먹고 사람들의 냉대 속에서도 아랑곳않고 뛰어노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언제나 불안해하면서 밥을 먹고, 사람을 경계해야하는 고양이들의 삶이 더 안쓰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슬프게도 우리나라에는 고양이에게 호의적인 사람보다 적대적인 사람이 훨씬 많은게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작가의 전작인 '명랑하라 고양이' 주문이 통했던 것인지 고양이들은 여전히 밝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책을 통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만 결코 나쁜 고양이란 없다는 것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어쩌면 나쁜 사람마저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착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고양이들과의 만남.  책을 읽는 내내 너무도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착한 이야기 안녕 고양이 시리즈와의 마지막 만남에 이별을 고합니다.

 

'안녕, 내가 더 고마웠어..언제까지나 명랑하렴. 착한 고양이들아..'


 


함께 보면 좋아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작가  이용한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09.08.10
   
명랑하라 고양이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작가  이용한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11.01.25

 



 

 행복한 길고양이

 

작가  종이우산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10.09.20

 

 

 



 


영화로도 나왔어요

 






고양이 춤


감독

윤기형

출연

이용한, 윤기형, 길고양이들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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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장을 덮은 내 머리에 떠오른 의문은 이것이었다.

히가시노게이고란 작가를 좋아하는 나는 매번 그의 신작이 나올때마다 그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분명하게 있었다. 혹자는 책 한권에서 (그것도 흥미위주의 추리소설에) 뭘 그리 얻고자하냐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허나 우스울지 몰라도 내게 있어 히가시노게이고라는 작가는 단순히 미스터리소설을 재미있게 쓰는 작가 그 이상이었다.
처음 백야행이라는 작품을 읽었을때, 그리고 다분히 개인적일지 모르지만 내가 그의 작품중 최고로 꼽는 악의를 읽었을때,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탄해 마지않는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을때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나의 굳건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최근들어 그가 내놓은 일련의 소설들로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지금까지는 부인해왔지만 말이다.

허나 그가 내놓은 신작 백은의 잭으로 나는 확인하고 말았다. 요 근래 그의 다작이 작품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다른 독자들의 비난을 더이상은 감싸줄 수가 없다는 사실을.
실제로 그는 독자들이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었고, 나 역시 그의 작품이 이전만 못하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던 것은 잊기 힘들만큼 강렬한 전작들이 존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대부분 인간 본질에 대한 그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추리소설을 비웃으려거든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을 읽어보고 말하라며 소리 높여 열변을 토하던 내가.... 스스로 추리소설에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있지는 않았나 다시 생각해볼 정도였다면 책에 대한 실망이 어느정도였는지 표현이 될지 모르겠다.
물론 재미있게 읽은 사람도 많을 터인데 너무 인색한 평이 아니냐고 한대도 할말은 없다. 그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 밖에는...(이 작품이 다른 작가의 책이었다면 나 역시 그냥저냥 재미있게 읽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책이 실망스러운 이유는 다름아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

 백은의 잭의 배경이 되는 곳은 흰 눈으로 뒤덮인 스키장이다. 아무래도 배경이 이렇다보니 다른 독자들은 설원 위를 가르는 스키음과 그곳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추격전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나의 기대는 다른 것에 있었다.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에는 어김없이 추리를 뒤엎는 반전이 있을 것이고, 그 반전을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 납득하도록 만들 것인가 하는 기대가 그것이었다. 한마디로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사연'이 궁금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에는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이 있었고, 그 힘에는 인물이 벌이는 범죄 행위의 타당성이 바탕이 되어있었다. 비록 범인이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인 중죄를 지었다하더라도 그 타당성이 외면하기 어려운 진실을 담고 있었기에 독자는 묵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역시 그랬다. 그의 소설을 읽을때면 도덕적 잣대를 대기 이전에 인물이 가진 사연에 동정이 먼저 갔던 것이 사실이다. 용의자X의 헌신과 방황하는 칼날에서처럼 말이다. 물론 언급한 두 작품과 백은의 잭을 비교하는 건 내용 자체로 봐서는 무리가 있다. 끔찍하게 죽은 딸의 복수를 위해 제 손으로 범인을 처단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와 스키장을 폭파하겠노라 협박하는 범인의 이야기는 분노의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백은의 잭을 집필한 작가 히가시노게이고를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은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사연의 스케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 책을 쓴 사람이 정말 내가 아는 히가시노게이고가 맞나 싶었다) 작가 스스로가 이번 소설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썼음을 밝히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그가 왜 이렇게밖에 이야기를 풀어낼 수 없었는지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추리력이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닌 내가 중간에 범인을 알아챌 수 밖에 없었던 것 또한 작가가 구성에 허술했다거나 치밀하지 못해서가 결코 아니었다. 작가 스스로 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독자의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는 인물들이 너무도 뻔하고 당연한데다가 별다른 복선 없이도 인물의 묘사만으로 범인이 쉽게 짐작된다. 추리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작가가 파놓은 함정자체가 별로 없다고 봐야겠다. 작가의 실수로 독자가 일찌감치 범인을 간파해낸게 아니라 애시당초 독자에게 주어진 선택의 범위가 좁았고 그에 비해 단서는 많았다고 해야할까..게다가 범인의 동기라는게 미약하기까지 해서 이해나 납득을 요하지도 않는다. 

책을 중반쯤 읽었을 무렵 지금까지 나온 인물이 전부라면 반전은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싶었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물론 진짜 범인을 막기 위한 또다른 범인의 존재는 예상에 없던 인물이었고, 그 인물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품었던 가장 큰 궁금증까지 한순간에 풀어지기는 했다. 이 부분에서 히가시노게이고다운 사연 엇비슷한 것이 살짝 보였으나 이 역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내가 내렸던 섣부른 판단이 틀렸으면 좋았으련만 마지막까지 그대로 이어져 또 한번 나를 실망시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모든 것이 영화화를 위해서가 아니였을까 짐작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영상으로 담기 위해서는 사연에 주목하기보다 영상미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 작가는 설원 위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추격전에 꽤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스키마니아라는 자신의 장점을 소설 안에 녹이기 위해 그의 해박한 스키 지식이 동반되었고, 그 덕에 스키틑 타본 적도 없고 탈 생각조차 없었던 내가 별 어려움 없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짜릿해보이는 영상을 봐도 스키에는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던 내게 '스키가 그렇게 재미있나' 하는 의문을 갖도록 만들었으니 어떤 면에서는 성공했다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작품으로 인해 히가시노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작품이 예전과 다르다는 세간의 평을 보기좋게 뒤집어주길 바랐던 신작 백은의 잭은 작가의 작품 세계가 무너졌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그럼에도 다음 번에 나올 그의 새 책을 이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디 나를 경악케했던 악의를 집필했던 히가시노게이고로 돌아오길 바라는 심정으로말이다. 그만큼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기에 그의 진짜 이야기에 대한 미련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나는 실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또다시 그의 책을 집어들 것이다. 다만 그때는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겠지만...

독자들이 그에게 바라는 것은 많은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이야기임을 작가는 정녕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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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팩 소녀 제니 1 사계절 1318 문고 73
캐롤라인 B.쿠니 지음, 고수미 옮김 / 사계절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껏 내가 살아온 인생이 사실은 12년 전에 잃어버린 삶이었다면..
당신은 미련없이 현재의 나와 가족을 두고 과거의 나를 찾아 떠나겠습니까?

 
이 책은 그렇게 묻는 듯하다. 제니에게 일어난 일은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도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지는 상황들이 그닥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제니가 아닌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제니는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는 중이다.

몇가지 불만이라면 유당결핍증때문에 진하고 맛있는 우유를 마실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제니라는 이름이 너무나 평범해서 재미가 없다는 정도다.

여느때와 다름 없는 식사시간, 제니는 맛있는 우유도 먹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심해하며 친구의 우유를 마셔버린다.

그러나 우유팩에 실려있는 미아찾기 사진을 본 제니는 그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이 살아온 모든 삶이 거짓일지 모른다는 혼란에 빠진다. 나는 여기서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대체 누가 날 찾는다는 건지 혼란스럽지만 사랑하는 엄마,아빠에게 진실을 여쭤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러나 우유팩에 대한 생각을 밀어놓으려 할 수록 진실을 알고 싶다는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결국 제니는 다락방 구석에서 자신의 어릴 적 흔적을 발견한다. 우유팩 사진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원피스..그리고 '한나'라는 이름이 적힌 자료들은 제니가 애써 부인했던 감춰진 진실로 한걸음 다가가게 만든다.   

허나 제니의 부모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제니의 기억과 어딘지 다르다. 다락방 트렁크 속에서 발견했던 한나라는 이름의 소녀가 자신들의 딸이며, 사이비종교에 빠져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한나가 낳아 온 딸이 바로 제니라는 부모님의 설명은 제니의 기억과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제니는 부모님조차 진짜 진실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남자친구 리브와 함께 잃어버린 자신을 찾으려 하지만 막상 진실에 한발짝 다가설수록 자신을 사랑해준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새로운 가족을 마주할 두려움에 망설인다. 

 이 과정에서 리브는 제니의 기대만큼 그녀를 위로해 주지 못하고, 제니는 자신도 모르게 불현 듯 떠오르는 잃어버린 기억들때문에 괴롭기만 하다. 어린 제니가 뛰어놀던 쇼핑몰과 아이스크림가게의 의자, 그 앞에서 미소 짓던 한 여인...

생각에 닿을수록 제니는 어쩌면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자신이 엄마의 손을 놓아버리고 찾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겁이난다.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털어놓은 제니는 자신을 찾고 있는 또다른 가족 앞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침내 걸린 전화기 끝에서 들리는 낯선 목소리와 함께 우유팩소녀 제니의 1권은 끝이 난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았더라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그 시절을 지나온 독자들은 제니를 통해 나를 돌아본다. 상황은 다를지언정 제니의 동요와 불안한 마음이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이유는 그래서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비롯한 모든 것이 진짜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내 앞에 놓인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도 너무나 명확한 증거라 부인할 수 조차 없다면... 

제니의 눈 앞에 놓인 우유팩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제니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미아를 찾는다는 메세지와 함께...

그것은 즉, 제니의 이름도, 가족도, 집도 사실은 모두 가짜에 불과하다는 말과 다를게 없다. 게다가 한번 열린 기억의 상자는 멈출줄 모르고 불시에 터져나와 제니를 잊고 있던 어린시절로 데려간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제니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더라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나 못지않게 현재의 나 자신도 중요한 법이니까.내 눈앞에 온전한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두고, 그 누가 과거에만 연연할 수 있겠는가.

허나 그와 동시에 얼굴도 모른 채 잊고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애타게 찾고 있는 가족의 품이 그립지 않을 리가 없다.

제니는,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과연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을지 묻고 싶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양쪽 모두에게 상처주지 않는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만약 해답이 존재한다면 2권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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