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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팩 소녀 제니 1 ㅣ 사계절 1318 문고 73
캐롤라인 B.쿠니 지음, 고수미 옮김 / 사계절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껏 내가 살아온 인생이 사실은 12년 전에 잃어버린 삶이었다면..
당신은 미련없이 현재의 나와 가족을 두고 과거의 나를 찾아 떠나겠습니까?
이 책은 그렇게 묻는 듯하다. 제니에게 일어난 일은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다.
너무도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지는 상황들이 그닥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제니가 아닌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제니는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는 중이다.
몇가지 불만이라면 유당결핍증때문에 진하고 맛있는 우유를 마실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제니라는 이름이 너무나 평범해서 재미가 없다는 정도다.
여느때와 다름 없는 식사시간, 제니는 맛있는 우유도 먹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심해하며 친구의 우유를 마셔버린다.
그러나 우유팩에 실려있는 미아찾기 사진을 본 제니는 그 사진 한 장으로 자신이 살아온 모든 삶이 거짓일지 모른다는 혼란에 빠진다. 나는 여기서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대체 누가 날 찾는다는 건지 혼란스럽지만 사랑하는 엄마,아빠에게 진실을 여쭤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러나 우유팩에 대한 생각을 밀어놓으려 할 수록 진실을 알고 싶다는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결국 제니는 다락방 구석에서 자신의 어릴 적 흔적을 발견한다. 우유팩 사진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원피스..그리고 '한나'라는 이름이 적힌 자료들은 제니가 애써 부인했던 감춰진 진실로 한걸음 다가가게 만든다.
허나 제니의 부모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제니의 기억과 어딘지 다르다. 다락방 트렁크 속에서 발견했던 한나라는 이름의 소녀가 자신들의 딸이며, 사이비종교에 빠져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한나가 낳아 온 딸이 바로 제니라는 부모님의 설명은 제니의 기억과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제니는 부모님조차 진짜 진실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남자친구 리브와 함께 잃어버린 자신을 찾으려 하지만 막상 진실에 한발짝 다가설수록 자신을 사랑해준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새로운 가족을 마주할 두려움에 망설인다.
이 과정에서 리브는 제니의 기대만큼 그녀를 위로해 주지 못하고, 제니는 자신도 모르게 불현 듯 떠오르는 잃어버린 기억들때문에 괴롭기만 하다. 어린 제니가 뛰어놀던 쇼핑몰과 아이스크림가게의 의자, 그 앞에서 미소 짓던 한 여인...
생각에 닿을수록 제니는 어쩌면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자신이 엄마의 손을 놓아버리고 찾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겁이난다.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털어놓은 제니는 자신을 찾고 있는 또다른 가족 앞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침내 걸린 전화기 끝에서 들리는 낯선 목소리와 함께 우유팩소녀 제니의 1권은 끝이 난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았더라도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그 시절을 지나온 독자들은 제니를 통해 나를 돌아본다. 상황은 다를지언정 제니의 동요와 불안한 마음이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이유는 그래서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비롯한 모든 것이 진짜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내 앞에 놓인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도 너무나 명확한 증거라 부인할 수 조차 없다면...
제니의 눈 앞에 놓인 우유팩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제니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미아를 찾는다는 메세지와 함께...
그것은 즉, 제니의 이름도, 가족도, 집도 사실은 모두 가짜에 불과하다는 말과 다를게 없다. 게다가 한번 열린 기억의 상자는 멈출줄 모르고 불시에 터져나와 제니를 잊고 있던 어린시절로 데려간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제니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만약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더라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나 못지않게 현재의 나 자신도 중요한 법이니까.내 눈앞에 온전한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두고, 그 누가 과거에만 연연할 수 있겠는가.
허나 그와 동시에 얼굴도 모른 채 잊고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애타게 찾고 있는 가족의 품이 그립지 않을 리가 없다.
제니는,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과연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을지 묻고 싶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양쪽 모두에게 상처주지 않는 행복한 결말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만약 해답이 존재한다면 2권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