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고양이와 인연을 맺은지 이제 4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태어난지 두 달만에 어미와 떨어져 저희집으로 온 예민이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놀라고 서운할정도로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는 새초롬한 아기고양이였습니다. 덕분에 쬐그만게 뭐이리 예민하냐는 엄마의 투정 섞인 놀림이 어느새 이름이 되어버렸고, 혹시나 이름따라 커서도 예민하면 어쩌냐는 뒤늦은 걱정에 이름을 바꿔보려고도 했지만 이미 예민아~부르면 뒤를 돌아볼 만큼 제 이름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이름바꾸기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조금이라도 더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자 머리가 빠지게 고민했던 제 수첩 속 끄적거림은 소용없게 되었지만 엄마가 친히 지어주신 예민이란 이름 덕에 누가 오는 소리만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쪼르르 현관 앞으로 달려가는 심하게 예민한 '접대냥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예민이로 인해 제 삶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족의 보살핌 안에서 귀찮을 정도의 사랑을 받으며 지내는 예민이를 보며 그전에는 몰랐던 길고양이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내 고양이를 향한 애정이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했고, 그 관심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이용한 작가의 <안녕,고양이는 고마웠어요>라는 한권의 책이었습니다.길고양이들의 삶을 따뜻하면서도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 책은 제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또 결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았을 묘생의 기록이 책으로 만들어져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었음을 정작 주인공인 고양이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어느덧,<명랑하라 고양이>에 이어 안녕 고양이시리즈의 최종회 격인 <나쁜 고양이는 없다>가 출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받아든 제 기분이 기쁘기보다는 아쉬움에 가까운 것은 역시 마지막 이야기 이기 때문이겠지요.더이상은 이 사랑스런 길고양이들의 소식을 기다릴 수 없음을 의미하는 마지막이라는 글자가 야속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명랑한 길고양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손자 데려다 키우는 사연 중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쓰레기나 뒤지고 인간의 음식이나 훔치는 도둑고양이 취급을 한다. 길고양이 세계에도 의리가 있고, 우정이 있으며, 인간 못지 않은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그건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실이고, 부정할 수 없는 길고양이의세계이다.

 

                                               

 

 

 

                                        P.85
 

 

 

 

아기 고양이가 금방이라도 책 밖으로 뛰어 나올 것 같아요^-^
 





 

 



 
이 책에는 다양한 고양이 못지않게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집 마당을 내어주는 고마운 사람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양이의 생명을 텃밭의 고추보다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 합니다. 언제든지 배고픈 고양이가 먹을 수 있도록 늘 정해진 자리에 밥그릇을 놓아두는 할머니와 고양이가 텃밭에 들어온다는 이유로 쥐약을 놓는 할머니.

결국 고양이는 자신을 위해 밥그릇을 놓아두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으로 여느때처럼 쥐약이 든 밥 마저도 의심없이 먹었을 겁니다. 그 속에 자신을 죽이기 위한 약이 들어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참으로 무서웠습니다. 똑같은 생명임에도 그 생명을  대하는 마음이 너무나 달라 아무것도 모르는 고양이에게 사람만큼 위험한 것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길고양이에게 가장 위험한 건 어쩌면 혹독한 추위도, 달리는 자동차도 아닌 바로 사람일지 모릅니다. 그런 사람들이 고양이는 나쁜 존재다 말하고 있으니 이처럼 우스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고양이의 탈을 쓴 개가 아닐까 싶을 만큼 유달리 사람을 잘 따르던 달타냥.

외로운 할머니 곁에서 동무가 되어주던 달타냥은 고양이를 잡기 위해 놓은 쥐약을 먹고 무지개다리를 건넙니다. 정이 넘친다는 시골의 인심도 본인들의 손해 앞에서는 자취를 감추는 듯, 텃밭을 파헤친다는 이유로 살아 숨쉬는 생명을 없애야한다 말하는 이들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제는 할머니가 마실나갈때 쫄래쫄래 뒤따라 마중을 갈 달타냥도 없고 할머니가 돌아올때까지 대문밖에서 기다려줄 달타냥의 모습도 볼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달타냥은.. 마지막 순간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달타냥이 마실가는 할머니를 마중하는 모습입니다.

달타냥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할머니의 쓸쓸한 뒷모습이 담긴 사진 한장은 반려동물과 사람의 교감을, 그런 반려동물의 부재에서 오는 말할 수 없는상실감을 , 그리고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인간의 이기심을.... 모두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철장에 갇혀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도 사람에 대한 원망은 커녕 반가워 몸을 부비는 덩달이를 보고 울컥해 대체 누가 고양이는 영물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지어낸건지 따지고 싶었고, 한꺼번에 새끼를 모두 잃어 우울증에 걸린 삼월이의 사연에는 참았던 눈물이 터졌습니다. 고양이는 특히 모정이 강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새끼를 위해서는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동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며 새끼를 보호하는 모습을 TV에서 종종 보았습니다. 그런 고양이인데 갓 태어난 새끼가 눈 앞에서 사라졌으니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게 이상한거겠지요. 새끼를 빼앗길까 한 발로 아기고양이를 끌어안고 젖을 먹이던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청계천 시장에서 팔려가기를 기다리던 고양이들이 생각났습니다. 몸도 가누지 못하는 자그마한 새끼 고양이들이 마음껏 움직일 공간조차 없는 좁은 철장 안에서 목이 쉬어라 울고 있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도망치듯 그 길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쩌면 삼월이가 낳은 새끼고양이들도 그때 그 고양이들처럼 어딘가에서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삭막한 인간세상에서 버티지 못해 고양이별로 떠났을지도 모르고요. 그렇지만 불가능할지 모를 소망이더라도 부디 삼월이의 아기고양이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 건강하게 살아주기를 바랍니다.

 



 

아직 자식을 키워 본 적 없는 저는 다른 생명이 제게 의지한다는 것이 어떤 마음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아기 고양이를 키우면서 문득문득 이 작은 생명이 내가 곁에 있으면 편안해하고 안심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유달리 겁이 많고 경계심이 심한 동물이 고양이인만큼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한번 생긴 믿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는 듯 해 뿌듯하기도 하고, 내게 있어 반려동물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새삼 깨닫곤 합니다. 아마 동물을 키워본 분들이라면 아실 기분좋은 부담감이 어느 날 나와 상관없던 길고양이에까지 미치게 된 것에는 안녕 고양이 시리즈 역시 한 몫을 했을 터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묘연이 얼마지나지 않아 한끼 식사로 이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어디를 가도 고양이가 눈에 밟혀, 두 눈이 어딘가에 숨어있을 지 모를 길고양이들을 찾느라 바삐 움직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평균수명이 15년 이상인데 반해 길고양이들의 삶은 그에 반도 못 미치는 2~3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 짧은 묘생에서 어떤 고양이들은 단 한끼도 편안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할지 모른다는 것은 제게 안타까움을 넘어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때부터 저의 햇반 그릇 모으기가 시작되었던 듯 합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많은 분들처럼 저 또한 작은 관심과 배부른 한 끼 식사가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삶에 한순간이나마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만을 간절히 바랍니다.

 

길고양이의 삶에 분명히 행복한 기억도 많을 겁니다. 실제로 저자가 만난 고양이들은 힘든 길 생활 중에서도 참으로 밝고 명랑해보였습니다. 꼬물거리는 작은 생명조차도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밥을 먹고 사람들의 냉대 속에서도 아랑곳않고 뛰어노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언제나 불안해하면서 밥을 먹고, 사람을 경계해야하는 고양이들의 삶이 더 안쓰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슬프게도 우리나라에는 고양이에게 호의적인 사람보다 적대적인 사람이 훨씬 많은게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작가의 전작인 '명랑하라 고양이' 주문이 통했던 것인지 고양이들은 여전히 밝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책을 통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만 결코 나쁜 고양이란 없다는 것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어쩌면 나쁜 사람마저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착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고양이들과의 만남.  책을 읽는 내내 너무도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착한 이야기 안녕 고양이 시리즈와의 마지막 만남에 이별을 고합니다.

 

'안녕, 내가 더 고마웠어..언제까지나 명랑하렴. 착한 고양이들아..'


 


함께 보면 좋아요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작가  이용한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09.08.10
   
명랑하라 고양이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작가  이용한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11.01.25

 



 

 행복한 길고양이

 

작가  종이우산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10.09.20

 

 

 



 


영화로도 나왔어요

 






고양이 춤


감독

윤기형

출연

이용한, 윤기형, 길고양이들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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