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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샘물의 시크릿 뷰티
정샘물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흔히들 여자의 화장은 분장을 넘어 변장에 가깝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화장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른 여성들의 맨 얼굴을 비하하는 농담일 수도 있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그만큼 자신의 단점을 완벽히 커버하는 뛰어난 화장솜씨을 지녔다는 해석도 된다. 내 경우 워낙에 비루한 화장실력의 소유자라 화장하는 재미를 별로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저 하는게 안한 것보단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의무감에 바탕 화장만 겨우 하는터라 이리저리 색상을 바꿔가며 그야말로 재미있게 화장을 하는 여성들을 보면 부러울 수 밖에 없다. 한때는 화장에 꽂혀 좋다하는 화장품을 사모으느라 여념이 없었던 적도 있긴 했다. 연예인 누가 쓴다더라~이 제품만 바르면 반짝반짝 윤 나는 피부로 만들어 준다더라~귀 얇은 나는 이런저런 말에 혹해 내게 맞는 화장품을 찾기 보다는 그저 유명한 화장품을 사면 무조건 좋은 줄 아는 어리석은 실수를 범했던 것 같다. 내가 화장에 있어 저질렀던 또 하나의 중대한 실수는 바로 내용물보다 예쁜 패키지에 사로잡혀 쓸데없는 소비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구매했던 화장품 대부분이 내 비루한 화장술에 가려 빛도 못본 채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내 서랍 속 화장품들에 얽힌 슬픈 옛날 이야기라고나 할까. 국내 투명메이크업의 달인으로 불리는 저자 역시 여성들의 이런 화장품구매욕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P.19
메이크업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中
제품을 살때 텍스처를 본다 VS 컬러나 용기 디자인을 본다
아마추어는 컬러가 화려한 것, 패키지가 예쁜 것에 자주 현혹된다. 한눈에 보기에 컬러가 예쁘면 자신의 피부 톤이나 평소 메이크업 패턴과 어울리는 지 아닌지는 까맣게 잊은 채 지갑을 열거나, 그저 화려한 포장을 입힌 특별 상품 역시 '한정판' 이라는 말에 마음에 급해 한달음에 달려가 사곤 하지는 않는가> 결국 그렇게 산 제품들으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고 골동품처럼 묵히다가 남에게 주거나 처분하기 일쑤다. 주변을 보면 이런 실수들은 꽤 자주 일어난다. 사람은 망강의 동물인지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프로가 되는 법☞ 메이크업 제품을 살 때 눈에 보이는 컬러만 믿고 사는 건 특히 위험한 일이다. 제형에 따라, 펼의 양이나 굵기에 따라, 빛 반사에 따라 미묘하게 달리 보이기 때문에 꼭 손으로 만져보고 해당 부위에 테스트를 한 후 구매를 결정하자. 또한 옷을 살 떄와 마찬가지로 내가 갖고 있는 데품들과 어울리는지, 평소 메이크업 패턴과 잘 매치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P.33
메이크업 제품, 나 없이 사러 가지 마라
1. 매장에 가서 손등에 제품을 이것저것 발라 본 후 바로 지우지 말고 다른 매장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낸 뒤 손등을 체크해 본다. 제품의 색감이 그대로 남아있는지 촉촉함에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지 갈라지거나 가루가 날리지 않는지 등을 체크하자.
저자의 충고를 보고 한정판 화장품을 사지 못해 애태웠던 일, 바르지도 못 할거면서 그저 진열된 색상에 혹해서 산 민트색 아이섀도우가 일년 가까이 포장 채 서랍에 잠들어 있던 일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 거렸다.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본 실수가 아닐까?
예전에 여자연예인들은 기본 바탕화장에만 3시간을 쏟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야말로 한 듯 안한 듯한 피부표현을 위해 3시간은 기본으로 팔이 빠져라 두들긴다는 말인데...실제로 그런가는 확인된 바 없지만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진짜 화장다운 화장이 완성되는 구나 싶어 혀를 내둘렀었다. 아침마다 잠과의 사투를 벌이며 5분만~!을 외치는 내게는 그야말로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색조화장에도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나 스스로를 냉정하게 판단해 볼때 나는 색조화장이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 얼굴을 타고났기에 (어지간하면 다 어울린다는 베모브랜드의 단모 블러셔도 내게는 소주 한병을 원샷한 듯한 홍조를 선사했다면 믿을까.) 내 실력이 모자란 탓일 수도 있지만 사람마다 어울리는 화장법이 따로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화려한 색조보다는 자랑하는 한 듯 안한 듯한 자연스러운 투명메이크업에 관심이 높은 내게 투명화장의 대가라는 정샘물원장의 뷰티북은 저자의 이름만으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예전에 유진's 뷰티 시크릿이 출간되자마자 기대를 잔뜩 안고 구매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여성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는 대표적인 뷰티북인데 이 책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뷰티북이 될 줄 알았었다. 메이크업팁이라기 보다 배우 유진의 일상과 담고 있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메이크업 비법을 전수받고 싶었던 내게는 약간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정샘물의 시크릿뷰티 역시 내 부족한 화장실력을 한단계 올릴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까 우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투명메이크업의 대가라는 수식이 괜히 붙은게 아니구나 싶다. 각 챕터마다 메이크업 초보를 위한 꼼꼼한 팁은 물론이고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신랄한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화장을 함에 있어 꼭 지켜야할 기본적인 테크닉부터 시작해서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고르는 노하우까지, 게다가 이해를 돕는 상세한 사진까지 곁들여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화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같은 독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한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꼭 못하는 사람들이 연장 탓 한다지만 연장도 바꿔보고 연습을 해봐도 썩 나아지지 않았던게 내 화장이다. 색조화장을 하면 엄마 화장품을 훔쳐바른 어린아이 처럼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다 보니 색조화장이라면 지례 포기부터 하고 기초화장에 선크림과 파우더 마스카라 정도로 만족하곤 했었다. 그러나 정샘물 원장 역시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비법을 터득했음을 알게 되자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기초화장에 있어서도 자신에게 맞는 색을 찾기 위해 여러 제품을 섞어서 테스트를 해보고 보색을 활용해 어울리는 색을 찾아낸다면 나도 꿈꿔왔던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화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본다.
어떻게 하면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한 피부표현을 할 수 있을까? 바쁜 아침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화장이 쏙쏙 쓰며드는 비법은 없을까?
누구에게나 어울리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자연스런 색조화장은 어떤게 있을까? 프로가 사용하는 메이크업 도구는 뭔가 특별하지 않을까? 이처럼 일반 여성들이 품고 있을 화장에 관한 모든 궁금증의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이 책은 저자의 이름만큼 신뢰가 가는 책이었다.
한마디로 패키지와 내용물 모두 만족스러운 보기드문 한정판 화장품을 만난 기분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