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차다. 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후 목요일 알뜰 시장에 이불을 사러 나갔다. 격주로 들어오는 목요일 장을 내내 기다렸다. 큰아이의 먼지 알러지때문에 침대를 치웠는데, 얼마전 불가피하게 다시 침대를 사게 되었다. 그래서 매트 커버와 패드와 이불등을 사러 애들 아빠 쉬는 날마다 돌아다녔으나 결국 맘에 드는 물건은 찾지 못했다. 그래서 평소 가격과 품질면에서 만족해 오던 목요일 장을 손꼽아 기다렸다. 혹시 내 물건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큰 아이에게 수 차례 당부를 한다. 동생 잠깐만 잘 보고 있고, 절대로 나오면 안된다고. 그리고 후다닥 달려가 흰색 매트 누비 커버와 흰색 면누비 패드 한 장을 샀다. 약간 어두운 빛이 도는 바이올렛 극세사 패드 한 장을 샀는데 이건 좀 후회가 될듯 말듯 한다. 먼지문제가 자꾸 걸린다. 그래도 집에 가져와 깔아 보니 월넛의 침대와 썩 잘 어울려준다. 아주 훌륭하다. 딸아이가 부잣집 침대 같다고 말한다.

헌데 문제 상황 직면. 커다란 이불 봉지를 들고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낯에 익은 두 여자 아이 발견. 눈에 먼저 들어 온 건 둘 다 맨발에 운동화를 신은 채, 얇디 얇은 내복 바지만 입고 있는 모습. 뜨악. 작은 아이의 칠부 내의는 거친 바람에 펄럭거리고 있었고, 회색 가을 잠바를 목까지 지퍼를 끝까지 올린 후,잠바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쓰고, 모자의 고무줄을 힘껏 당겨 얼굴만 동그랗게 남기고 턱아래에 야무진 리본묶음이 만들어져 있었다 .  그러고서 뻥튀기 좌판 앞에서 맛배기로 먹어 보라고 준 지들 얼굴만한 뻥튀기를 입모양으로 둥글게 파 먹고 서 있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바람을 마주보며.

큰 아이의 가슴께에 닿은 작은 아이. 여덟 살,세 살. 동생에게 옷을 입히고,신발을 신기고,손을 잡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4차선 신호등 없는 찻길의 횡단보도를 건너 뻥튀기 좌판 앞까지 종종대며 걸어 왔을 터. 이를 생각하니 별 사고 없이 내 눈앞에 서 있어 줘서 고맙기도, 집에 있으라는 말을 안듣고 나온 아이에대한 화가 두리뭉실 엉긴다.

왜 엄마 말 안듣고 나왔느냐고 물으니 엄마가 하도 안와서 엄마 무슨일 생겼나해서 엄마 구해 줄려고 나왔단다. 참...어휴 참...  이을 어쩌란 말인가.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큰 아이의 가슴께에 닿은 작은아이와 큰 아이. 마주보고 서서 뻥튀기를 먹고 서 있던 예상치 못한 내 아이들의 모습은 또 한장의 선명한 한 컷이 되어 박힐 듯 하다. 날이 차가운 바람부는 11월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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