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F
시게마쯔 키요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 자녀. 그 눈치를 보는 부모.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로 부모 편의대로 지시하면 순종해야하는 부모의 종속물 정도라고 느끼며 자랐다. 그러니 자식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준다거나,존중한다거나, 자식의 뻔한 거짓말 앞에서도 자식의 자존심을 위해 이를 물고 입을 다물어주는 부모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건,내가 부모가 되어서야 서서히 알게 된 일이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이렇게 무턱대고 막연하게 준비없이 덤빈 탓에 나의 아이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현실적으로 아이의 의견을 수용하지는 못하더라도,아이의 맘을 읽어 주기라고 함으로써 아이의 불만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굳이 목도리를 하지 않을 날씨인데도 목도리를 감고 가려는 아이에게 더우니까 벗고 가라는 명령조의 차가운 말을 뱉어낸다. 우리 **가 직접 만든 목도리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거구나... 정작 **의 마음을 외면한 채.

작은 행동 교정도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후에야 겨우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제발 좀 말좀 들으라고 얼마나 말을 해야 들을거나고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나 자신조차도 습관화된 행동의 변화가 어려운 처지이며, 나또한 이미 그런 어린 시절을 겪었다는 걸 잊고, 아이에게 힘든 변화를 강요하며 아이를 좌절 시키고 부모인 나도 절망하기를 거듭한다. 밤에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서 소변을 참고 있는 아이에게 제발 화장실 가고 싶으면 온집안 식구 다 깨우지 말고 조용히 다녀오라고 짜증 섞인 말이 나온다. 우리 **이가 혼자 화장실 가기가 무서운 모양이구나 라는 말은 비몽사몽 속에 짜증 속에 묻혀 버린다.

아~~너무나 힘들다. 아이를 키우기가 아이가 커 갈수록 더욱 힘들어진다. 가정이 위태로워진다. 아이가 커 갈수록 아이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틈은 서서히 오그라든다.

아버지가 다가서려 해도 아이들이 먼저 뒷걸음 치고 벽을 만든다. 내 아이는 너무나 바른 아이인줄 알았는데,내 아이에 대해서 가장 모르는 이는 바로 나,부모였다. 학교에서 아들은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면서 부모에게 한마디도 털어 놓을 수 없이 부모는 멀리 있다. 부부 사이도 껍데기만 남아있어, 퇴근후 집에 들어갈 때, 불이 모두 꺼져 있는 집이 오히려 편안하다. 부모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무서운 자식들. 십대들을 무서워하는 어른들. 환갑을 넘기고 자식들 출가시키고 이혼을 하는 노부부들. 이혼 전까지 어떻게 살았을까, 견뎌낸 시간이 너무나 억울하다.

이 소설에서는 여러 모습을 지닌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따갑다. 난 소재에 빛을 많이 품고 있는 글을 좋아한다. 그 속에서 행복하고 싶어서다.  

*히나 인형 : 옛날 왕궁 사람들을 상징하는 일본 고유의 옷을 입은 인형.히나 축제 때 제단에 올려 놓음 .히나 축제때 강에 떠내려 보낸다. 딸의 불행을 히나 인형과 함께 강에 흘려 보내며 일년 동안 행복하게 살게 해 달라고 비는 인형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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