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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여름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6
하타 코시로 그림, 후지와라 카즈에.하타 코시로 글,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7월
평점 :
설렁 설렁하는 걸레질에도 이내 등줄기가 후줄근해진다. 드뎌 여름의 가혹한 시련이 시작되는가 보다. 두 아이들과 견뎌야 하는 이 계절은 나의 인내를 어지간히 눌러짜서는 끄떡도 않고, 긴~ 시간 내게 머물것 같다. 지레 겁부터 먹지 말자. 바로 방어모드 짜아 잔.
리뷰 여행을 통해 얻게 된 책이 아니라 직접 서점에서 나의 낙점을 받은 책이기에 그런가, 난 이 책이 너무 사랑스럽다. 일단, 가느다란 선으로 쉭 쉭 그린 단순 깔끔한 그림. 수박 한 쪽 사각사각 씹으며 쉽게 그렸을 것 같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담을 무지하게 덜어주는 편안함. 그럼에도 없는 거 없이 구색을 다 갖춰 살림을 차린 세심함이 내 맘을 홀딱 말아 먹는다. 더불어 본전 생각도 멀리 멀리. 용케 서 있는 것 같은 그 선풍기 앞에서 아이들은 가녀린 미풍을 맞으며 쥬스 마시고 TV를 보고 있다. 난 선풍기가 거기 있었다는 걸 이 책을 구입한 한참 후에야 발견하고 너무나 대견하게 그 선풍기를 바라 보았다. 희미한 하늘색 바람도.
둘레 둘레 찾아보시라 아기 자기한 소품들에 빙그르르 씨이익 헤헤 와우
도시에서의 무료한 여름방학을 보내던 두 형제가 시골 외삼촌에게 놀러가서 정말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 온다는 스토리다.
"저녁밥을 먹고 나니 졸려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잠이 들었다. 이불은 보송보송하고 해님 냄새가 났다."
정말 해님 냄새가 화악 끼쳐왔더랬다. 나도 맨날 이불을 바깥 베란다에 널고 깔기를 반복했기에 그 냄새가 해님 냄새였다는 걸 이 부분을 읽는 순간 단박에 알아차렸다.
이 책은 간직하고픈 어린 시절 여름 방학을 꼭 싸매두고 있었다.